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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김장겸 도망과 비교된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이것이 진정 각본없는 예능의 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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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MBC <무한도전>을 보았다. 지난 2일 <무한도전> 예고에 등장한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이 흥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재석의 '잠깐만'은 아주 잠깐 동안의 방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미있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누구와 대화해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국민MC 유재석이니까 가능한 기획이었다. 




하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특집, '무도의 밤' 일환으로 진행된 '잠깐만'은 놀랍게도 유재석의 메인 아이템이 아니었다. 진짜는 따로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재석의 메인 아이템은 다음주에 볼 수 없다. 왜나하면 9월 4일부터 MBC 전체가 총파업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김태호PD가 이끄는 <무한도전>은 애초 파업 참여를 결정짓고, 총파업 전, 9월 2일 방영분만 정상 방송하기로 시청자들과 약속하였다. 지난 2012년 파업으로 인한 6개월의 공백도 참아낸 <무한도전> 시청자들인데, 파업 참여로 인한 결방 당연히 기다려줄 수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부디, MBC 정상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얻어내고 시청자들의 곁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5년 전과 달리 MBC를 둘러싼 주변 상황이 많이 좋아졌기에 당연히 MBC 또한 곧 정상으로 돌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문제는 여전히 버티고 있는 '공범자들'이다. 


지난 1일 방송의 날 기념행사 도중 체포영장이 발부 되었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행사장 밖으로 도망간 김장겸 MBC 사장을 보고 있으니, 요즘 왜 그리도 영화, 드라마, 예능이 재미없게 느껴지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고심 끝에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공영방송을 망친 사장님이 도망가는 현실이 더 재미있고 기가막힌데 웬만한 예능, 드라마, 영화가 눈에 들어오는게 쉽지 않다. 그래도 지난 2일 <무한도전> '유재석의 잠깐만'에 등장한 시민들은 보기만 해도 정겹고 즐거웠다. 공영방송을 망치고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가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도망가기 바쁜 누구들과 달리, 자신이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시민들은 유재석과의 토크에 있어서도 머리를 굴리거나 재는 법이 없다. 사전 준비 없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무리수임을 잘 알면서도, 유재석이 거리에 나선 건,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이 있는 토크쇼에는 볼 수 없는 생경함에서 오는 순수한 재미를 보여주고자 함이 컸다. 


지난 1일 방송의날 행사 도중 부리나케 행사장을 떠난 김장겸의 도망도 각본없는 드라마 였다. 만일, 김장겸 사장이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다는 소식을 알았으면, 그는 아예 행사장 자체에 오지 않았을 것이고 진작에 잠수를 탔을 것이다. (그러다가 김재철 전 MBC 사장처럼 호텔 로비에서 발견???)   하지만 김장겸 사장은 방송의날 기념행사 도중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알게 되었고, 급히 행사장을 빠져 나간다. 불과 몇 십 분전 행사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사퇴를 요구하는 MBC 노조원들의 외침을 뒤로하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패기는 어디가고 뒤꽁무니 내뺀 채 도망가기 바쁜 김장겸 사장의 신세가 참으로 웃기면서도 허망하게 느껴진다.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 이후 MBC는 지난 1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며, 김 사장이 구속되더라도 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맞서겠다는 포부를 밝힌바있다. 한편 같은 날, 비슷한 시간  전주MBC 뉴스데스크에서는 9월 4일 있을 총파업을 알리며,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강조하는 앵커 멘트가 나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글쎄, 지금까지 공영방송 정상화와 방송의 독립을 외치는 임직원들을 탄압하고, 짓밟기를 밥먹듯이 해왔다는 정황만 해도 여러 건인 현재의 MBC가 언론 탄압, 방송의 독립을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방송의 독립'이라는 단어는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MBC 안팎에서 싸우던 양심있는 언론인들에게 더 잘 어울린다.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무한도전>는 지난 2012년에 이어 다시 한번 무기한 결방을 택했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된 MBC에서 유재석이 '무도의 밤'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메인 아이템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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