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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나는가수다2 재도전 김건모 노래로 속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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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나는가수다2>는 기대 이상의 감동이었습니다. 지난 시즌1과 달리 오프닝에 12명의 가수가 나와 자칫 혼잡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출연진 모두 열정의 공연을 선보인터라, 지루할 틈없이 오랜만에 공연다운 공연을 본듯합니다. 갠적으로는 처음 <나는가수다>를 볼 때의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구요. 


처음에 <나는가수다>를 보고 가수들마저 순위를 매기고 탈락시키는 풍토에 절망감을 느꼈다는 이은미의 말처럼, <나는가수다>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일단 가수들을 일렬로 줄을 세워 한명씩 탈락한다는 서바이벌 구도가 많은 이들의 반감을 사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나는가수다>는 몇몇 가수가 우려한대로 '가수 모독 프로그램'이 아닌, 그동안 아이돌과 후크송에 밀려 제대로 빛을 못보던 가수들이 재조명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쟁쟁한 7명 뮤지션들과의 경쟁에서 아쉽게 탈락한다해도, <나는가수다>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이미 이 시대 최고의 가수로 인정받은 것이고 대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으니까요. 


대표적인 예로 <나는가수다> 시즌2에도 참여한 정엽과 김연우. 비록 출연하자마자 광탈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오히려 <나는가수다> 출연 이후 예전보다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데 성공을 거둡니다. 그들이 못해서 탈락을 한게 아니라, 우스개 소리로 '나는 성대다'라고 불릴 정도로, 성량크고 목소리 큰 가수들이 청중평가단에게 높은 점수를 받는 어쩔 수 없는 형국상,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역시 '광탈'의 아픔을 가진 김건모에게 <나는가수다>는 되레 상처뿐인 영광이었습니다. 립스틱, 탈락, 재도전. 그로서는 꿈에서도 보기 싫은 악몽이었을거에요. 아마 김건모뿐만 아니라, 김영희PD도 마찬가지이겠죠. 결국 자기가 힘들게 만들어낸 프로그램에서 불명예 하차하고, 한동안 수많은 이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했으니까요. 


다행히 김영희PD는 1년만에 다시 박수받아 돌아왔고, 그 첫 시작을 김건모와 함께 하기로 합니다. 물론 김건모가 처음부터 김영희PD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나는가수다>에 다시 출연한다는 것. 그로서는 매우 두려울 것입니다. 다시 그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보다도, 혹시나 또 어떤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네. 그게 바로 이 시대의 광대 김건모의 모습이니까요. 


김건모는 애초 긴장감이 잔뜩 깔려있는 경연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수였는지도 몰라요. 평소에도 시종일관 위트있고, 노래와 공연도 재미있어야한다는 것이 그의 남다른 노래 철학이기에 그 당시에도 늘 하던대로 관객들을 웃겨보고자 립스틱을 발랐던 것이지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김건모가 립스틱을 엉망으로 발라서 혐오감을 느낀(?) 청중평가단이 마냥 거부반응을 일으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살아남기 위해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면서 노래한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평소처럼 음악을 즐기던 김건모의 노래가 상대적으로 다른 가수에 비해서 덜 돋보였던 것이고, 끝내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당시 김건모는 시청자들에게는 당연한 수순이었던 '탈락'이 아닌, '재도전'을 받아들였고, 결국은 데뷔 20년만에 가수 생활 최대의 위기에까지 직면하게 됩니다. 지금에야 애써 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때만 생각해도 살떨리는 가슴아픈 순간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김건모나 김영희PD, 새로 시작하는 <나는가수다>에 있어서, 김건모의 진짜 '재도전'은 여러모로 큰 감회를 안겨줍니다. 무대에 등장하자마 넙죽 큰 절부터 한 김건모. 다시 자기에게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행동이었죠. 


그 뒤 자신의 히트곡 '서울의 달'을 들려준 김건모는 오랜 시간 <나는가수다> 재출연을 고민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유있고 유쾌한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가 20년 이상 사랑해오던 진짜 가수 김건모다운 무대였죠.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결코 결과나 순위에 얽매이지 않고, 관객과의 호흡과 소통을 중시하는 공연. 이게 바로 우리 대중들이 <나는가수다>에 원했던 장면이 아니었나 싶네요. 


순위에 의해 탈락이 결정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가수들이 청중평가단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필연지사입니다. 때문에 본래 자신의 스타일마저 버리면서 폭발적인 성량과 고음으로 승부수를 던져야했고, 자연스레 <나는가수다>는 시끄러워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매번 똑같은 '지르는' 스타일에 시청자들은 점점 <나가수>에 식상함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시즌2를 준비한다는 잠정 휴식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새로 중무장한 <나는가수다>라고 해도, 여전히 '나는성대다'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주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기존에 청중평가단뿐만 아니라, 모니터평가단, 그리고 실시간 문자투표로 시청자의 반응을 집계하는 것은, 다행이면서도 이번 새로운 시즌들어 정말 잘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일례로 청중평가단과 모니터 평가단이 선정한 1위가 다르다는 조사집계결과만 봐도 시청자 투표가 애초 <나는가수다>가 원했던대로 다양한 음악을 추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이바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기대를 들게 하거든요. 


시청자의 반응에 의해서 생사가 좌지우지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들의 취향에 맞춰갈 수 밖에 없는 구도이긴 해요. 하지만 대중들이 그간 <나는가수다>에 전폭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낸 것은, 단순히 가수 한명이 차례차례 탈락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스릴을 넘어, 살아남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가수들의 노래 그 자체를 사랑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조용조용하고 잔잔한 노래를 불러 광탈한 김연우와 정엽에게도 최고의 가수라면서 큰 박수를 보냈던 것이고, 그 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김건모에게는 강한 응징을. 그리고 계속해서 고음만을 연신 질러대는 <나는가수다>에 비판의 목소리를 보냈던 것도 초심의 뜻대로 순위가 아닌 가수들의 음악이 우선시되는 프로그램으로 남아달라는 애정에서 비롯된 지대한 관심이었죠. 


다행히 <나는가수다2> 문을 여는 오프닝 무대에서는 단순 높은 순위를 노리는 순위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진짜 관객들과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고, 감동받을 수 있는 <나가수> 초창기 시절로 돌아간듯 합니다. 무리한 욕심인 줄 알겠지만, 올해 12월까지 지속될 <나가수2>는 지난 시즌1처럼 '나는 성대다' 소리 듣지 않고도 가수들 본연의 스타일을 꿋꿋이 지속해나가면서도 꾸준히 생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중평가단이 뽑은 1위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의 본래 스타일대로 <나가수2> 오프닝 그 자체를 즐긴 김건모는 향후 <나가수>가 시즌2를 넘어 오래 롱런할 수 있는 '키'가 아닐까 싶네요. 결국 1년만의 재도전에서 자신의 진짜 쌩얼을 보여주면서 한 때 그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나가수> 시청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은 김건모.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가수> 주홍글씨 김건모에게 노래로 속죄할 시간을 준 김영희PD와 그 시간을 오롯이 자신만의 무대로 만들어버린 김건모의 노림수는 가히 성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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