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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해를 품은 달 한가인을 연우로 만든 김수현의 애절한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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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고 싶었는데, 지켜주지 못한 아이가 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하지 못했다. 혹 그 아이에게 전해주겠느냐, 내가 많이, 아주 많이 좋아했다고." 

글로 옮기니 그저 길고도 평범한 한 마디가, 김수현을 통해서 수많은 여성들을 울리는 진심어린 고백으로 변모된 <해를 품은 달> 11화입니다.

조선 최고의 해라는 막강한 지위와 잘 생긴 얼굴을 이용해서 중전은 물론, 여럿 후궁을 품은 주상전하라는 자가, 과거 옛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중전마저 거부하고, 첫사랑과 꼭 닮은 미천한 무녀에게 사랑을 느끼는 우직한 이 남자.  물론 그 무녀는 훤이 그토록 잊지 못하는 연우가 맞긴 맞아요.

그런데 원래부터 멋있긴 했지만, 크면 클 수록 보기만 해도 설레고 영민한 주상과는 달리, 관 속에 들어갔다 나온 혹독한 시련 탓에 말투도 어눌해지고 멍해진 그녀. 훤을 비롯하여 양명군, 그리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연우를 궐 밖으로 내쫓은 사람들은 '연우' 닮은 액받이 무녀가 나타났다고 난리인데 정작 그 무녀의 정체를 훤히 알고 있는  tv밖 몇몇 시청자들이 과연 '월'이 그 '연우' 맞나 어리둥절하는 웃지 못할 상황. 

 


시청률이 40%가 나오는 최고 인기 드라마에, 한 쪽의 기억이 지워지고, 이뤄질 수 없는 신분의 격차만 남기며 다시 만난 애절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오직 "한가인 연기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컸던 한 주였습니다. 아니 한가인이 주상 전하의 '그녀'로 재등장하는 순간 계속 터져나오는 볼멘 소리였죠. 

도무지 무엇이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보지 못하고, 오직 한가인을 향한 맹 폭격에만 머무르게 한 것인가요. 가장 주된 이유는 단연 '월'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배우 탓이 크겠죠.  다행히도 전 주와 달리 한가인의 표정 연기는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하늘과 같은 임금 앞에서 조선에서 가장 미천하다는 무녀임에도 불구하고 눈만 땡그랗게 뜨면서 '멀뚱멀뚱' 시선을 일관하던 때와 다르게, 다소 표정도 부드러워지고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위치를 어느정도 파악한 듯 보여지기도 하구요. 

그러나 초기 등장에서부터 지적받곤 했던 한가인표 느릿느릿하면서 일관된 감정 대사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진정한 몰입을 방해하는데 일조를 하는 아쉬움을 남기곤 합니다. 특히나 상대 역인 김수현이 월과 노련한 대신들, 운, 그리고 다시 월을 오가면서 각개 다양한 대사톤과 감정선을 보여주는 가운데, 오직 '월'에게서는 기억을 잊어버린 예쁜 무녀로만 보여질 뿐이죠. 

 


어여쁘고도 지혜롭고,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청령하고 시원하고 발랄한 매력을 가진 연우. 듣기만 해도 매력있는 캐릭터가 아역답지 않게 뭇 남성들을 애간장 녹이는 표현력을 가진 김유정에 의해서 한층 돋보였던터라 당연히 '월'로 넘어간 그 이후에 많은 기대감을 가지게 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시청자들을 홀리던 '연우'를 기억하던 시청자들이 무뚝뚝한 표정과 목소리로 "나는 연우다."라고 등장한 '월'이라는 인물에게 자연스레 몰입이 되지 않기도 하구요. 

가끔 젊은 왕과 어떻게하면 그 어린 왕을 구어삶을 수 있을까 호시탐탐 노리는 늙은 여우(?)들의 흥미로운 권력 다툼이 보여지기도 하지만, 뭐니해도 <해를 품은 달>은 쉽게 이뤄질 수 없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드라마입니다. 때문에 삼각관계의 주축을 이루는 김수현, 한가인, 정일우가 어떻게 캐릭터의 애절한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몰입시키느냐에 따라서 극의 판도가 달라지기도 하구요. 

놀랍게도 김수현은 사극 첫 도전, 그리고 그리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연기자임에도, 노련한 연기자 김응수와의 1:1 배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능구렁이 같은 간신들을 속이고, 연우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일부로 괴팍한 척하다가도 '월'에게는 달콤하기 그지없는 로맨티스트로 변신하는 팔색조같은 매력을 선보이며, '훤 앓이'를 넘어서 시청률 상승에도 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곤 하지요. 

 


거기에다가 김수현의 최고 장점이 있다면, 단순히 본인 감정 이입에 넘어서 상대 여배우까지 매료시키는 뛰어난 '케미'를 가졌다는 점이죠. 앞서 말한 11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애절한 순애보가 듬뿍 담긴 사랑 고백과 시니컬하면서도 매력적인 미소에, 그저 뚱한 무녀 '월'인 뿐인 한가인을 그 때 만큼은 서서히 주상 전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연우'로 만들어 버렸으니까요. (물론 여전히 한가인의 연기만 놓고 보자면.........)

 


이제 연우의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 만큼, 왕과 무녀의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는 두 사람의 애뜻하면서도 불같은 로맨스도 서서히 불이 붙겠죠. 우연히 훤과 연우가 보게된 인형극의 한 장면처럼 계속 연우의 사랑을 갈구하는 훤과, 그의 마음을 알고, 자신도 훤을 품고 싶지만, 품을 수 없는 달이기 때문에 계속 그를 거부할 수 밖에 없는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에 그 이전보다 더 눈물 꽤나 흘릴 것 같습니다. 지켜주고 싶은데 지켜주지 못하고, 오랜 세월 눈물로 지새다가 이제야 제 눈 앞에 그 사람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고 자꾸만 주변만 맴도는 슬프고도 슬픈 상황. 그 순애보 주인공이 김수현이라서 그나마 다행인 <해를 품은 달>입니다. 

오전에 올린 글 다시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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