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6월 14일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1967년 10월 9일 볼리비아에서 39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남자. 영화 <체 게바라: 뉴맨>은 시대의 아이콘인 체 게바라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생전 체 게바라가 남긴 영상과 음성으로 제작된 <체 게바라: 뉴맨>은 그의 사후 이후에도 논쟁거리인 한 인물을 최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철저히 게바라 시선에 입각하여 체 게바라의 일대기를 조명한다.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지방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에르네스토 라파엘 게바라 데 라 세르나는 원래 의학도였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본 것을 노트에 적고 사진으로 남기길 좋아했던 감수성 풍부한 소년은, 늘 책을 끼고 살았다. 


청년이 된 에르네스토는 오토바이를 타고 중남미 전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는데, 이 때 그는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중남미의 척박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 이후 그는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의사 가운을 벗고, 중남미의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위한 혁명가의 길로 뛰어들게 된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서,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체 게바라는 불과 30살이 채 안된 나이에 쿠바 혁명정부의 요직을 두루 차지한다. 





하지만 체 게바라는 현실의 성공과 권력에 안주하기보다 또 다른 쿠바, 베트남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쿠바를 떠난다. 그 뒤 콩고를 거쳐, 1967년 볼리비아에 입성한 체 게바라는 그곳에서 볼리비아 정부군, 미군 연합과 전투 도중 생포되고, 그 해 사살된다. 


비록 체 게바라는 갔지만 그의 이미지, 업적, 사상은 중남미 전역 외에도 전 세계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물결 속에서, 체 게바라는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대학생들의 우상 이였고, 그들의 사상을 지배하는 아이콘이었다. 일례로 최근 개봉작이자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은 아예 주연배우 김인권이 체 게바라의 유명한 사진을 패러디한 포스터를 내세우기도 하였다.  


세계적인 혁명가로 지금까지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리얼리스트(이상과 공상 또는 주관을 배제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묘사, 재현하려고 하는 예술상의 경향과 태도를 지닌 사람)이지만, 체 게바라는 타고난 언변가 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사색하고 글로 옮기기 좋아했던 청년이 남긴 기록들은, 형식적인 일기라기보다 한 편의 문학작품이요, 시에 가깝다. 천부적인 예술적 감각이 희대의 사상가이면서도, 작가인 체 게바라를 만들기도 하였지만 그는 치열한 전투 와중에서도 책과 시집을 놓지 않았고 죽는 날까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 노트를 놓지 않았다. 


미완성으로 끝난 그의 책 서문처럼, 게바라가 유토피아처럼 생각했던 공산주의가 막을 내리고, 자본주의가 장악한 시대. 그럼에도 제국주의에 맞선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위해 짧고 굵게 불꽃처럼 살아간 남자가 남긴 혁명의 유산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실의 안일함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뜨거운 신념에 따라 조국과 민중의 해방을 위해 스스로 행동으로 옮긴 체 게바라. 진정한 혁명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혁명이며, 어떠한 물질적 보상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어록이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게 한다. 개봉 시기 미정.


한 줄 평: 꿈을 잃어가는 그대에게 바치는 혁명가의 일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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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흔히들 현재의 20,30대를 보고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삼포세대'라고 한다. 모든 젊은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일반화하기 곤란하지만, 가뜩이나 OECD 최저 출산국을 자랑하는 마당에 나날이 떨어져가는 출산율과 반면에 나날이 높아져가는 자살율은  희망이 사라져가는 우울한 대한민국을 암시한다. 


과연 2012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가족을 테마로 한 4부작 단편을 하나의 영화로 묶은 <가족시네마>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희망적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염세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현 시대의 가족을 조명한다. 


회사에서 명퇴당하고 세상에 곧 나올 둘째 출산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중년 가장의 이야기를 시작으로(<순환선>). 화재로 어린 딸을 잃고 죄책감에 사로잡혀있는 워킹맘(<별 모양의 얼룩>). 자신의 난자 기증으로 세상에 나온 아이와 조우하게 되는 2030년 독신녀(< E.D.571 >). 출산 문제로 부당해고 위기에 처한 여직원을 둘러싸고, 여성의 임신과 육아에 이중적인 잣대를 가진 세상을 고발하는 (<인 굿 컴퍼니>) 등, 어느 하나 편안하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없다. (이중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2012년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중단편 경쟁부문에서 카날플러스가 선정하는 카날플러스상을 수상했다.)





4편의 다른 이야기를 묶어 놓은 형식이지만, <가족시네마>에 담긴 이야기들은 돌림 노래처럼 각각 겹치고, 서로 이어지는 부분이 많다. 한 예로 <인 굿 컴퍼니>에서 출산을 이유로 회사에 권고사직 당하는 여자와 직장에서 해고당한 <순환선> 남자의 비애는 실직이 일반화된 이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비극이다. 


<별 모양의 얼룩>에서 유치원 캠핑장 화재로 죽은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워킹맘의 눈물은, <인 굿 컴퍼니>에서 회사 일 때문에 밤늦게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발만 동동 굴리는 엄마들로 초점이 옮겨간다. 또한 <순환선>에서 실직 당한 가장의 꿈속에서 무능한 부모는 자식을 낳을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딸의 투쟁은, < E.D.571 >에서 양쪽 부모 모두에게 버림받고 눈물을 흘리는 여자아이와 오버랩된다. 



1997년 IMF와 함께 한국 사회의 근간을 흔들어놓았던 실직, 임신, 출산, 육아의 어두운 그림자는 나에게도 곧 닥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숨겨진 아킬레스건이다. 과거 성인 남녀가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도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다. 지금 또한 출산은 우리 사회 체제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지만, 문제는  경제적 이유로 맞벌이 하는 여성이 늘어난 마당에, 여성이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온전히 잘 키우는 다는 것부터가 막막하다는 것이다. 


현재 출산, 육아 휴가가 법적으로 제도화되어있다고 하나, 마음 편안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워킹맘들이 얼마나 될까. 출산 이후 복직도 막막할뿐더러, 운 좋게 계속 회사에 다닐 수 있다고 해도 아이를 맡겨둘 곳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취업난을 뚫고 직장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수많은 직장인들은 얼마 다니지도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퇴직 압박에 시달린다. 그래서 여타 직장에 비해 정년이 보장되어있는 공무원 시험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아예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젊은이들을 일컬어 '삼포세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2012년 천만원 등록금에 허덕이는 동안, 출산과 양육은 인생의 걸림돌이라는 세계관을 확립한 < E.D.571 >의 2030년 39살 민아가 낯설지 않은 이유다.



어려운 형편에 늦둥이 출산을 뒤로 미루고 싶고, 어른들의 부주의로 어린 아이들이 화염에 휩싸이고, 대학시절부터 엄청난 등록금에 시달린지라 아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2012년 여대생의 10년 뒤 모습. 그리고 마지막 원만한 직장 생활을 위해서 정관 수술을 권하는 4편의 영화는,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가족의 근간조차 흔들리는 2012년 현재의 대한민국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지금도 수많은 가장들이 명퇴 압박에 시달리고 수많은 직장 여성들이 아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데가 없어 전전긍긍하는 현실을 돌아보면, 영화 속 주인공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 모두의 상처고 아픔이다. 다소 냉소적인 시선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겪는 비애를 덤덤하게 관조하는 영화는, 마치 나의 이야기고 나에게 닥칠 가까운 미래를 예언하는 것 같아 등을 오싹하게 한다. 


곧 있으면 나에게도 그대로 닥칠 비극인줄 모른 채, 눈앞에 있는 작은 현실과 타협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 <인 굿 컴퍼니> 속 잔인한 먹이사슬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악순환이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족이라는 단어는 아예 존재조차 희미해질 지도 모른다. 


계속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울분만 토하다가 계속 당하고 살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는 나서서 모두를 골병들게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그래서 나에게 닥칠 미래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관객들에게 냉정하게 우리가 사는 세상 그대로 보여주며, 정확한 현실을 인식하게 만드는 이 영화가 지독하게 불편하면서도 상당히 고맙다. 피하고 싶다고 마냥 피할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말이다.  


한 줄 평: 2012년 대한민국 현실을 리얼하게 꼬집은 불편한 수작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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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지난 4일 MBC <신비한 TV 서프 라이즈>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사랑한 여인의 이야기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강력한 호감을 느끼는 하이브리스토필리아 증상을 앓고 있던 여자는 연쇄 살인범에게 사랑을 느끼고 끝내 그와 결혼을 하기까지 이른다. 


그녀는 서른 살에 잡지편집장이 된 유능한 여성이었고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이 자랐다. 그러나 신문 기사 속 살인범의 미소에 빠져버린 이후, 그 여성의 인생은 송두리째 달라졌고 현재 그녀는 자신의 남편의 구명운동을 위해 힘쓰고 있는 중으로 알려져 있다. 


정재영, 박시후 주연 <내가 살인범이다> 예고편만 보았을 때는, 위의 사례와 같이 강력 범죄자에게 이성적 호감을 가진 여자들과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을 풍자하는 영화인 줄 알았다. 


물론 <내가 살인범이다>는 과거 10명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자백했음에도 불구, 이두석(박시후 분)의 매력적인 비주얼에 빠져 팬클럽까지 결성한 여자들을 통해 ‘외모만 좋으면 살인도 쉽게 용서되는’ 세상을 냉소적으로 뒤튼다.





그리고 특종과 화제가 될 만한 가십거리에 눈이 먼 공중파 방송국이(하필이면 그 방송국 이름이, 현재 연일 방송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M모 방송국을 연상케 한다.) 살인범과 연쇄 살인 사건을 담당한 형사와 대면하여 공개 토론을 벌이는 과장된 설정을 통해, 자극적 보도로 도배를 하는 현 시대 언론을 과감하게 비꼰다. 


하지만 자신을 연쇄 살인마라고 주장하는 이두석의 차가운 미소 뒤에는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놀랍고도 충격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액션배우다>로 충무로에 화려하게 등장한 정병길 감독의 신작 <내가 살인범이다>는 연쇄 살인범에게 잔인한 방식으로 가족을 잃고 그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다.  


2005년 겨울. 15년 전 연쇄 살인마에게 애인을 잃은 최형구(정재영 분)은 오매불망 살인범 검거를 꿈꾸지만, 눈앞에서 그를 놓치고 대신 입가에 상처만 얻는다. 


그리고 2년 후 자신을 연쇄 살인사건 범인으로 주장하는 이두석이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책을 발간하고 세상 앞에 떠들썩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연예인 뺨치게 잘생긴 얼굴을 가진 이두식은 단숨에 스타로 등극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을 통해 연일 대서특필되어 보도된다. 그 시각 연쇄 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외딴 아지트에 모여 이두식을 납치할 계획을 세우고, 최형구는 알려지지 않은 미제 사건을 파헤쳐 이미 세상이 용서한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2시간가량 러닝타임 통한 예측 불허의 반전이 이어지는 <내가 살인범이다>의 핵심 포인트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못하는 살인범을 응징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사적 복수’다. 1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범인이 15년 전에 지은 연쇄 살인은 결코 잊혀 지지 않는 범죄다. 


하지만 범인은 공소시효가 지나 더 이상 어떠한 법적 처벌을 면한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 여론과 국민들,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을 상대로 과감한 언론플레이를 단행한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유명해지고 싶었던 범인보다 잔머리를 굴려 화려한 언론플레이를 감행한 최형구의 집념은 결국 범인의 본색을 온 천하에 드려내었고, 그들은 다시 일생일대 숨 막히는 결투를 벌인다. 


개봉 전 스토리가 다소 부실할 것 같은 우려와는 달리, <내가 살인범이다>는 비교적 탄탄한 구성과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꽤하는 영리한 스릴러다. <나는 액션배우다>를 전작으로 가진 정 감독의 작품답게,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정재영이 범인과 맞서는 장면에서 펼쳐지는 리얼 액션은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쾌감을 선사한다. 다만,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 극 후반 최형구가 범인을 추격하며 펼쳐지는 과도한 액션 씬은 아니한 못하는 지루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단점을 커버하는 주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다. 다시 거칠면서도 친근한 남자로 돌아온 정재영의 꽉 찬 내면 연기. 스크린 첫 도전 작 임에도 불구, 서늘한 미소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박시후의 절제된 표정은 오래오래 뇌리에 잊혀 지지 않는다. 





한 줄 평: 비현실적인 설정을 상쇄시키는 액션과 기막힌 반전 ★★★☆

사심 가득 한 줄 평: 박시후의 매력적인 비주얼은 스크린에서도 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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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