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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오딘의눈 일밤 단비 보는듯한 아쉬운 교양퀴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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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날만큼, 볼만한 설날 특집 프로그램이 드물었던 적도 없었을 겁니다. 물론 요즘 인기있는 아이돌의 팬이라면, 볼게 너무 많아 부모님의 눈치를 봐가면서 신나게 볼 수 있겠지만, 반면 그러지 않은 대다수 세대들은 이제는 명절날 tv에서조차 소외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평소 30%중반에 육박하던 kbs 일일연속극 '웃어라 동해야'가 명절 여파로 시청률이 20% 후반으로 추락을 할 정도로 중년 여성들이 tv를 마음대로 보지 못하는 명절이지만, 아무리 요즘 대세가 아이돌이고, 명절에 10대들과 젊은층이 tv를 많이 본다고해도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아이돌들에게 열광을 할 것이라는 착각은 그야말로 번지수 제대로 잘못 짚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놀러와 세시봉 콘서트'뻬고 모든 설 특집 프로그램이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을 단순히 아이돌 탓으로만 돌릴 수 없어요. 단지 아이돌의 끼와 미모에 기대서, 매년 연휴마다 반복되는 장기자랑, 체육대회, 심지어 한 때 유행했던 짝짓기 놀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이디어 없는 방송국 관계자들의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죠.


설날 명절 가장 피크라는 저녁 시간대가 아이돌의 장기자랑, 짝짓기로 소모되고 있을 동안, 사람들이 tv를 거의 보지 못하는 오전 시간대에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대에 두 퀴즈 프로그램이 맞붙게 됩니다. 어르신, 어린이들 보기에 민망한 의상을 입고 누가 더 망가지나 대결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식이라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더 좋아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시간대가 문제입니다. 그래도 오전 시간대 퀴즈 프로그램인데 mc와 출연진들도 화려한 편입니다. 우선 mbc 오딘의 눈은 김구라,유세윤,김신영,박휘순을 mc로 내세웠고, sbs의 '재미있는 퀴즈클럽'은 김용만, 정형돈, 싸이먼디,리지가 출연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퀴즈클럽은 정형돈의 아내 한유라가 작가로 참여하여, 프로그램 초반부에 남편 내조격으로 카메라에 얼굴을 내비추는 등 큰(?) 화제를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덕분에 경쟁작 오딘의 눈은 별 주목을 받지 못한 반면, 재미있는 퀴즈클럽은 정형돈-한유라 부부가 호흡을 맞췄다는 화젯거리 덕분에 실시간 검색어에도 뜨는 등 나름 홍보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평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딘의 눈, 재미있는 퀴즈클럽 모두 향후 정규편성을 목표로 하는 퀴즈 프로그램입니다. 오딘의 눈이 재미보다는 지식전달 위주 식이라면, 재미있는 퀴즈클럽은 퀴즈보다 몸개그와 웃음에 더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특히나 오딘의 눈은 김구라,유세윤,김신영 등 어디가나 일정 분량의 웃음을 유발하는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캐릭터를 어설프게 순화시키는 한계점을 내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저 mc들의 재치있는 말솜씨만 곁들어서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상식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그칠 뿐이였습니다. 무릎팍도사에서 유세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건방진 프로필을 어설프게 패러디한 '공손한 프로필'도 유세윤에 대한 실망감만 자아냅니다. 아마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얼굴을 비닐랩에 감싼 김신영과 박휘순의 희생이 없었다면, 초호화 예능인들을 앞세웠지만, 지식 전달에 충실한 교양프로그램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반면 재미있는 퀴즈클럽은 한 때 sbs에서 방영했던 '신동엽의 있다없다'를 차용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mc들이나 게스트들이 정답을 맞추지 못하면 해골을 주고, 가장 해골을 많이 받은 사람이 벌칙을 수행하는 긴장감을 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딘의 눈은 지식전달 프로그램에 충실한 나머지,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아주는데 급급한데 반해, 재미있는 퀴즈클럽은 오로지 웃음과 재치 유발로 퀴즈와 지식을 이용했다는 것이 두 프로그램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아닐까 싶네요. 

본의아니게 두 퀴즈프로그램과 비교를 하게 되었지만, 아마 지금 이대로 정규편성에 들어간다면, 재미있는 퀴즈클럽은 어느정도 선방할 수 있는 반면, 오딘의 눈은 요즘 mbc가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들처럼 시작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관심사밖에 있다고 결국 소리소문도 없이 없어지게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분명 지식전달면에서는 오딘의 눈이 더 효과적이긴 합니다. 그러나 오딘의 눈은 상식쌓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모를까, 편한 마음으로 흘려보기에는 여러가지 불편한 요소들이 보입니다. 분명 좋은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이고,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지식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웃기는 출연진들을 섭외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고 유익한 프로그램이지만, 역시나 좋은 기획의도를 가지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앞장섰지만 결국은 폐지를 한 일밤의 단비와 마찬가지로 과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추석, 호불호가 엇갈리긴했지만, 나름 반응이 뜨거웠던 '여배우의 집사'를 덜컥 정규편성해버렸다가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mbc 예능국이지만, 이번에도 내심 설날에 내놓은 파일럿 프로그램이 여배우의 집사처럼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무사히 정규 예능으로 안착하기 바랬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mbc가 야심차게 내놓은 설 특집 프로그램 중에서 '여배우의 집사'는 커녕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프로그램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뭐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뿐만인가요. 현재 mbc 예능은 도대체 예능을 하겠다는건지, 다큐를 찍는 건지, 아니면 남들이 하는거 어설프게 따라하는데 족하는지 묻고 싶을 따름입니다.

만약에 mbc가 시청률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공중파답게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송을 만들겠다면,단비나 오딘의 눈 모두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이 사회에 꼭 필요하고, 예능에 맞서 그럭저럭 시청률이 나오던 시사프로그램도 폐지하고, 그 자리를 채운 '여우의 집사' 마저 2달안에 폐지하는 방송사에서 과연 시청자들에게 유익하다고 시청률도 좋지 않는 예능을 계속 방영할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mbc의 내부 사정을 거론하기 이전에 뭐니해도 mbc의 일요일 간판 예능(?)인 일밤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예능의 기본 자체를 망각한 것 같아,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늘 똑같은 패턴 반복 혹은 정규적인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발상의 전환 조차를 시도해보지 않는 다수의 예능 제작진들이 즐비한 가운데서, 비록 웃음은 없지만, 나름 기존의 프로그램과 차별화하고자 했던 오딘의 눈 제작진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번 오딘의 눈을 보면 프로그램 성격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긴 하지만 감동 예능으로 회귀한다면서, 의뢰인 상처 끄집어내서 펑펑 울게한 뒤 사탕주고, 그 와중에 mc들의 말장난을 섞으면서 애써 다큐멘터리를 예능으로 포장하고자하는 지난날 일밤 단비를 보는 것 같아 이게 과연 mbc 예능의 한계인가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웃기기만 한 예능의 한계를 뛰어넘어 아나운서를 공개 오디션으로 뽑고, 심지어 매시간마다 노래자랑으로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는 자세도 좋은데 예능의 덕목은 웃음과 재미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 때 웃음은 물론이고 여러 토끼 다 잡은 mbc 제작진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심히 아쉬울 뿐입니다. 과연 무한도전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로 급변한 새로운 예능 트렌드에 적응을 못해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일까요?  부디 오딘의 눈은 정규편성이 된다면, 예능적인 요소를 좀 더 추가하여, 요 몇년 간 일밤의 소리소문도 없어진 코너들과 여우의 집사와는 달리 시청자들에게 웃음, 지식 두마리 토끼를 골고루 잡은 오랫동안 사랑받는 장수 퀴즈프로그램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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