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 기대감 높이는 이현우-임시완 역시 될성부를 나무.

뭔가 심장을 두근두근거리게하는 긴장있는 추격전으로 대망의 문을 연 첫 장면. <1박2일> 순둥이에서 엄포스로 본업으로 돌아온 엄태웅은 눈빛부터 달랐습니다. 자신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악마 진노식 회장(김영철 분)을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이장일(이준혁)의 소름끼치는 눈빛. 반면 이장일을 말리면서, 복잡미묘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한이 서러있는 감정을 전달하는 김선우(엄태웅).도대체 이 세 남자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적도의 남자>. 엄태웅이 말한 그대로 내용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인간의 열등감과 추악한 야심이 빚어낸 인물 간의 원한과 대립이 얽히고 설킨 전형적인 복수극 패턴을 취하고 있지요. 모든 비극이 다 진노식에게 비롯됬다는 것 또한 선악 대결 구도가 비교적 명확한 편이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간단치 않은 관계 구도와 사건의 전개들이 이 드라마가 결코 간단치 않은 드라마라는 것을 암시하지요. 

첫 장면, 아무런 드라마 사전 정보 없이 "김선우가 회장님의 아들이었으면 좋겠지요."하는 이장일의 눈물섞인 절규를 듣고, 혹시 이장일이 진노식의 아들이고, 아버지의 끊임없는 악행에 분노한 이장일이 아버지 진노식을 향해 총을 겨누는가 싶기도 하였습니다. 흡사 그 장면만 보면 진노식을 빼닮은 남자는 이장일이거든요. 

허나 진짜로 진노식의 피를 이어받은 이는 아직까지 정황을 비추어볼 때 김선우였죠.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선우와 반면 전노식에게 죽임을 당한 친구 김선우 양부를 자살로 위장하는데 일조한 아버지가 저지른 원죄로 애써 외면하면서도 평생을 죄책감으로 괴로워해야하는 장일. 어린 시절 우정으로 맺어진 이 두 남자가 결국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적이 되어버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반항기있으면서도, 친구를 위해 물불 안가리는 끈끈한 의리를 가진 남자 중의 남자 선우(이현우)와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수재로 불리고 있으나 악덕 사채업자에 시달리는 아버지 때문에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장일(임시완). 정말 극과 극의 인물이 둘도없는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장일이 사채업자로 힘들어할 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선우 덕분이였죠.

허나 그 고마운 친구의 양부의 죽임과 얽혀있는 아버지 때문에 애써 친구를 외면하고 야 마는 장일.  성공을 위해서 비굴함, 배신도 무릅쓰지 않는 남자. 하지만 성공을 향한 치열한 몸부림치는 와중에 드러나는, 열등감과 콤플렉스로 휩싸인 그의 약한 내면이 안쓰럽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불치병에 걸려 자신을 친아버지에게 맡기려는 양부를 애써 눈물을 뚝 참으며 이해하는 척하는 우수에 찬 선우. 그를 연기하는 이현우야 원래 연기 잘하고 얼굴까지 훈훈한 아역으로 이름을 널리 떨쳤으나, 연기력보다 비주얼로 유명세를 떨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임시완의 재발견은 상당히 의외입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첫 눈에 반한 수미마저 과감하게 팽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연민을 자아내야하는  장일은 웬만해서는 다루기 어려운 캐릭터이거든요. 특히나 임시완이 이제 막 브라운관에 발을 내딘 아이돌 출신 신인임을 봤을 때, 과연 인물 표현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김인영 작가표 복수극에서 아무런 거부감없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관건이기도 하였구요. 

 

그러나 조선 공주를 발칵 뒤집어놓은 해맑은 꽃미남은 어디가고, 어린나이에 벌써부터 야심에 사로잡힌 장일로 돌아온 임시완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선우 덕에 무사히 위기를 넘기고 다시 교실로 돌아와 자신이 부러뜨린 연필을 발로 짓밟으면서, 분노를 삭히면서 기어코 시험을 보는 장일의 인상적인 등장은 '임시완이 이렇게 연기 잘하는 신인이었나' 싶을 정도로 보는 이들을 감탄게 합니다. 거기에다가 한층 더 안정되고 성숙해진 비주얼과 깊이있는 감정 연기로 돌아온 이현우가 든든히 버티고 있으니, 드라마 몰입도 또한 최상이구요. 

 

첫회치곤 비교적 초스피드 전개를 보여준 <적도의 남자>. 가뜩이나 드라마 내용도 복잡하고 어려운터라 유심히 보지않으면 내용 이해에 꽤 어려움을 주는 단점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어려운 내용임에도, 김인영 작가의 특유의 내공이 돋보이는 탄탄한 대본과, 섬세한 영상미를 뽐내는 연출, 불과 몇 분 안되는 출연에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엄태웅-이준혁의 불꽃튀는 정면 대결과,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김영철,이대연,이원종,이재용 등 선굵은 중견 연기자의 저력, 그리고 아역분량에서부터 훌륭한 비주얼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이현우와 임시완으로 시간 가는지 몰랐던 첫 회로 평하고 싶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남발하는 배경음악이 부담스럽게 들리긴 하지만, 이 정도의 몰입도와 완성도를 보여준다면, 시청률에 상관없이, <부활>의 뒤를 잇는 꽤 괜찮은 드라마로 남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네요. 무엇보다도 이현우와 임시완, 향후 대한민국 드라마, 영화계를 이끌어갈 신선하면서도 연기 잘하는 대형 유망주를 만났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수확은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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