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하이킥3 이적부인 낙점 진희? 뒤틀린 신데렐라의 진수

반응형




결국 많은 분들의 예상대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의 이적 아내는 백진희로 결정된 듯 합니다. 물론 이적이 확실히 '아내'가 아닌, "'그녀'를 두고 소설을 써보겠다."는 내레이션, 그리고 결국은 예측불가 결과를 내는 김병욱PD 성향상 백진희가 이적의 아내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허나 이적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제 방송분에서 <하이킥3> 이적 아내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라고 알린 상태였고, 이적이 마음에 두고 있고, 결국은 이적의 소원대로 나란히 앉아서 공연을 관람한 백진희가 이적의 아내로 당첨된 확률이 높아보이네요. 


아마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네 현실의 불편한 점을 콕콕 찝어주면서 결코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 김병욱PD의 성향상, 이미 오래전부터 이적의 아내로 진희가 점찍어졌는지도 몰라요. 사실 현실에서 의사인 이적과 그간 취업이 안되 보건소 인턴으로 남의 집에 빌붙여지냈던 진희의 상태로만 봤을 때는 딱 영락없는 '취집'이거든요. 


남자는 능력(실은 재력). 여자는 외모가 결혼 시장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는 이적같이 최고 학부를 나오고 돈 잘버는 의사야말로 두말나위없는 최고의 신랑감이죠. 역시나 이적은 자신의 재력을 보고 달려드는 여자들과 끊임없는 맞선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적은 <하이킥3> 4명의 여주인공에게 있어서는 어떻게는 피하고 싶은 '폭탄' 같은 존재였어요. 이적과 같은 의사라도, 이적에 비해서 봉급이 한참 적은(뭐 계상에게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근사한 단독주택이 있지만 ㅡ0ㅡ) 계상이 진희와 지원 두 여자에게 동시에 구애를 받은 것을 생각하면, 그저 '물주'로 이용만 당하다가 팽당하는 일만 발생했던 이적은 참으로 딱해보이긴 했어요. 


요즘들어 워낙 살기 어렵다보니, '사랑'보다 '조건'에 의해서 결혼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어떤 가치보다 '상대에 대한 진정한 마음'이 최우선시되는 <하이킥3>에서는 그 어떤 여자들도 좋아하지 않는 이적은 그저 돈밖에 볼게 없는 최악의 신랑감에 불과했어요. 항문외과로 돈벌이하면서 직접 소설도 쓸 정도로 감성적인 구석도 꽤 있어보이지만 군데군데 드러나는 이적의 다소 소심하고도 찌질한 성향이 향후 어떤 여자와는 반드시 맺어지게되있는 이적의 매력을 반감시켰죠. 때문에 극중에서 여주인공 4인방 중 누군가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은, "제발 내가 좋아하는 000는 이적의 아내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를 간절히 바라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구요. 


특히나 그중에서도 백진희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백진희가 취업도 하지 못한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적의 돈에 의해 '팔려가는' 엔딩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습니다. 진희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진희에게 가장 원하는 결말은 다름아닌 <짧은 다리의 역습> 부제 답게 다소 저조한 스펙을 극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서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엄청난 대학 등록금 대출 부채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서울대 출신 의사에게 '취집'하는 것만큼 더 큰 '짧은 다리의 역습'도 없겠습니다. 그런데  결국 별다른 스펙이 없으면 미모나 잘 가꿔서 돈많고 능력있는 남자를 유혹하는게 최고다라는 식의 결말은, 현실에서는 죽도록 노력해서 취업하는 것보다 더 희박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기존 드라마에서 주구장창 이어온 허무한 '신데렐라 성공기'와 뭐가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 또한 진희가 아직까지 짝사랑하던 계상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데, 암울한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 계상의 선배인 이적과 억지 결혼한다는게, 진희나 이적 모두에게 상당한 잔인하고도 짖궃은 운명으로 보여주었고요. 


허나 다행이도 진희는 모든 <하이킥3> 시청자들이 원하는 대로, 진희가 원하는 직장에 보란듯이 취업에 성공했고, 아예 26일 방영분에서는 계상에 대한 마음을 깨끗이 접기로 하였습니다. 진희가 이적의 아내가 되길 원치 않은 사람들의 이런저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제작진들의 수순이었죠. 


처음부터 김병욱PD가 이적의 아내로 진희가 낙점되어있는 상태였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김병욱PD는 다수의 시청자들이 원하는대로의 전개와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라는거죠. 어떻게해서든지 자신이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고, 욕먹을 각오하고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것을 보여주는 잔인한 연출자니까요. 


다행스럽게도 김병욱PD는 진희가 백수인 상태에서, 여전히 계상을 사랑하고 있음에도 돈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이적에게 팔려가는(?) 최악의 불상사까지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진희는 이미 쟁쟁한 스펙소유자를 물리치고 유수의 광고회사에 취업을 하였고, 앞으로도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러나 진희가 이적의 아내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분명 뭇 여성들이 선호하는 돈 많은 의사와 결혼한다니 좋은 일이긴 한데, 웬지 찜찜한 기분을 마구마구 전달해주면서 동화, 드라마 속처럼 아름답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은 진짜 신데렐라 스토리의 씁쓸하고도 적나라함을 일깨워준 것. 역시나 염세적이고도 지독하게 현실적인 김병욱PD니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