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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슈가맨. 예상치 못했던 노이즈의 등장. 응답하라 너에게 원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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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방영한 JTBC <투유프로젝트 슈가맨>(이하 <슈가맨>)에서는 그야말로 역대급 슈가맨이 등장 하였다. 





이름하여 노이즈. 아니 '너에게 원한 건', '상상 속의 너를' 크게 성공시키고, 그 당시 KBS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 였던 노이즈는 <슈가맨>이 아니라,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에 나올 사람들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토토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노이즈를 섭외하기 위해, 공을 들었다고 하는데, 그 노이즈가 <슈가맨>에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엄청난 거물급(?)을 모셔와서 그런 건지, <슈가맨>은 처음으로 양쪽 팀 모두 한 가수의 히트곡으로 역주행송 대결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노이즈에서 보컬과 작곡을 담당했던 천성일은 이 날 방송에서 볼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노이즈는 그야말로 반가움 그 자체였다. 





고백하자면, 노이즈는 당시 초등학생 이었던 글쓴이에게 있어서 서태지의 아이들보다 더 좋았던 가수였다. 노이즈의 '상상 속의 너'가 큰 인기를 누리고 당시, 글쓴이 아래 집에 살던 언니가 '상상 속의 너'가 수록된 3집 테이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언니에게 테이프를 며칠 빌려 그 전체 수록곡을 공테이프로 녹음하고(그 당시에도 불법 이었지만, 초등 학생 이었으니까) 그 녹음한 테이프를 몇 날 며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난 이후, MBC <무한도전-개그학개론>을 통해 노이즈의 '너에게 원한 건'을 처음으로 접한 글쓴이는 지금도 가끔 '너에게 원한 건'과 '상상 속의 너'를 즐겨 듣곤 한다. 굳이 두 곡에 대한 선호도를 비교하자면, '너에게 원한 건'이 더 좋긴 하지만, '상상 속의 너'도 2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어깨가 절로 들썩이게 하는 명곡이다. 





하지만 90년대 초중반에 활동하고 사라진 전설의 댄스 그룹이었기 때문에, 활동 당시 아무리 잘 나갔다고 해도, 90년대 후반 태어난 10대들은 노이즈를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예를 들면 활동했을 당시에는 노이즈 만큼 큰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그 이후에도 헬스장, 클럽 등에서 꾸준히 들려왔던 루머스의 'storm'과 달리 노이즈의 '상상 속의 너'는 크게 회자 되지는 못한, 딱 90년대 추억의 댄스곡이었다. 그렇다고 '너에게 원한 건', '상상 속의 너'가 보통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즐겨부를 수 있는 스타일의 노래는 아니다. 그래서 '상상 속의 너'는 이날 방송에 등장한 30,40대 판정단은 모두 이 노래를 기억하고 있지만, 10대 판정단 중에서는 '상상 속의 너'를 아는 이가 하나도 없는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90년대 엄청 잘나갔던 노이즈를 알 턱이 없는 10대들에게 이 20년이란 엄청난 간극을 메워주는 이들은 다름아닌 쇼맨으로 등장한 걸그룹 '레드벨벳'과 '오렌지 캬라멜' 이었다. 걸그룹의 홍수 속에서도 특유의 상큼 발랄한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는 이들의 역주행송은 그들의 독특한 색깔이 물씬 묻어난다. 노이즈 특유의 흥겨움 보다도 각각의 걸그룹 색깔에 맞게 아예 새롭게 탄생한 노래였다. 그래서 글쓴이처럼 원곡에 대한 향수가 짙은 사람들에게는 아이돌 쇼맨들의 무대가 아쉽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노이즈를 이날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안 세대에게는 쇼맨들이 재해석한 리메이크송이 더 좋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레드벨벳과 오렌지 캬라멜이 노이즈에게 헌정한 역주행송도 좋았지만, 한 때 '상상 속의 너'를 정말 좋아했던 팬으로서 노이즈를 <슈가맨>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천성일이 함께 하지 못한 완전체 노이즈는 아니었고, <슈가맨>이 아니라 진작에 <토토가>에 나와 주목받아야하는 그룹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많은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를 고사해오던 노이즈가 <슈가맨> 출연에 기꺼이 응한 건, 그만큼 우리가 한 때 사랑했던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슈가맨>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 아닐까. 


그야말로 다른 의미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가수가 등장했지만, 아직 우리는 <슈가맨>을 통해서 보고 싶은 추억의 옛 가수들이 많다.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가수 겸 작곡가 김현철이 잠깐 언급한대로, '넌 언제나'를 부른 모노의 김보희도 있고, 자자의 '버스 안에서', 스페이스A '섹시한 남자' 등 돌이켜보면 90년대 참 좋은 노래들이 많았다. 아, 에코의 '행복한 나를'을 빼놓을 수 없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소방차, 박남정 그리고 경쟁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매력 발산 중인 김완선도 <슈가맨>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이 분들은 <슈가맨>에 출연하기엔 엄청난 스타라서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슈가맨으로 등장하는 가수들은 오랜만에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좋고, 시청자들은 노래에 얽힌 옛 추억을 응답할 수 있고. 평소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그리 많이 보지 않는 글쓴이가 유독 <슈가맨>만큼은 빠짐없이 챙겨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시즌제로 제작된다는 말이 있던데,  개인적으로 <슈가맨>을 통해 만나고 싶은 추억의 옛 가수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만큼, <슈가맨>이 오래오래 방영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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