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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방송사고도 가릴 수 없었던 한글 특집의 진정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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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한글편>은 가히 방영 이틀 전이었던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특집이었다. 한동안 법정 공휴일의 지위를 잃고 단순한 기념일로 전락했던 한글날은 한글 관련 단체의 꾸준한 한글날 국경일 제정 운동 결과로 2006년부터 국경일로 정해졌고, 2013년에는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되었다. 





한글날의 법정 공휴일 재지정은 한국어가 모국어라고 하나, 올바른 한국어 사용법보다도 유창한 영어 구사에 더 열을 올리는 대한민국 사회에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인식하고, 그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된 이후에도 대부분 한국 사람들의 한글 사랑은 그 이전과 그닥 차이가 없는 듯하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상, 어릴 때부터 사용했던 언어이기에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한국말에 능숙한 편이다. 하지만 의외로 기본적인 어법, 문법에 취약함을 드러낼 때가 종종 있다. 심지어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등 <무한도전> 출연진들처럼 말을 정말 잘하고, 방송을 업으로 하는 이들조차 정확한 맞춤법을 맞추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무한도전> 출연진 포함 상당수의 한국 사람들이 말은 곧잘 잘 하지만 어법에 취약한 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교 이후 정확하게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의 일생을 정확한 영어 문법을 터특하는데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야한다. 반면 언론사 입사 등을 위해 KBS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고, 7,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국어 과목을 공부하지 않는 이상 성인이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게 구사하기 위해 애를 먹는다는 영어 또한 정작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삼는 이들 모두 정확한 어법, 문법을 알고,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을 할 때, 한국어로 사용해도 될 단어를 굳이 영단어로 언급하는게 당연시되고, ‘있어 보인다는’ 이 나라의 한국어 사용 실태는 굉장히 우려할 수준이다. 설상가상 인터넷 채팅, 게임의 영향으로 줄임말과 은어, 비속어를 남발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언어구사는 정작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기성 세대조차 나날이 심각하게지는 한글 파괴를 걱정할 정도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 만연한 잘못된 한국어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무한도전> 출연진들은 성인 한국인임에도 불구 각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어학당,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국어 수업을 받기도 하고 맞춤법이 틀리면 가차없이 폐수에 몸을 맡긴다. 


기본적인 맞춤법을 맞추지 못해 갖은 벌칙을 받는 <무한도전> 출연진들의 굴욕적인 모습은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남의 일 같지 않다. 과연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우리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한국어 어학당을 찾은 외국인, 이제 막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한국어를 정확하게 사용하고, 우리나라 언어, 말을 정말 사랑하고 있을까. 





예상치 못한 방송사고가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그동안 우리가 의외로 잘 몰랐던 맞춤법도 쉽고 재미있게 인지하게 하고, 우리의 한국어 사용실태까지 돌아보게 하는, 역시 <무한도전>의 한글특집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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