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1박2일 금연여행. 재미와 경각심 모두 잡은 솔직담백 공익 프로그램의 진수

반응형

흡연자에게는 금연만큼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도 없다고들 한다. 흡연자 대부분은 새해가 되면 '금연'을 결심한다고 하나, 결국 자포자기로 돌아간다는, 이 어렵고도 험난한 미션에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 제작진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름하여 '담배와의 전쟁'. 





아무런 귀띔없었던 제작진의 일방적인 통보에 비흡연자인 차태현을 제외한 출연진. 그리고 영문도 모른채 <1박2일> 금연 캠프에 참가한 홍경민은 사색이 된다. 김주혁, 데프콘 등 몇몇 출연진은 이번 여행에서 담배를 일절 피우지 못한다는 말에 벌써부터 금단현상이 온다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신입피디 유호진 PD는 꿋꿋하게 금연 미션을 이끌어 나간다. 





행여나 담배피는 모습이 적발 되거나, 불신검문에서 담배가 나올 시, 해당 멤버에게 입수를 시키겠다는 경고도 내비춘다. 실제로 다음 주 담배 소지가 확인된 김준호, 김종민, 정준영은 차가운 바닷물에 입수하는 장면이 예고되기도 했다. 


금연 특집은 <1박2일> 이전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진행된 바 있었다. 하지만 시즌3을 맞이한 <1박2일>에서는 처음 있는 미션이었다. 과거 편집 상의 실수로 출연진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화면에 포착된 적은 몇 번 있었다. 여행 중 펼쳐지는 복불복에 중점을 맞춘 <1박2일>에서 흡연은, 카메라 뒤에서 보장된 출연진과 제작진의 은밀한 휴식이었다. 그러나 신입피디는 담배 없이는 한 시도 못 산다는 출연진에게서 단호히 담배를 뺏고 단 이틀이라도 담배를 멀리할 것을 주문한다. 





1박2일 금연을 앞두고 출연진들이 각자의 다짐을 말하는 시간에, 김준호는 앞으로는 힘들겠지만 단 <1박2일> 촬영 때까지만이라도 금연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뒤 김준호의 호주머니에서 꽁꽁 숨겨둔 담배가 나왔다. 아예 김주혁과 김종민은 금연 각오를 보이는 대신, (담배를 피울) 짬을 보겠다고 답한다. 


솔직해서 더 의미심장했던 <1박2일> 만의 금연 특집 


단 <1박2일> 촬영 과정 동안 흡연 출연진과 제작진의 실랑이 과정으로 향후 출연진들이 계속 금연 행보를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제작진이 그렇게 담배를 피우지말라고 부탁했음에도 불구, 틈이 날 때마다 흡연을 시도하는 출연진들의 모습만 보면 <1박2일> 금연여행 첫회는 결코 순탄지 않은 과정에, 실패에 가깝다. 





하지만 금연 의지가 전혀 없었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자의가 아닌 타의로 갑자기 담배를 멀리하는 것은 그 어떤 미션보다도 독하고 두렵다. 흡연자 대부분 금연을 소망하지만, 그리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금연을 향한 목표는 높고도 험준하다. 


그래서 제작진의 눈을 피해 호시탐탐 담배를 피울 타이밍만 엿보는 출연진들의 고군분투는 그래서 더욱 솔직하게 느껴진다. 담배를 휴지나 핫팩에 돌돌 말아 숨기고 카메라를 피해 줄행랑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흡사 교사, 부모님 몰래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을 보는 것 같다. 





갑작스런 금연 특집에 멘붕이 온 출연자들은 일제히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처음부터 담배를 시작하지 말았어야한다고.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영화, TV 드라마에서 담배피우는 배우가 멋있어서, 혹은 어른들은 힘들 때 흡연을 한다면서 그렇게 담배를 시작한 출연진들은 이제 담배 없이는 조금이라도 버틸 수 없고, 담배를 끊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어른이 되었다. 비단 <1박2일> 흡연 출연자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 세상 모든 흡연자들의 공통된 고민이자 숙제이다. 


앞서 말한대로 <1박2일> 금연 여행을 통해 과연 흡연 출연자들이 이참에 담배를 멀리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온 세대가 즐겨보는 공중파 TV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금연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어렵지만 조금씩 금연을 시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1박2일>이 안겨주는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향후 <1박2일> 출연진들의 금연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어떤 흡연 시청자는 이번 금연 특집을 계기로 금연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불태울 수도 있고, "담배는 아예 시작조차 안하는 것이 좋다."는 말 한마디로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가슴에 와닿는 경고로 다가올 수도 있다. 





<1박2일> 제작진은 출연자들을 향해 엄중하게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작 흡연을 향한 출연진들의 끊임없는 갈망으로 웃음 폭탄을 선사한다. 완벽하게 담배와의 전쟁 첫 날의 일과는 순탄치 않았지만, 그만큼 금연이 어렵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자연스레 시청자들에게 흡연에 대한 경각심까지 일깨워주는 <1박2일>의 솔직 담백한 금연 특집이 반가운 이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