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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흙속의 진주에서 시청률 보증수표로 거듭난 전미선. 대기만성의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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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오작교 형제들>, <해를 품은 달> 요근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의 공통점은?


바로 배우 전미선의 열연이 돋보인 작품이라는 것이죠. 김탁구의 생모에서, 흑주술을 통해 어른들의 욕심으로 찢겨진 연우와 훤을 다시 이어주는 오작교 장무녀로. 어느 작품에서든지 늘 빛나는 존재감을 뽐내는 진주 같은 배우.  확실히 <승승장구>를 통해서 재확인된 전미선은 진주의 특성상 다른 보석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품격이 느껴지는 여배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아요. 

그러나 한 때 주변인들로부터 '진주'라 불리긴 했지만, '흙 속의 진주'라는 안타까운 애칭이 뒤따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87년 대하 사극 <토지> 오디션에서 운명처럼 합격한 이후,  당대 최고 인기 여배우 강수연과 닮은 외모로 주목받고 CF도 여러차레 들어올 만큼 유망주로 거듭났지만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고 싶었던 전미선은 돈보다 연기라면서 과감하게 거절합니다. 

 


자연스레 그녀를 향한 섭외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들어오는 역할은 아직 20대 초반 비교적 평탄하게 살아온 여성이 감지하기 힘든 박복하고 한많은 여성캐릭터가 대다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하였지만, 쉽게 몰입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되레 연기못한다는 혹평세례에 시달리기도 했구요. 

 


운좋게 대박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었다고하나, 중간에 사라지거나 미미한 역할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전설의 고향> 시리즈에서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지네 귀신' 편에 나오긴 했으나, 여전히 전미선이 <전설의 고향>에 나왔나 기억하는 분들이 그닥 많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잊혀질 만할 때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는 그녀가 참으로 안타까워 '흙 속의 진주'라 불렀나봐요.

알고보니 <제빵왕 김탁구>도, <해를 품은 달>도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는 중간에 하차해야하는 역할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소 미미한 역할로도 극의 활력을 심어주는 동시에,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시청자의 눈을 떼게할 수 없는 그녀였던터라,  시나리오까지 변경하여 끝까지 살아남았던 것 뿐이구요. 

 


자신은 이미 배우로서 만발의 준비가 되어있는데 세상은 전미선이란 배우를 알아주지 않는 현실. 그래서 배우 생활을 한동안 중단하고 5년 째 두문분출하면서 갖은 우울증에 시달린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죽기 전에 자신의 삶을 정리해봐야겠다 싶어 펜을 들었을 때, 도무지 전미선 이름 빼곤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자신과 이대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면 가장 슬퍼할 부모님을 생각해서 다시 용기내어 배우의 길로 다시 들어서게 되었지요. 그리고 예전과는 달리 연기 그 자체를 즐기게되고, 빠지게 되었죠. 

 


톱스타 강수연을 꼭 빼닮은 동양적이고 청순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축복받은 외모, 신인치곤 제법 괜찮게 하는 연기. 어쩌면 그녀는 지금이 아니라 진작에 반짝반짝 빛났어야 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배우로서 연기가 우선인 굳은 신조와 연예인을 하기에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성격이 이미 충분히 뜰 수 있었던 그녀의 발목을 잡은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오로지 한 우물만 열심히 팠고, 또래 여배우들은 꺼려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접했던 시간들이 처음에 톡쏘는 강한 맛은 없지만 보면 볼수록 음미하고픈 깊은 원숙한 매력을 가진 연기자로 거듭난 것이 아닐까요? 


만약에 그녀가 도중에 연기를 포기했다면, 그리고 처음부터 연기로 주목받기보다 CF나 연기외 적 삶으로 주목받는 화려한 스타로 거듭났다면, 우리는 지금 그녀의 표정, 대사 한 마디에서 진솔한 삶과 열정이 묻어나는 진정한 배우 전미선을 보지 못했을 지도 몰라요.

 


비록 처음부터 화려한 보석으로 발돋움하지 못했으나, 자신이 가진 원석을 다듬으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다가, 그 기회가 왔을 때 거침없이 뿜어낸 전미선. 이제 전미선은 더 이상 흙 속의 진주가 아니에요. 단순히 존재만으로 아름다운 보석을 넘어 능력과 끼는 있으나, 여건상 제대로 빛을 못보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좌절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 빛날 수 있다는 대기만성의 좋은 예로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반짝반짝 빛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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