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무한도전 하얀거성 역지사지와 초심이 만든 웃음과 감동

반응형




어제 무한도전판 시크릿가든 '타인의 삶'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였습니다. 학창시절 (모)범생에 근엄한 표정으로 사실 것 같은 의사선생님이 생각보다 빨리, 박명수에 완벽 빙의가 되었던지라 오랜만에 무한도전을 좋아하지 않는 저희 아버지께서도 활짝 웃으면서본 방송이 아니였나 싶네요. 박명수와 의사와의 뒤바뀐 삶에서 발생하는 헤프닝과 예기치못한 돌발 웃음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무한도전이 사회지도층이 몸소 실천해야하지만,뒷짐만 지고 있었던, 이세상의 모든 짐과, 공익성을 버리고 추억의 게임 '거꾸로 말해요 아하' 등 초기 무한도전으로 회귀한 움직임들이 오랫동안 무한도전 시청자로서 상당히 반가울 뿐입니다.



아마 무한도전은 타인의 삶을 기획하면서, 일일 무도멤버 체험을 한 시청자분들이 잠시나마 무한도전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시라는 겸, 7년 전 무한도전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을 위한 특집은 기획한 것 같습니다. 예전 무한도전으로 돌아간답시고, 마냥 옛날 식대로 돌아가면, 늘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무한도전이 아니잖아요. 타 방송사 드라마이긴 하지만, 요즘 최고의 화제작은 '시크릿가든'의 영혼 체인지를 적절히 패러디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한도전 초창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바람까지 들어주는 무한도전 제작진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무한도전 타인의 삶 주인공은 무한도전에서 호통과 악역을 맡고 있는 버럭 박명수였습니다. 그가 하루동안 바꿔야할 분은 다름아닌 모 종합병원에서 재활의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의사였습니다. 전날 모여, 대충 자신들의 위치와 삶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고, 코치까지 넣어준 두 사람은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서로의 직장에 지각을 하고 맙니다. 하얀거성의 꿈을 이룬 박명수 재활의학과 교수님은 우아하게 종합병원 교수님 놀이를 즐기고 있다가, 그만 과장님에게 한 시간 늦게 지각을 하였다고, 거센 호통을 듣게 됩니다. 평소에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호통을 치길 좋아하는 박명수는, 전날 과장님이 화내실 때는 가만히 있으라는 조언을 받은지라, 가만히 듣기만 할 뿐입니다. 박명수의 지각으로 분위기가 싸해지고,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갔는데, 온통 박명수는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에 의학 전문 용어로 쩔쩔 맬 뿐입니다. 이윽고 동영상이 나와서 조금 알아볼 것 같지만, 설명은 죄다 영어, 게다가 과장님은 박명수 교수님에게 사진 속의 환자에 대한 상태를 질문합니다. 당연히 알 턱이 없는 박명수이지만, 역시 적재적소에 웃음을 터트려, 싸해진 분위기를 풀고, 화를 잘 내시긴 하지만, 박명수 못지 않게 웃긴 과장님의 웃음꽃을 활짝 피우게 합니다. 비록 요즘 박명수의 슬럼프다, 재미없다 등으로 여러 말이 많긴 하지만, 역시 박명수의 장점은 순발력과 재치있는 애드립이 강점인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빨리 의사선생님에 적응해가는 박명수 교수님과는 달리, 빅명수는 처음 낯선 분위기에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많이 긴장한 듯 싶습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의사선생님이라도 뉴스에 잠깐 의학에 대해서 인터뷰하는 거랑, 예능에서 자신이 전면으로 나서서 우스개소리를 한다는 것은 정말 차원이 다른 문제죠. 아마 무한도전 멤버들 못지 않게 앞에 나서길 좋아하고, 평소에도 분위기 메이커로 맹활약을 하지 않으면, 누구나 다 빅명수와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게다가 빅명수는 평소 박명수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부드럽고 점잖은 재활의학과 교수님. 처음에 카메라 앞에 적응안되고 어설프게 박명수 흉내내는 김동환 교수님을 보고 과연 어제 무한도전 재미가 약간 걱정되기까지 하더군요.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다보니, 빅명수역시 무한도전 분위기에 완벽 빠져들어, 제대로 동화된 느낌입니다. 재활의학과 교수님이신데 20여년동안 운동한 일이 거의 없으시고, 아무리 게임이라도 꿀밤때리기, 바가지로 머리 맞기에 거부감이 들 불혹이 넘으신 나이에도, 너무나도 열심히 달리시고, 게임도 잘하셔서 오랜만에 무한도전 기획의도인 대한민국 평균 이하 콘셉트가 제대로 발휘되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정준하의 부담스럽고 눈치없는 바보컨셉, 작년 한해 무한도전을 빛낸던 미존개오 정형돈이 무시당하는 등 몇 년 전 무한도전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구요.

한편 의사놀이에 맞들린 박명수는 회진이 끝난 후,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동료 의사들과 회진을 합니다. 재활의학과, 척추 전문의들인지라, 환자분들 전부가 뇌졸증, 마비 증상을 보이는 상태입니다. 역시나 과장님은 병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박명수 교수님에게 질문을 하시고, 역시나 박명수는 재치있는 답변과 웃음 진료로 오랜 병동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간만에 환자 상태 파악에 큰 도움이 되는 질문을 던지더니, 그 뒤 다시 무식이 제대로 드러라는 발언으로 역시나 박명수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구요. 특히나 박명수가 회진을 하는 도중, 불편한 몸에도 웃으면서 촬영에 협조해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자막이 눈에 띄더군요.

마지막으로 박명수 교수님은 13살의 이예진과 대면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예쁘고 똘망똘망한 소녀였지만, 갑자기 찾아온 마비로 몸의 왼쪽을 쓸 수 없고, 한창 뛰어놀 나이에 병원에 갇혀 지낼 수 밖에 없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어린이였습니다. 하지만 예진이를 잘 모르는 박명수 교수님은 예진이보고 잘 생겼다는 큰 실수를 범하고 맙니다. 비록 오랜 수술로 마비 증세로 많이 달라진 외향을 갖추었지만, 예진이는 누구보다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였습니다. 결국 박명수가 올 때부터 웃음으로 맞이하던 예진이는 눈물을 글썽이게 되었고, 박명수는 호통으로 급 수습하려고 하지만, 예진이의 눈물을 거둘 수는 없었습니다. 애써 재치로 박명수가 상황을 모면하고, 결국 예진이가 박명수보고 영화배우보다 못생겼다는 농담으로 서로 화해하였습니다. 너무나도 미안해진 박명수는 예진이의 재활을 위해서 왼쪽 손을 꼭 잡았는데, 그 순간에도 애써 밝게 웃어보이는 예진이와, 본의아니게 예진이의 마음을 다치게한 것 같아 그걸 풀어주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박명수의 노력에 순간 눈물이 핑 돌더군요.



생각보다 심신을 지치게 하는 회진을 마치고, 박명수 교수님은 '사회지도층의 소박한 식사'를 마치고 정작 본인은 알아듣지 못하는 강의를 듣고, 학생들과 즐거운 질문타임과 조언을 하고 난 뒤, 다시 마음에 크게 걸리는지 예진이가 있는 병동에 다시 방문합니다. 예진이 역시 박명수 교수님을 반갑게 맞아주며, 과자를 선물로 주고, 박명수 역시 예진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오랫동안 입원생활로 오만 약에 지쳐가던 예진이는, 비타민과 영양제들을 예측했으나, 박명수가준비한 것은 박명수와 꼭닮은 웃기게 생긴 피규어. 예진이가 보고 웃고 힘내라고 준비한 선물입니다. 한창 예쁘게 꾸미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 나이에 마비증상이 와서 병원 신세를 져야하지만,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예진이가 빨리 나아, 소심한 대범이랑 재미있게 놀고, 다시 긴 생머리도 기르고, 어여쁜 얼굴로 돌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예진이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와 질병으로 의사선생님의 손길이 절박한 환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의사들은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보다 돈도 잘 벌고, 큰 수술이 필요없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안과를 더 선호하는 추세이고, 정형외과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또한, 본의 아니게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올린 종합병원 약제 급상승으로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의사와 병원에 대한 불신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렸을 때부터 줄곧 엘리트 코스만 밟은 사람들이라 과연 진심으로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하얀거탑의 장준혁처럼 자신의 야망의 수단, 돈벌이 수단으로 환자를 보지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환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박명수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법을 조언받고 바로 안경을 웃기게 쓰는 자세를 보인 의사와, 점잖은 의사선생님답지 않게 호탕한 웃음소리로 의사에 대한 편견과 벽을 무너뜨리는데 앞장서신 김동환 교수님을 보니, 하얀거탑 장준혁 영향탓인가, 조금이라도 날카로워보였던 정형외과 의사들에 대해서 거리감이 조금은 사라진 듯 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도 비록 일일 의사이지만 예진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예진이의 마음을 읽고,예진이를 낫게할 의술은 없지만, 예진이를 진심으로 낫게하고 싶은 박명수의 애뜻한 마음이 바로 우리들이 원하는 진정한 의사가 아닐까 싶네요. 장준혁같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의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환자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의사들과 병원이 많아졌으면 하는 약간의 바람도 생기더군요. 그러나 자꾸 저같은 서민들이 생각하는 의사를 비롯한 사회지도층은 서로 바뀐 인생을 살아보고 있는 박명수와 김동환 교수님의 전화통화 내용처럼 우리같은 사람들과 말도 섞지 않으려고하는 고귀한 분들로만 보인다는 것이겠죠. 저같이 비천한 서민들과 한번 몸을 바꿔봐야할 사람들은 시크릿가든의 사회지도층 김주원이나 김동환 교수님이 아니라 병원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애써 소박한 모습을 몸소 보여주시면서 정작 자신들만의 리그에 빠져 시크릿가든 문분홍여사님처럼 무시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서민들의 애꿎은 속만 박박 긁고 계시는 그분들이 아닐까 싶네요. 타인이 만들어낸 위기설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때로는 그들의 입장에서 요구를 수용하며, 그동안 쌓아놓았던 모든 것을 제쳐놓고 가끔은 초심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무한도전이야말로, 우리들, 그리고 사회지도층이 절실히 가져야할 자세가 아닐까 싶네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