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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한 통쾌한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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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랑 사회는 다른 거야 이 친구야." 

발단은 우연찮게 작년 <무한도전-동계올림픽>을 본 '무한상사' 유재석 부장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연말 술자리에서 함께 등산을 가자고 했던 눈치빵점 만년과장 정준하덕분일까요. 결국 2012년 새해를 맞이하여 신년의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그들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평창에 있는 스키점프대였습니다.  

 


다들 등산가고 싶은 마음 제로에 입이 쭉 나왔지만, 유재석 부장이 나타난 순간. 모든 불만들이 눈녹은 듯이 사라지고 아첨과 아부의 현장으로 돌변하게 됩니다. 오직 작년 중국 출장에서 마련한 국경수비대 복장을 하고 나타난 정형돈 대리만 제대로 표정 관리가 안될 뿐이죠.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유부장의 신념은 확고했습니다. 예능하는 친구들도 올라가는데 우리라고 못 올라갈소냐. 그렇데 유부장때문에 억지로 평창가는 차에 올라탄 무한상사 팀원들의 얼굴들이 하나같이 시무룩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말이죠. 오직 유부장 혼자만 흥이 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들이 정복해야할 고지를 바라보니 유부장도 살짝 당황한 눈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무한도전 멤버들이 도전했던 스키점프대보다 더 높고(120m) 각도가 살아있는 오른쪽을 공격하겠다는 야무진 도전을 내세우더군요.

 


결국 며칠 전 다리 수술을 한 정과장을 제외하고 작년 <무한도전>보다 너 높은 120m 스키점프대에 올라가기 시작한 '무한상사' 직원들. 그런데 계속 연이어 미끄러지던 <무한도전> 멤버들과 달리 예전보다 눈이 많이 덮어있어서 그럴까요. 가는 길마다 눈이 푹푹 들어가면서 뚜벅뚜벅 걷기만 하는 그들입니다. 간혹 박명수 차장이 가다가 넘어지는 촌극을 벌이긴 하였지만, 부하 직원들의 원성만 더 들어야했구요. 그러니까 머쓱해서 <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의 유행어 "고래?"를 연발하고야 맙니다. 

역시나 작년 <무한도전>에서처럼(?) 노력과 근면 성실의 대명사 유재석 부장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초고속으로 맨먼저 고지를 점령하는 놀라운 체력을 과시합니다.  그런데 웬일로 이번에는 길 인턴이 유부장의 뒤를 이어 2등으로 들어오는 놀라운 성과를 나타냅니다. 무도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쉽게 고지를 점령하는 무한상사 직원들입니다. 

 


다리 부상으로 올라가지 못한 정과장빼고 모두 정상에 오른 무한상사 직원들의 첫마디는 다름아닌 "<무한도전> 멤버들 다 바보들이네. 이거 완전 쉽잖아." 그러면서 본인들의 입으로 리얼이 아니다, 방송은 다 과장이라니까면서 막말까지 하면서(?) 애써 자신들의 무안함과 민망함(?)을 드러냅니다. 보다 못한 밑의 자막이 한마디 "무한도전 이거 안되겠구먼..." 그리고 어느새 신문까지 나와서 <무한도전> 조작 논란을 부추기까지 합니다. 

 


너무나도 찜찜하고 민망했던(?) 유재석 부장은 "전세계 스키 점프대를 다 정복하고 다니자."면서 애써 의욕을 보였고,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상당히 난감해하였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작년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도전했던 그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기로 결심한 유부장. 

작년 <무한도전>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장면은 단연 유재석의 리더십과 부하 직원을 위한 희생정신이였습니다.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는 길 인턴과 함께 오르기 위해 로프를 놓으면서까지 그를 독려하고 줄을 함께 당기면서 올라가던 유재석의 모습은 수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그런 감동적인 명장면을 생긴것도 비슷하고 이름도 똑같은 유부장과 길 인턴이 그대로 재현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형 믿지 하면서 작년의 감동적인 모습이 리바이벌 되나 싶었더니만, 못 올라가겠다는 길 인턴을 매몰차게 떼어놓는 유부장. 질질질 내려가면서 방송이랑 다르잖아요 울부짖는 길 인턴의 유재석 부장의 왈. 

"예능이랑 사회랑 달라. 이 친구야!" 

아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나머지 사원들이 낄낄 거리면서 웃고 있는 가운데 큰 가르침을 받은 길 인턴. 그리고 내가 유재석인줄 알어. 난 유부장이야! 하면서 부장의 위엄을 지키는 유재석 부장. 그렇게 유재석과 딴판인 유부장에 의해서 재해석된 <무한도전-동계올림픽> 패러디는 야몰찬 사회의 현실을 일깨워주면서 홀연히 막을 내립니다. 

작년 <무한도전> 멤버들과 다르게 '무한상사' 임직원들이 너무나도 쉽게 더 높고 경사가 가파른 스키점프대 등정에 성공한 것은 작년보다 눈이 더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쉽게 올라갈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준하 과장이 지적한대로 작년에는 미끄러운 빙판길이었고, 올해는 푹신한 눈길이니까요. 또한 작년에 이미 시도를 했기 때문에 더 높은 곳이라고해도 가뿐이 올라갈 수 있었지 않았나 싶구요. 

하지만 예상 외로 너무나 싱겁게 끝나버린 재도전에 가장 민망한 사람들은 다름아닌 옛 생각이 나 다시 평창 스키점프대에 올라간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이번 '스키점프대' 재등정뿐만 아니라 누구나 첫번째 길을 닦는 것이 어렵지 누군가가 닦아 놓은 길은 걷는 것은 순탄한 편입니다. 특히나 이번에 더 높은 스키점프대를 올라간 '무한상사' 임직원들은 작년에 힘겹게 올라간 그들 아니었던가요. 

<무한도전> 이후, <무한도전> 포맷과 다소 유사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루었다고하나, <무한도전>은 대한민국에 본격적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를 연 원조 프로그램입니다. 그 이후에도 예상 밖의 새로운 도전과 포맷을 개척하면서 거듭된 진화를 꽤하기까지 합니다.  자신들의 기록을 자신들 스스로가 깰 수 있었기에, 무려 7년의 긴 세월에서도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구요. 

작년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싱겁게 스키점프대 정복이 완료되었다하더라도 민망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애써 '무한상사'라는 가면을 쓰면서 <무한도전> 멤버들과 다르다는 것을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유부장이 유재석이고, 하동훈 사원은 하하라는 것을 보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니까요. 1년이란 세월이 지났고, 작년보다 더 걷기 푹신한 환경에서도 작년처럼 힘겹게 올라가는 척했다면 오히려 조작논란이 더더욱 불거지지 않았을까요. 

 


국내 최초 본격적 리얼 버라이어티를 추구하는 집단답게 솔직함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무한도전>입니다. 그 때문에 유독 다른 프로그램보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긴 하지만, 매 회가 지나도 변치않는 진정성이 오늘날 쉽게 깰 수 없는 <무한도전>을 만들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쫓겨난 사무실을 되찾기 위해 낑낑거리면서 누가봐도 최고의 회사 로고를 만들었다고 하나 출품작 본 회장님의(?) 분노로 홀대받는 느낌을 팍팍 받으면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수모까지 겪게 되었지만 괜찮습니다.  제 아무리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한도전>을 깎아내리고 짓밟으려고 한다해도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무한도전>을 깰 수 있는 누군가는 오직 <무한도전> 스스로 밖에 없으니까요. 

 



옥상에 쫓겨나 찬 바람을 오롯이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옷을 벗으면서 다시 제대로 인정받는 날을 기대하면서 옷까지 벗으면서 "이런다고 죽지 않아." 하면서 의욕을 불태우는 유재석 부장처럼 추운 겨울에도 꽃은 피기 마련이고, 다시 봄은 오게 마련이니까요. 그 찬란한 봄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이제 올 한해 우리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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