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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해를 품은 달 합방에 눈물흘리는 한가인에 몰입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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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전 보경(김민서 분), 그리고 궐을 꽉 장악하고 있는 어른들의 바람대로 훤(김수현 분)과 중전의 억지 합방이 성사된 최악의 위기입니다. 모든 기억이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이제 조금씩 주상 전하를 마음에 두고 있는 월(한가인 분), 그리고 훤 앓이 때문에 그나마 이 <해를 품은 달>을 볼 수 있다는 수많은 시청자들을 '헉'하게 만드는 아찔한 순간이지요. 어떻게든 훤과 보경의 진정한 합방을 결사반대해야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연인 연우가 안쓰럽다는 감정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어요. 극 중에서라도 다른 여인 포함 월마저 훤을 품는 것을 보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욕망만 꿈틀거리고 있어요.

 


보통 <해를 품은 달>처럼 멜로가 주를 이루는 드라마는 극의 중심을 이끌어나감은 물론, 주요 로맨스를 이루는 남녀 주인공의 애잔한 사랑이 얼마나 시청자에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그래야 드라마 밖 사람들이라도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고 응원하면서 관심과 시청률도 쑥쑥 자랄 수 있는 것이지요. 

최근 가장 성공한 로맨틱물로 꼽히는 <시크릿가든>, <최고의 사랑>, <공주의 남자>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아역들이 꾸려나간 <해를 품은 달>이 기대 이상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갓 사랑에 눈을 뜬 아이들의 풋풋한 발랄함과 동시에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비극이 안겨주는 애잔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줬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사춘기를 겪은 아이들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고 섬세한 이야기. 덕분에 화면 밖 어른들도 그들의 사랑에 빠져들어 훤과 연우, 그리고 만년 2인자의 설움으로 끝날 양명군에게도 안쓰러운 마음을 들게끔 하면서 모두의 사랑을 응원하게되고, 자연스레 성인 이후의 그들의 애달픈 사랑이야기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곤 합니다.


허나  막상 가장 중요한 성인이 되고보니 오히려 중심이 되어야할 훤과 연우(혹은 월) 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진풍경을 낳게됩니다. 탐욕에 찌든 어른들의 방해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남녀, 그리고 최고 신분 왕과 가장 미천한 무녀로 이뤄지기 힘든 사랑, 어떻게든 이 두 사람을 멀어지게하려는 어른들의 끊임없는 방해, 드라마 속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안타깝고 몰입할 수 있는 온갖 요소가 다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두 남녀가 어떻게 사랑이 진전되고 있느냐가 핵심 포인트가 아니라, 그저 김수현 연기 잘한다, 멋있다. 한가인 연기 못한다. 몰입안된다. 이 뿐입니다. 


훤의 합방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슬프고 안타까운 장면입니다.  과거 연모했던 세자 저하 '훤'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전하가 눈에 아른거리고, 감히 우러러 볼 수 없는 높으신 분이지만, 은근히 자신을 품었으면 하는 연정. 아마 '월' 뿐만 아니라, 한번쯤 짝사랑을 앓아봤던 누군가라면 다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애절한 이야기죠. 

그런데 아주 슬프게도 지금 마냥 주상 전하를 멀리서 바라보아야하는 '월'에게서는 사랑하는 남자를 여우같은 보경에게 뺏길 운명의 장난에서도 가엾거나 슬프다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요. 아니 그동안 '월'이 '훤'이 중전과 합방한다고 하니까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그렇게 '훤'을 마음에 두고 있었느냐 싶을 정도에요. 그저 극이 흘려가는 선에 맞춰 그리고 '훤'이 중전을 싫어하고 '월'을 좋아한다는 그것만으로 애써 '월'에게 이입하려고 애쓰다가 지친 시청자들만 보일 뿐이에요.  

만약에 <해를 품은 달>이 단순 왕과 무녀의 밀당뿐만 아니라, 흥미진진한 여러 요소가 있었다면 도무지 케미라곤 숨은 그림찾기처럼 어려운 훤과 월의 어설픈 감정선이 이정도까지 도마 위에 올라가진 않았을거에요. 하지만 오직 훤과 월이 또다시 서로를 품어가는 은밀한 러브스토리가 전부인 드라마인터라 당연히 훤과 연우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도저히 표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뚝뚝한 얼굴, 박진감 넘치는 사극대사와 동떨어진 나릇나릇한 대사 암송,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나는 연우다."라고 등장한 한가인에게서는 과거 '연우'는 물론 서서히 주상 전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월'의 야릇한 연정마저 보이지 않아요. 애써 김수현이 어렵게 케미를 조성해놓으면 그제서야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훤을 바라보다가 끝나는데, 어째 '월'이 '훤'을 좋아하고 있구나를 감지할 수나 있었을까요.

 


그저 유능한 남자 주인공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 제대로 차려준 밥상 하나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는 여주인공의 감정을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노력하는 눈물겨운 열연만 고스란히 보이는 <해를 품은 달>입니다. 그나마 12화 말미에 박진감넘치게 중전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농염하게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중전을 위해 내가 옷고름을 한번 풀지."로 또다시 누님들의 마음을 '혹'하게 한 김수현 덕분에 다음회가 또 기다려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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