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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육아, 살림 친정 엄마에게 떠맡긴 적반하장 딸. 이건 '안녕하세요'가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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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방영한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딸의 육아, 살림 등을 모두 떠맡은 어머니의 사연이 소개되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그런데 모든 살림을 엄마에게 미룬다는 딸의 상태를 보니, 이 모녀를 둘러싼 상황이 <안녕하세요> 출연을 통해 단박에 해결될 고민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영자와 시청자들의 분통을 터트리는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 <안녕하세요>에서도 역대급 사연으로 불릴 만한 모녀의 갈등은 딸의 출산 이후 본격화된다. <안녕하세요>에 잠깐 언급된 사연을 통해 결혼 전에도 우울증을 앓고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딸은 출산 이후 더욱 신경이 예민해지고, 육아와 결혼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친정 어머니께 해소하고자 한다. 


이 딸이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집안일과 육아를 모두 친정 엄마께 떠 맡기려 한다는 것. 육아가 쉬운 것이 아니기에, 친정 어머니 등의 손길이 필요할 수 있고, 때로는 전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업 주부로 지내는 딸이 살림과 육아 외에 딱히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니요, 주중 뿐만 아니라 주말부부로 지내는 남편이 집에 오는 주말에도 모든 것을 친정에 의탁 하려는 태도는 딱히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60이 훌쩍 넘은 친정 엄마는 딸의 육아, 살림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매일 식당에 나가서 일을 하는 상황. 이제 연세도 있는지라 식당일도 힘든데, 혼자서 온전히 집안일을 감당할 수 없다는 딸의 뒤치다꺼리까지 다 하려다보니, 친정 엄마도 힘이 부친 상황. 그런데 딸은 자기 대신 살림을 도맡아서 해주는 친정 엄마께 감사한 마음을 갖기 보다, 자신의 연락을 늦게 받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생기면 바로 화를 낸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예민함 때문에 친정 어머니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는 것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모든 문제를 다 엄마 탓으로 돌리기 일수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적반하장 딸에 이어, 30대 중반에 접어든 아들조차 여전히 엄마에게 의존하려는 증상이 심하다는 것. 도대체 이 가족은 어디에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분명한 사실은 이 가족의 문제는 결코 <안녕하세요> 일회성 출연으로 해결될 고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연을 접한 몇몇 시청자들은 방송에 출연한 딸을 두고 조심스레 '경계성 지능장애(지능지수(IQ) 70에서 85 사이,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상태) 혹은 '경계성 인격장애정서·행동·대인관계가 매우 불안정하고 변동이 심한 이상 성격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인격 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기 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방송에 등장한 딸이 그런 증상이 있는지는 정신과 전문의의 정밀 검진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그만큼 이 딸이 처한 상황이 <안녕하세요> 출연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안녕하세요> MC와 게스트 마저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했던 이 모녀의 사연은 체계적인 정신과 치료, 혹은 가족 심리 상담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사연의 주인공인 어머니의 사연도 안타깝지만, 딸 또한 마음의 상처가 너무나 커보이기 때문에 이를 먼저 치유해주고 딸의 행동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딸의 잘못된 행동만을 탓하고, 태도 변화를 요구한다고 결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안녕하세요>를 보다보면, 이 모녀 사연 뿐만 아니라 <안녕하세요>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이 부지기수로 등장한다. 그나마, 지난 주 아내에게 모든 살림과 육아를 떠맡기며 남 일에 앞장선다는 남편의 이야기는 양반에 속한다. 이 문제는 철저히 남편의 오지랖에서 비롯된 갈등이고 남편 또한 워낙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유독 강할 뿐이지, 정상적인 인지 능력은 있어보이는 남자이기에 변화 의지만 있다면, <안녕하세요> 출연을 통한 각성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연이었다. 


하지만 14일 방송에 등장한 모녀의 사연은 이런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안녕하세요>의 겉핥기 고민 상담이 아니라 전문가의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가 뒤따라야하는 문제다. 방송에 나와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딸에게만 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시청률 욕심에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가족을 <안녕하세요>에 내보낸 제작진이 가장 문제있어 보인다. 사연의 주인공을 힘들게 하는 상대방의 문제적 행동만을 다그치기 급급하다, 급 훈훈한 마무리를 강조하는 <안녕하세요>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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