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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따뜻한 말 한 마디. 불륜이 가져온 안타까운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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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손에 잘 안 잡힌고 했던 송민수(박서준 분)은 또다시 운명 앞에 무릎을 꿇어야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세미 상견례에서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언니 나은진(한혜진 분)과 민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형부 김성수(이상우 분)의 반대에 부닥쳐야했던 은영(한그루 분)은 다음 날 예고도 없이 민수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뒤늦게 찾아온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시작된 불륜의 끝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유재학(지진희 분)과 불륜으로 연을 맺은 나은진은 그 뒤 자신의 선택에 대한 톡톡한 대가를 치루어야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동생 은영이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는 송재학의 부인인 송미경(김지수 분)의 동생이었다. 은영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은영의 언니가 누구인지 안 이상, 민수 또한 쉽게 진행할 수 없는 결혼이었다. 애초 만나서는 안될 사람들. 그렇게 이제 막 시작하던 연인들은 각각의 매형과 언니가 잘못 낀 단추때문에 펴보지도 못하고 꺾이고 말았다. 


불륜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깊이있는 공감을 이끌어낸 드라마가 또 있을까. 지난 27일 방영한 SBS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불륜이 주요 주제인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확한 선악구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불륜을 미화하지는 않는다. 잘 한 일은 아니지만, 거기까지 갈 수 밖에 없었던 각각의 주인공들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불륜이 가져온 적지 않은 변화를 감당해야했다. 무엇보다도 각각의 언니와 매형의 잘못된 만남 때문에 황급히 사랑의 종지부를 찍어야하는 민수와 은영이 받을 상처가 걱정이다. 





미경의 이복 동생으로 혼자 옥탑방에서 살고 있는 민수는 그 누구보다도 가족을 필요로 했다. 평소 재학을 잘 따르던 민수가 매형의 불륜 소식에 그의 내연녀인 은진을 다치게 한 것도 자신의 유일한 혈육 미경에게만 기댈 수 밖에 없는 그의 사무친 외로움이 컸다. 그래서 민수는 은영이 외에도, 자신을 친아들처럼 예뻐하고 챙겨주는 은진의 부모가 좋았다. 이제는 자신에게도 가족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민수는 자신만 생각하지 않는다. 죽어서 눈을 감는 그 날까지 은진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미경. 본인 스스로가 자초한 은진과의 악연.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결혼에 결국 민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운명이 아닌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그리고 민수는 또 그럴 것이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는, 박복한 자신의 징크스를 탓하며. 





은영이 얼마만큼 민수를 사랑했는지 알기에, 자기 때문에 민수와 헤어져야하는 동생의 시련에 은진은 자신을 심하게 자책한다. 스스로 자신을 전염병이라고 지칭할 정도다. 자기가 힘든 것은 괜찮은데, 주위 사람들이 더 힘들어하니까. 은진의 눈물에 민수는 과거 자신들이 연애할 그 때를 돌이켜본다. 분명 은진과 민수에게도, 민수-은영처럼 보기만 해도 예쁜 사랑을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영원히 서로만을 사랑하며 행복할 줄 알았던 그들의 10년 뒤 결말은 참혹했다. 이혼을 앞두고 있는 것에 모자라, 이제는 자신들 때문에 은영까지 불행해졌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한다. 


언제나 자신의 행복 못지 않게 누나를 더 걱정했던 민수는 결국 어렵게 찾아온 사랑을 포기하고자 한다. 자신은 은영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은영을 정말로 사랑하지만, 누나 또한 사랑하기에 눈물을 머금고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는 남자. 





정말로 서로를 아끼고 보듬아주는 순수한 사랑을 했지만, 가족 때문에 그 만남에 종지부를 찍어야하는 민수와 은영의 운명. 한 때 열렬히 누군가를 사랑했다고 하나, 그  사랑이 식어버린 후 외로워서 시작했다는 만남은 전혀 예상 밖의 후폭풍으로 번지며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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