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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1박2일 경복궁에 숨어진 자랑스런 한국의 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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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1박2일> 시즌1. 그런데 그 마지막의 대미를 장식할 곳이 다름아닌 서울. 그것도 당일치기 여행이더군요. 그동안 한반도의 숨겨진 곳곳을 다니면서 힘든 여정을 겪었던 <1박2일> 팀을 생각하면 다소 싱거운 마무리(?)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왜 <1박2일> 팀이 마무리로 굳이 서울을 택했는지 고개가 절로 수긍거리더군요. 

지방에 계신 분들에게는 먼 곳일 줄 있으나, 서울에 거주하는 분들에게는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의외로 잘 모르는 곳이 경복궁이고 광화문입니다. <1박2일> 내 최고의 브레인이자 이번 경복궁 투어에서도 풍부한 역사 상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척척 맞추던 이승기도 광화문이 경복궁의 정문인지 헤갈려할 정도니까요. 그만큼 광화문 사거리, 경복궁 이름은 많이 들었어도 정작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의 상징인 경복궁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요.

 


이번에 또다시 경복궁 가이드로 나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예전에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나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유독 사이즈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그래서 중국 명나라 때 지은 자금성과 비교하여 경복궁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더러있는데, 막상 뜯어놓고 보면 우리의 경복궁이 결코 규모나 구조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우리 경복궁은 인위적으로 인공 정원을 애써 만든게 아니라, 뒤에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을 정원으로 한 자연 궁궐이기 때문이다 ."고 하였죠. 

이번 <1박2일>에서는 그걸 실제로 증명하듯이 <1박2일> 출연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있고, 유심히 살펴 보지도 않는 곳곳을 알려주는 순간, 그저 조선시대 궁궐에 지나지 않았던 경복궁이 남아있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더군요.

 


6년동안 광화문, 경복궁 앞을 지나가긴 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간 경복궁에 들어간 적은 없는 후손으로서 한없이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경복궁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대충 경복궁을 관람한 것이 전부였거든요. 그 때는 지금처럼 복원도 많이 되지 않았던터라 (지금도 불과 예전의 25%밖에 복원이 안되었더군요) 왜이리 궁궐이 작나고 볼게 없다, 투덜투덜 거리곤 했는데 지금 보니 규모보다 더 굉장한 세심한 조각물과 조상들의 지혜와 멋, 운치가 압축되어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었습니다. 

 


마냥 궁궐은 근엄하다, 웅장하다 그 느낌밖에 없었는데 근정전 뒤로 머물었던 경복궁은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21c 현대 여성의 마음도 사로잡을 만한 화려한 비주얼이 숨어있었습니다. 조선시대 제작했다고 믿기지 않은(물론 복원의 손을 거치긴 했지만) 갓 만든 조각물처럼 살아 숨쉬는 섬세한 디테일. 그리고 건축물에서 거추장스러운 굴뚝 그 자체를 예술품으로 만드는 조상님들의 남다른 내공이 또 하나의 멋진 보물로 자리잡게 되었죠.

하지만 어느 하나 눈에 뗄 수 없는 경복궁에서도 가장 압권인 경치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경회루 누각 위에 올라가 낙양각 사이 펼쳐지는 장관들이죠. 게다가 사방에서 다르게 보일 뿐더러 계절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그림. 이보다도 더 훌륭한 그림은 조선 천지는 물론 그 어느 곳에 가도 쉽게 볼 수 없는 훌륭한 그림임이 틀림없어요. 

조선시대 건국 공신 정도전에 의해 큰 복을 받으라고 지어진 궁궐. 하지만 임진왜란 때 불태워지고 오랜 세월 창덕궁에게 정궁의 자리를 내주고 허허벌판으로만 남아있다가  다시 조선 왕조 재건을 꿈꾸던 흥선대원군에 의해 재건되었으나, 결국 얼마 되지 않아 일제의 잔인한 침입에 굴복하는 조선의 역사를 몸소 받아들여야했던 한많은 궁궐. 얼마 전 다시 복원된 건청궁에 서러있는 우리의 비극처럼 경복궁은 우리에게 그런 아픈 존재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명성황후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건청궁을 보면 가슴이 아프긴 합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힘이 없었기에 국모가 왜적에게 죽임을 당하는 수모를 겪음은 물론, 한 나라의 위대한 궁궐이 일제의 입맛에 맛게 부서지고 변형되는 만행을 참고 봐야했으니까요. 하지만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 경복궁은 우리에게 마냥 패배의식과 열등감만 안겨주는 과거 궁궐로만 남지 않았어요. 

저 경회루 어딘가에서 바라본 경복궁 건물들과 그 뒤에 보이는 대한민국 서울의 상징 마천루가 잘 어울려진 풍경처럼 경복궁은 그렇게 지난 150년 우리 한반도의 고통과 번영, 그리고 역경과 환희를 묵묵히 지켜보며 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과거와 현대가 함께 공존하는 궁궐. 마냥 볼 때는 그저 작은 건물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알고보니 너무나도 알차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훌륭한 경복궁. 그게 바로 우리나라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매번 우리에게 경복궁의 중요성을 설파했고, <1박2일> 또한 마지막을 굳이 다른 문화 유산이 아닌 '경복궁'을 선택했나봐요. 

겉으로보면 마냥 놀고먹는 방송같아도, 매번 우리의 숨겨진 비경을 소개하면서 위대하신 님들도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올려주던 <1박2일>. 이제 그들과 헤어질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이제 서로 헤어지는 마당에 서로간의 아쉬움을 달래는 시간으로 꾸밀 수도 있었는데 끝까지 시청자들에게 유익하고도 꼭 가져야할 긍지를 올려주는데 보탬이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1박2일> 덕분에 잘 몰랐던 경복궁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을 넘어서 우리것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졌던 뜻깊은 방송이라고 엄지 손가락 추어 올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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