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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밀회 마지막회. 사랑보다 더 특별했던 오혜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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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방영한 JTBC <밀회> 마지막회가 되어서야, 상류층과의 끈을 놓지 못하던 오혜원(김희애 분)이 변했다. 혜원은 서한그룹의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에게 그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넘겨주고, 혜원 역시 수감되어 재판을 받는다.  





전날 12일 방영한 <밀회> 15회에서 빼앗긴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 자리에 다시 복귀할 정도로 자신이 일군 자리를 지키겠다는 열망이 높던 혜원의 변화는 지극히 극적으로 다가온다. 혜원이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계기는 더 이상 서한 그룹의 개처럼 살기 싫어서였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 시대 최고의 문화예술인사 였지만, 실상은 서한 그룹 사람들의 고급 하녀에 불과했던 혜원의 지난 삶. 혜원은 자신을 옭아매던 가면을 벗고, 모든 것을 다 잃어서야 그녀의 진짜 모습과 마주한다. 다행인지, 혜원의 곁에는 여전히 이선재(유아인 분)가 든든하게 그녀를 지킨다. 





가정이 있는 40대 커리어우먼과 촉망받는 20대 천재 피아니스트의 위험한 사랑을 다루어 화제를 모았던 <밀회>는 불륜을 미화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아름답지 못한 상류층의 어두운 이면과 대비시켜, 혜원과 선재의 사랑이 오히려 순수하게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신분 상승 욕망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혜원의 독특한 캐릭터는 <밀회>를 단순히 잘 만든 불륜드라마로 한정하지 않았다. 선재와의 불륜을 빌미로 서한 예술재단에서 쫓겨나고, 재단을 대신하여 대신 검찰 수사를 받을 위기임에도 불구, 기지를 발휘하여 다시 재단에 복귀하는 혜원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산전수전 다 겪었던 녹록지 않은 인물이다. 





만약 선재를 만나지 않았다면, 혜원은 서한예술재단의 이사장이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 하에, 예전처럼 재단의 비리에 협조하고 눈감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선재와의 사랑을 통해서 맹목적으로 자리에만 집착했던 지난 날을 돌아보게된 혜원은 비로소 자신을 힘들게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과 사랑 모두 놓지 못하겠다고 다짐하던 혜원이 마음을 비우게 된 것은 오직 선재 때문만은 아니다. 상류층이 되고 싶다는 열망 하에 자신의 모든 능력을 서한 그룹에 바쳤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허상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만 선재를 통해서 그 현실을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말끝마다 윤리, 도덕을 강조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윤리,도덕 관념에 어긋나는 불륜을 통해서야 예술재단 기획실장으로서 저지른 비리를 반성하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되찾게된 혜원의 이야기. 검찰에 자수하기 전 혜원의 삶은 욕망에 사로잡혀, 정작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소중한 것을 망각하곤하는 요즘 세태와 은은하게 오버랩된다. 일그러진 욕망에 대한 반성과 각성을 택한 혜원의 변화가 그 어떤 해피엔딩보다 의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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