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이승훈 곱등이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유망주

일요일 절대 예능 강자 <1박2일>의 수장 나영석PD가 떠난 이후, 그만그만한 방송3사 버라이어티를 보면서 과거 <1박2일>을 떠오르는 아련함.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최악일 순 없겠고, 반면 각 방송국에는 잘만 하면 일요일 황금 시간대를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거죠. 

생방송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 <1박2일>을 제치고 동시간대 강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많은 주목을 받았던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였습니다.  우리나라 대형 아이돌 기획사 3사가 공동으로 심사위원에 나서고, 나이는 어리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고, 현재 갖추고 있는 실력도 괜찮은 매력적인 참가자들 덕분에 쏠쏠한 인기를 얻고 있던 <K팝스타> 였거든요. 

아직 생방송으로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기존에 방영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참가자에 대한 관심이 엄청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실제 그 당시 제일 주목받았던 이하이나 박지민 같은 경우에는 주요 포털에서 제공하는 <K팝스타>에서 부른 노래를 담은 동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생방으로 진출하니, 그동안 시청자들을 감탄시켰던 대단한 아이들은 어디갔나는 볼멘소리만 나돌고 있는 <K팝스타>입니다. 그래도 생방송 첫 주에는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다들 어리고 무대경험이 없다보니 난생 처음 생방송 무대에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고 위안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참가자들도 생방 무대에 적응한 모습은 보이고 있으나, 과거 예선, 혹은 배틀 오디션에서 능숙하게 R&B 혹은 소울 풍 '팝'을 부를 때의 경이로움과 감탄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거죠. 

'K팝'을 이끌어나갈 스타를 뽑는 오디션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팝송'만 난무했던터라, 팝송 특유의 기교로 묻혔던 참가자들이 진짜 재능이 어쩔 수 없이(?) 가요를 불러야하는 생방에서 뽀로록났다는 평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10대인 참가자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 정도도 굉장히 훌륭한 것이나, 워낙 예선과 배틀 오디션에 그들을 보는 눈을 한껏 높여놓은지라 막상 생방에 넘어와 '실망'이라는 엄청난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 것이죠. 

참가자들 대부분이 예선, 배틀만 못해서 많은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고하나, 아마 그 중에서 가장 아쉬운 케이스가 있다면 단연 '이승훈'을 꼽고 싶군요. 오직 노래로 승부하는 다른 참가자에 비해서 이승훈은 예선 때나 지금이나 노래를 그리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죠. 

하지만 이승훈에게는 자기가 직접 랩 가사를 만드는 능력이 있었고, 그에 걸맞게 비교적 참신하고 신선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거창하게 'K팝스타' 라는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결국은 대형 3사 아이돌을 선발하는 오디션에서 노래는 좀 안되도, 퍼포먼스와 랩이 유창하고 또 직접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승훈은 확실히 수많은 이들이 탐낼 만한 매력적인 참가자임이 분명해요. 거기에다가 아이돌의 필수 요건인 외모도 요즘 트렌드에 맞게 훤칠하고, 감각 또한 세련됬으니까요. 

 

생방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패자부활전에서도 노래가 아닌, 자신의 절박한 심경을 전달하며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여 결국 생방 진출권을 따낸 이승훈. 아마 그 때가 많은 분들이 '이승훈'이란 유망주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아닐까 싶네요. 아직 프로로 대접받기엔 어설프고, 더 다듬고 트레이닝이 필요하지만, 잘만 키워내면 잘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어린 친구. 그래서 노래가 아닌 다소 엉뚱하게 자작 퍼포먼스로 생방에 진출하게 되었음에도, 이왕 진출한 것 생방을 통해 그 친구가 가진 남다른 끼를 통해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였죠. 

그러나 제 아무리 이승훈이 직접 랩 가사를 쓰고, 안무를 개발한다고하더라도, 길어야 몇 주라는 짧은 시간에 그 모든 것을 완벽히 세팅하여 시청자를 만족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나봅니다. 생방 첫 방송이야 모든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서툴렀고, 특히나 그 때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고 있던 김나윤이 대대적으로 혹평을 받았기에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주에 펼친 조용필의 '단발머리'와 심지어 음이탈까지 도드라졌던 지난 18일의 세븐의 '내가 노래를 못해도'를 재해석한 무대에서는 심사위원, 시청자들의 호된 질책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주 '단발머리' 무대에서는 정색을 하던 YG 양현석과는 달리, 이승훈의 노래를 듣고 시종일관 즐거워하면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보여준 JYP로 상반되던 심사평이라도 있었다고하나, 이번에는 양현석 포함 모든 심사위원들이 "잘 하지 못했다." 면서 인색한 평가를 내리기 바쁩니다. 

"오늘은 노래, 랩, 춤 모두 별로였다. 만족스럽지 못한 무대."라고 평한 보아. 하지만 더욱더 이승훈을 가슴아프게 한 것은 양현석의 콕찝은 한마디였죠. 세븐 코스프레 같다는 혹평은 그렇다칩시다. 하지만 추석특집 장기자랑같다는 말은 현재 이승훈이 심사위원, 시청자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잔인한 한마디였죠. 

하지만 심사위원의 대대적인 혹평과 최저점에도 불구하고 이승훈은 백지웅을 제치고 살아남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기사회생을 하게 됩니다. 이승훈의 무대를 좋아하는 몇몇 분들에게는 또다시 <K팝스타>에서 볼 수 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겠지만, 생존한 이승훈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마냥 그의 기사회생이 즐겁게만 다가오지 않네요. 

아직 프로 가수 혹은 아이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과 고스란히 드러난 창작의 한계. 차라리 이승훈이가 패자부활전에서 안타깝게 고배를 마신 비운의 천재로 <K팝스타> 무대를 내려왔다면 오히려 향후 가수를 꿈꾸는 그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네요. 우승 혹은 생방 진출을 하지 못한다해도, 그의 남다른 재능은 보다 기발하고 창조적인 아이돌을 키워내고픈 기획사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갈만 했으니까요. 

 

<K팝스타> 생방송 흥행을 이끌어나갈 기대주에서,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와 노래 실력으로 졸지에 그럴 만한 능력이 안되면서 꿋꿋이 살아남는 곱등이가 되어버린 이승훈. 분명 시간을 두고 잘만 다듬고, 전문적으로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앞으로 잘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참가자인데, 생방을 통해 얻은 <K팝스타> 최고 거품 혹은 곱등이란 비호감 이미지가 창창한 그의 앞날에 발목을 잡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거센 혹평 속에서도 기어이 살아남은 이승훈. 부디 다음 무대에서는 '곱등이' '불사조' 가 아닌 그를 혹평했던 YG 양현석은 물론 시청자들을 놀라게하는 감동적인 퍼포먼스와 무대로 멋지게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대로 '거품'으로 무너지기에는 너무 아쉬운 친구이잖아요. 이건 비단 이승훈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K팝스타> 생방 생존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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