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혜성처럼 등장했던 한,일 합작밴드 Y2K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Y2K의 데뷔곡 '헤어진 후에'는 공전의 히트곡이 되었고, 10대 소녀들을 주축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잘생긴 일본인 형제 마치오 유이치, 마치오 코지에게만 향했다. 보컬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고재근 또한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미청년였지만, 유이치, 코지 형제의 외모가 더 뛰어난 탓에 관심 밖으로 밀려내야했다. 


그리고 Y2K가 해체한 이후 15년 만에 MBC <라디오스타>를 통해 약 15년 만에 공중파 예능 토크쇼에 출연한 고재근은 Y2K 시절 받았던 설움들을 마구 쏟아낸다. 유이치, 코지 형제에게 얼굴에 밀린 자신의 외모에 대한 셀프 디스도 서슴치 않았고, 다소 거만했다던 전성기 시절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으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고재근의 신나는 한풀이에 시청자들도 반갑게 화답했다. 지난 14일 고재근 외에도 윤민수, 이석훈, 존박 등 여러 예능에서 두각을 드러낸 가수들이 총출동했지만, 이날 시청자들의 관심은 단연 15년만에 돌아온 고재근이었다. 


<라디오스타> 이전에도 고재근은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MBC <일밤-복면가왕> 등을 통해 조금씩 기지개를 펴왔지만, <라디오스타> 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슈가맨>에서도 그의 남다른 입담이 주목받긴 했지만, <라디오스타> 때처럼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Y2K가 90년대 말 제법 큰 인기를 구가했던 밴드였기 때문에 Y2K 시절 있었던 비화만 방송에서 처음으로 털어놔도 화제였겠지만, 지난날 있었던 일들을 재미있게 풀어놓는 고재근의 입담은 확실히 좋다. 약 15년만의 방송 출연인터라 고재근 스스로도 '옛날 사람'이라고 자칭하긴 했지만, 그의 입담 만큼은 확실히 요즘 사람 감각에 맞아 떨어진다. 


요즘 들어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라디오스타>의 매력은 고재근 처럼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숨겨두었던 예능 원석들을 발견하는 묘미에 있다. 그동안 <라디오스타>가 발굴한 인재들만 해도 단번에 세기 어려울 정도로 방송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라디오스타>가 발굴하면, <무한도전>이 크게 키운다는 이제 예능계의 정설 아닌 정설이다. 




아마, 고재근도 <라디오스타>가 배출한 여러 예능 스타처럼 <라디오스타>의 출연을 발판으로 <무한도전>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굳히지 않을까 싶다. 그게 아니더라도 <라디오스타> 출연은 현재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그에게 확실한 '득'으로 다가온다. 15년 전 설움을 <라디오스타>에서의 맹 활약으로  단 한방에 날려버린 고재근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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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