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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별에서 온 그대 21회 결말.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 해피엔딩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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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400년 전. 지구에서 먼 행성에서 비행물체 타고 조선땅으로 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은 이제 다시 자기가 살던 별로 돌아가야 한다. 몇 달 전만해도, 다시 자기가 살던 행성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민준이다. 





하지만 그토록 기다리던 그 날이 왔음에도 불구, 민준은 전혀 기쁘지 않다. 천송이(전지현 분)을 두고 지구를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지구에서 지낸 길고 긴 세월 동안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지구를 떠날 때쯤 제대로 찾아왔다. 예정된 시간은 다가오고 헤어져야하는 운명. 결국 도민준은 천송이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그녀의 곁을 홀연히 떠난다.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였기 때문에, 지난 27일 방영할 결말을 두고 여러 말이 있었다. 항간에는 천송이와 도민준의 꿈. 혹은 천송이와 도민준의 영화 촬영이었다는 스포일러도 나돌았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은 SF 판타지라는 장르의 특징을 최대로 활용한 결말을 보여주었다. 





도민준이 지구를 떠난 3년 후, 그는 웜홀을 통해 다시 지구로 돌아왔고, 천송이의 곁을 찾아온다. 도민준과의 이별에 애써 담담한 척 살아왔으나, 오매불망 민준만 기다려온 천송이는 그를 따뜻한 키스와 포옹으로 받아주고, 3년 전과 다를 바 없는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다. 도민준이 다시 자기가 살던 행성으로 돌아가야하는 만큼 기약없는 만남이기도 하지만 언제 이 세상을 떠날 지 모르는 우리 인간들의 삶과 닮아있어 더 애틋하다. 


초능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 운명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의 곁을 떠난 사람이 다시 연인의 곁으로 되돌아 온다는 이야기. 그동안 드라마, 영화에서 많이 보아왔던 익숙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결말이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워낙 새드 엔딩을 암시하는 전개가 많아서였을까? 400년 이상 영생을 누려온 도민준이지만, 희대의 싸이코패스 이재경(신성록 분)과 맞서면서 그의 초능력을 상당 부분 소진한 탓에, 도민준이 자기 별로 돌아가기 전 죽음을 맞지 않나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도민준이 자기 별로 돌아간다는 것은 천송이와의 영원한 이별로 받아들여지는 듯 했다. 





그러나 <별에서 온 그대>가 정리한 결말은 간단하면서 기발했다. 잠시 자기 별로 돌아간 것일뿐,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었다. 예전만 못하지만 도민준은 마음만 먹으면 다시 천송이 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초능력이 남아있었다.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에, 약간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곤, 언제 지구를 떠날 지 모른다는 점에서 보통 사람들과 하등 다를 바 없이 평범해진 도민준이지만, 대신 그는 천송이에게 없어서는 안될 특별한 존재로 남게 되었다. 


천송이를 만나기 전까지 도민준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잘생긴 남자에 불과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었지만 도민준은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숨죽이며 살아왔다. 남들은 못해서 안달인 '불로장생'을 하고 있지만, 도민준에게는 당연한 숙명이기에 오래 산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지도 않았다. 하지만 천송이가 그에게 '도민준'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순간, 도민준은 비로소 살아야할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좀 더 오래 천송이의 곁에 있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결국 만날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어있다. 도민준과 천송이는 재회했고 가끔 도민준이 예고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종종 벌어지긴 하지만, 천송이는 괜찮다고 한다. 오히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그 사람의 모습이 마지막일 지도 몰라 그 순간 자체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더욱 그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SF 판타지물로 보기엔 다소 평범한 마무리가 보이기도 하지만, 인생과 사랑에 대한 진리를 재확인시키는 <별에서 온 그대>의 엔딩이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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