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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외면받는 공익예능 속 찬사받는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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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지난 16일 1박2일 외국인 근로자 가족상봉편은, 그동안 1박2일이 추구해왔던 야생 복불복 대박 웃음에 배반되는 행위였습니다. 작년 자유여행 겸 송별회에서 멤버들 모두 사랑한다면서 감동 모드로 만들다가, 미리 숨겨놓았던 고추냉이가 섞인 케이크로 야외 취침 복불복을 결정하는 잔인하기 그지 없는 버라이어티였죠. 그 덕분에 비난도 많이 듣고 복불복빼곤 식상하다는 말도 더러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그런 얄짤없는 컨셉으로 오늘날 1박2일이 여러 위기에도 극복하고 일요일 저녁 예능 절대강자로 오랫동안 군림해왔죠.


그런 1박2일이였기에, 1박2일의 자랑이라는 잠자리 복불복을 과감히 없애버리고 쉴새없는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제대로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또한 냉정히 따져보면 외국인 근로자 가족들의 영상편지를 보여주고, 가족들을 직접 만나게 해주는 건 교양 '러브 인 아시아'와 별 차이도 못느끼게하는 컨셉으로도 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상하게도 1박2일은 지난주 이승기와 김종민을 혹사시켰다는 비난도 묻혀버리고, 안티들마저 감동시켰다는(?) 호평을 얻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1박2일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만날 밥먹고 복불복해도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인지라, 예능인데도 불구하고 웃기지도 않고, 교양 한 편 찍어도 감동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청률은 항상 잘나오는 1박2일이라고 하지만, 늘 이번 외국인 근로자 가족상봉처럼 호평과 좋은 평가만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1박2일을 정말로 즐겨보는 어르신들은 뭘해도 재미있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번주까지만해도 가학성 논란이 거세거 일어났고, 흡연장면 논란, 6시 내고향 리바이벌 등 알게 모르게 혹평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동정심을 유발하게 한다는 이유로 이번 외국인 근로자편을 좋게 보지 않는 분들도 계시구요.

하지만, 1박2일이 그동안 추구해왔던 웃음을 버리고, 질질 짜게 하는 방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1박2일의 과감한 시도는 가히 성공적이였고, 박수받아 마땅하다고봅니다. 제 아무리 30%가 넘고, 뭘해도 좋다는 강력한 지지층이 있다고 하더라도 요즘같이 공익예능이 철저히 외면받는 시기에 생각지도 못한 1박2일이 전격적인 공익예능들이 하지 못했던 감동을 선사하고, 우리 대중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는 것은 가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어떤 분은 과거 일밤과 느낌표의 공익예능을 1박2일 나영석PD식으로 재귀환 시켰다는 평을 할 정도니까요.

과거 '이경규가 간다-양심냉장고' 이후 그저 별 생각없이 웃기기만 했던 예능계에 감동과 공익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제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그 방송사는 일밤은 물론이고 느낌표라는 공익을 위한 공익 예능을 선보여 대한민국 사회에 적잖은 변화와 충격을 안겨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공익'과 '감동'으로 MBC 일요 예능을 다시 살려보겠다는 야심찬 움직임은 처절히 무너졌고, 역시나 타 방송사의 공익 예능도 조기 종영 혹은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본격적인 공익 표방 예능들이 설 곳이 사라져가는 현재 대한민국 예능 트렌드에 웃음을 잃어버린 1박2일이 어느 때보다 호평을 받았다는 것이죠.

1박2일은 본격적으로 공익을 위해 달리는 예능이 아닙니다. 단지 이번 외국인 근로자 편은 새해맞이 특집편이였고, 다시 다음주에는 1박2일답게 여행의 즐거움을 알리고,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된 복불복과 몸개그가 우리 시청자들의 배꼽을 빠지게 할 것 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이번 한 주가 웃기지 않고 되레 우리 대한민국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들 일자리 빼앗고, 한국에서 몹쓸짓을 저지른다는 동남아 인들로 울리는 방송을 하더라도, 같이 울어주는 동정심을 발휘하면서 다음주 1박2일을 기다리는 일종의 자비심을 보여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번주 1박2일 방송은 지나치게 이기적으로까지 보여지는 복불복으로 약간의 반감을 가지게된 사람들도, 심지어 여전히 우리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남기는 착한 공익 예능에 목말라하는 시청자들에게도 한줄기의 샘물과 같았습니다. 오히려 1박2일로 인해 왜 그동안 공익 예능들이 좋은 일함에도 철저히 외면받았는지 어느정도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과거 공익 예능이 주류를 형성할 시점에는, 이제 막 기부와 사회참여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질 시기였습니다. 그 덕분에 재미가 없어도 의무감에 꼭 봐야할 프로그램이라고 열성적으로 시청을 하였고, 티비 속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는 불쌍한 사람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습니다. 그런 불우 이웃들이 TV를 통해 동화 속에나 나올 그림같은 집을 가지고, 가게도 얻고 이것저것 얻었을 때 우리는 그게 그들을 위한 최선일 줄 알았습니다. 네 그 때는 정말 그렇게 도움을 줘야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고, 그 당시보다 나라 전체 경제는 성장하고 생활을 풍요로워졌을 지 몰라도, 우리 서민들의 정신적 빈곤은 그 때보다 더 심각해졌습니다. 예전보다 기부를 하는 사람이 증가를 하고 있다고하나, 요즘 다시 찾아온 경제 여파와 물가 상승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한마디로 내 살기도 어려워 죽겠는데, 나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 챙겨줄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죠. 그러나 지금도 방송을 통한 성금 모금과 기부를 보면, 한 두푼 모아서 좋은 일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을 보면, 여전히 우리 사람들은 이타심도 있고, 이웃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죠. 다만 이제 우리가 그들을 도와주면서, 예전처럼 마냥 불쌍하게 만들어 놓고 동정을 베풀어야하는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죠.



경제적으로 어렵고, 몸이 불편한 분들을 도와주고 그들에 대한 도움을 호소하는 방송은 있어야합니다. 그러나 예전 공익을 표방했던 일밤은 물론, 폐지당한 '야행성', 심지어 지금 KBS에서 방영 중인 '명 받았습니다' 까지 지금같이 팍팍한 시대에 훈훈한 일을 한다는 것에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보는 사람 심기 불편하게한다는 점은 지울 수가 없네요. 분명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 불쌍한 이웃 도와주고 있어요, 봉사활동 하는 모습밖에 없었습니다. 예능이라고 하는데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보는 사람 모두 공감시키고 감정이입할만큼 대단한 감동을 선사한 것도 아니였죠. 게다가 글로벌 나눔 프로젝트였던 초반 일밤의 '단비' 같은 경우에는 감동과 울음에 지나치게 집착을 한 나머지, 단비 측이 도와주는 사람들의 아픈 과거를 제대로 건드려놓고 임시방편 선물해놓고 애써 눈물을 질질 짜게하는 식이였죠.

하지만 1박2일은 결코 외국인 근로자를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불쌍한 존재로만 그리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삼신할미 랜덤 잘못타서 너무나도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공부를 잘했어도,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면서 낯선 나라에 와서 갖은 멸시는 물론, 이제 같은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잠정적 범죄자로 오인받는 고생을 하고 있을 뿐이죠. 우리가 도움을 줘야할 동남아 출신 근로자이기 이전에, 손님이기 때문에 제대로된 복불복은 할 수 없었지만, 그들 역시도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1박2일이라면 누구나 다 해야할 복불복에 참여했고, 단지 우리들과 문화와 풍습 생김새만 다를 뿐, 영락없는 우리의 친구라는 것을 강조했을 뿐입니다. 딱히 생각지도 못했던 아내와 눈에 밟히는 어린 딸을 보고 통곡을 하던 까르끼의 눈물과, 먼 나라에 일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미안한 아낄 어머니의 아픔이 동남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와 가족들만 느끼는 고통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70,80년대 돈을 벌고자 가족과 이별하여 중동에서 좋아하는 삼겹살도 못먹고 땀을 흘리며 일을 해야했고, 독일로 광부나 간호사로 취업을 하신 분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요. 또한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군대나 교육 문제로 가족과 멀리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분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계시구요.

어쩌면 1박2일의 외국인 근로자편은 지난 1,2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근로자를 지나치게 옹호한다는 일부 비난을 받으며서, 다른 공익 예능들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감동 위주, 생색내기 방송으로 간다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었을 일종의 모험이였습니다. 만약에 1박2일 또한 외국인 근로자 노동자들을 위한 방송을 한답시고, 기존의 공익 예능들과 마찬가지로 마냥 불쌍한 사람들, 무조건 감싸줘야할 사람들로만 그려냈다면, 현재 불법 체류자 외국인들이 저지리는 이면을 간과한채 지나치게 외국인들을 미화해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1박2일은 다른 공익 예능과는 달리, 단순한 동정심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우리가 함께 가야할 동등한 입장에서 그들을 대했습니다.  이번 외국인 근로자 특집을 시작했을 때부터 강조하다시피 그들은 우리들의 친구고, 단지 우리들과 다름이 있을 뿐, 우리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정의할 때부터 그들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나영석PD와 1박2일 제작진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죠. 그리고 방송 엔딩에서 보이다시피, 이번 방송은 법무부와 출입국 관리소 등의 협조를 받아, 문제가 될 만한 불법 체류자 옹호 방송이 아닌, 합법적으로 한국에서 성실히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선별하여 방송을 한 제작진의 세심한 노력도 엿보였습니다.

그들을 향한 진정한 배려와 도움은 단순히 그들을 마냥 불쌍한 자로만 보고 비추는 것이 아닙니다. 동정심 차원에서 베푸는 호의도 아닙니다. 비록 지금 사정상 경제적, 신체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차이가 있을 뿐,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부끄러움을 알고, 웃음도 있고,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랑을 하고 싶고,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애정이 들끓는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동정심 유발 이상으로 보통 아버지로서의 애끓는 눈물과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을 보여준 이번 1박2일은 그동안 복불복과 생각없는 웃음으로 오해받았던 1박2일의 숨겨진 저력과 과시함과 동시에, 아울려 진부한 웃음이 아닌 공익과 감동만을 표방했던 공익 예능들에게 한 수 가르침을 주는 뜻깊은 방송이 아니였나 싶네요.  또 1박2일이 이번 특집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보았던 눈높이 동등한 시선을, 사회지도층의 넓은 아량과 동정과 자비를 베푼답시고, 오히려 서민들에게 상처만 안겨주는 그분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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