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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나는가수다 신들의 경연에서 순위만 남은 비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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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대표하는 두 간판 프로그램의 희비가 엇갈린 주말이었습니다. MBC 방송연예대상에 빛나는 <우리들의 일밤-나는가수다>는 새가수 신효범에 대한 찬사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지난주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무한도전>은 '나름가수다'에서 3년 만에 20%를 넘는 감격을 누렸으니까요.

물론 '시청률'로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재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반응을 보면 이건 뭐 패러디가 원조를 앞섰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음원 성적 또한 하루 일찍 발매된 <무한도전>이 한참 앞서고 있구요.

<나는가수다>에 비해서 골수 마니아들이 집결되어있다는 <무한도전>이긴 합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나름가수다> 패러디를 통해서 평소보다 약 3~4%의 시청률을 얻었다는 것은 그냥 무심코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가수다>에 대한 반응과 기대치가 예전보다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선 말이죠. 

<나는가수다> 최고 가수들을 순위로 매겨 하나씩 탈락시킨다는 것만으로 등장 전부터 호불호가 엇갈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가수모독'이라는 말도 심상치 않게 들렸구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가수를 모욕한다'는 반응 대신 '진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을 재평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라는 예상치 못한 호평이 앞서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그 후 김건모 재도전 논란 이후 약 한 달간 잠정기를 가지긴 하였지만 다시 문을 연 이후에는 <나는가수다>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의 막강한 인기와 화제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초반 등장부터 거침없이 승승장구를 펼치던 <나는가수다>가 이제는 그들의 아류작으로 불린 <불후의 명곡2>와 심심치 않게 비교당하고, 심지어 패러디에 불과한 <무한도전>이 <나는가수다>의 부족한 2%를 채워줬다는 쓴소리까지 들어야하는 시절이 오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불과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말이죠.  

애초 <나는가수다>가 최고 가수들을 탈락시킨다는 포맷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프로그램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다소 잔인한 룰에도 불구하고 <나는가수다>에 열렬히 환호를 보냈던 것은 어떤 가수가 탈락하는가가 아니라 출연진들이 어떤 어메이징한 노래를 보여주는데 큰 기대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가수의 가창력을 순위라는 잣대로 줄을 세울 수 있느나 반대를 일삼던 사람들도 막상 <나가수>를 본 이후에는 볼멘소리가 쏙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잘 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왜 이제야 만들어졌을까 하는 환호로 변하는 일대 예능계의 혁명을 성공리에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이죠. 

TV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실력파 고수들의 노래를 황금 버라이어티 시간대에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최정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탈락을 두고 그 어디에도 쉽게 볼 수 없었던 긴장감으로 진검승부를 펼쳤다는 것만으로 많은 이들을 TV 앞으로 불러일으킨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한 <나는가수다> 제작진입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가수다>는 예전만큼 순위에 대한 궁금증도, 가수들의 무대들조차 벅차게 기다려지지 않아요. 초반만해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경외감까지 느껴지는 신성한 프로그램이었던 반면에 이제는 그저 그런 그렇다고 예능이라고도 불리기 애매한 프로그램으로 남겨진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나는가수다>의 히든 카드이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던 순위만큼은 여전히 시끌벅적합니다. 특히나 변화를 주기 위해 이번주 방송분부터 과거 한 자리에 함께 모여 순위를 발표하던 포맷에서 호명된 순서대로 스튜디오 밖에 나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꽤했는데, 의외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네요. 오죽하면 하위권에 남게된 가수들이 예전보다 더 비참하다고 카메라 앞에서 토로할 정도니까요.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가수다>가 가수들을 탈락시킨다는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도, 2011년 최고의 프로그램(?)으로까지 인정받은 원동력은 어떤 가수가 몇 위를 하고 비참하게 탈락한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는 최고 가수들의 열창 덕분입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가수다>는 가수들이 어떤 노래를 불렀나보다, 그 가수가 몇 위를 했고, 그 순위에 대한 정당성 부여에만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로 전향한지 오래입니다. 얼마 전까지 <나는가수다>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워하던 가수들이 느끼는 비참함을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받아야하는 불편함만 가득할 뿐입니다. 시청자들은 <나가수>를 통해 재조명되는 가수들에 열광한 것뿐이지,  가수 하나 탈락시키고 독기 품는데 희열 느끼려고 <나는가수다>를 응원한게 아닐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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