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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1박2일, 남자의 자격 왜 재방송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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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1박2일>, <남자의 자격> 마저 스페셜을 빙자한 재방송 모드에 들어가기 시작했군요. 가뜩이나 <무한도전>도 9주째 파업이란 진기록을 세우고 있는데, <1박2일> 마저 슬슬 재방송으로 돌입하니 시청자로서는 우울하기 그지 없군요. 


그나마 불행 중의 다행이라면, <1박2일>이 시즌2가 시작되고, 나영석PD 시절만큼 <1박2일>에 향한 애정이 조금은 덜하다는거? 하지만 <1박2일>은 PD가 바뀌고 주요 멤버 몇 명이 바뀌어도 여전히 20~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고 있는 KBS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효자 프로그램이에요. 허나 이제 막 새롭게 런칭한 터라 어떻게든 완벽히 자리매김에 성공해야하는 프로그램이 갑자기 웬 스페셜 모드 돌입이라. 시청자로서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군요. 




사실 KBS 예능의 재방송  혹은 결방 모드는 지난 주 <승승장구>에서부터 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난 주 하지원이 <승승장구>에 출연한다고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었는데, 갑자기 <승승장구>가 결방되고 대체 프로그램이 편성되었지요. 그 때 몇몇 이들은 혹시 "새노조 파업 때문?"에 결방하나 의문을 품기 시작했죠. 하지만 KBS 측의 반응은 "파업과 무관하다." 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돼 <승승장구> PD와 <남자의 자격>, <1박2일> PD가 결국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왜 <승승장구>가 석연치 않은 결방을 할 수 없었는지에 관한 의문의 답을 안겨줍니다. 물론 사측은 여전히 파업과 무관하고 원래 예정된 결방이였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요. 


역시나 주요 연출진들의 파업 여파로 인해 결방 모드에 들어간 듯한 <1박2일>, 하지만 사측의 답변은 여전히 "예정된 스페셜 편성."입니다. 아니, 지금 <1박2일>이 나영석PD 체제 하에서 5년 숙성된 안정된 프로그램도 아니고, 이제 겨우 새PD와 함께 힘차게 돛을 날리는 상황인데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었다고, 스페셜 편성입니까. 


네 하긴 사측의 말도 일리가 있긴 있어요. 시즌2 출범과 더불어, 진행이나 연출 모든 면에서 미흡한 면을 보였던 <1박2일>인터라 재정비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 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측은 이미 지난 23일, 24일 촬영분이 있기 때문에 다음주 방영은 차질없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방송분의 편집은 파업에 참여한 최재형PD와 현 연출진이 아니라,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는 10명 남짓 안되는 간부급 CP들이 맡는다는 것이죠. 가뜩이나 시즌1와 비교되는 연출과 조잡함 편집으로 끊임없이 비판이 쏟아져나오는 <1박2일>인터라, 다음주에는 어떤 편집으로 보는 시청자들을 곤욕스럽게할지 우려되기까지 합니다. 


새노조 파업과 동시에, 파업에 돌입한 <개그콘서트> 서수민PD와 달리, <승승장구>, <1박2일>, <남자의 자격> PD들이 뒤늦게 파업에 참여한 것은, PD로서 프로그램에 대한 막대한 책임감 때문입니다. 개그맨들의 콩트가 주를 이루는 프로그램 특성상 <개그콘서트>는 프로그램 수장 서수민PD가 빠져도, 원활하게(??????) 방영되고 있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은 PD들이 파업으로 일터를 떠나자마자, 바로 스페셜 모드로 돌입할 수 밖에 없잖아요. 아마 KBS와 달리 대기자에서부터 새내기 아나운서까지 대규모로 파업을 돌입해도 간부라는 책임감에 힘겹게 <라디오스타>, <세바퀴>, <놀러와>를 맡고 있는 MBC 보직PD들처럼 <승승장구>, <남자의 자격>, <1박2일> PD들도  어떻게든 프로그램 방영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시청자들과 예능 경쟁력을 생각하며 참고 참은 것 뿐이죠. 


하지만 참다참다 못해 보직을 내던진 MBC 예능국 보직 PD들처럼, 그간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KBS 주요 예능PD들도 촬영 현장을 잠시 떠나게 됩니다. 특히나 <1박2일> 최재형PD는 이제 막 프로그램을 새로 맡은 입장이다보니, 더더욱 파업에 참여하기가 쉽진 않았을거에요. 


그럼에도 최재형PD가 어떻게든 <1박2일>을 조속히 안정화시켜야한다는 자신의 책무(?)를 버리고 동료들과 함께 파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다름 아닌 KBS를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 품 안으로 다시 되돌아 드리겠다는 신념 하나 때문이죠. 


아마, <1박2일>을 즐겨보시는 중장년층 이상 몇몇 시청자분들은 갑자기 <1박2일>이 재방송 모드로 돌입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으실거에요. 아니 그분들 중에서는 왜 MBC, KBS가 파업을 하는 이유를 모르시는 분들도 더러 계실 듯도 하구요. 하지만 이번 <1박2일>, <남자의 자격> 스페셜 모드는 시간 벌이기 꼼수, 그리고 이유없고 성의없는 재방송 모드라는 섣부른 비난은 금물이에요. 


이럴바엔 원래부터 예정된 스페셜이라면서 재탕 논란만 부추기는 변명을 내세울게 아니라, 차라리 PD들이 파업에 참여해 결방에 들어갔다는 솔직한 해명이 훨 나을 듯 하네요. 하긴 기존 노조와 새노조 이렇게 복수노조의 갈등과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KBS로서는 쉽게 인정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긴 하지만요. 


어찌되었든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은 <무한도전>처럼 장기 결방은 아니라도, 피할 수 없는 파행에 돌입하게 되었군요. <무한도전>에 이어 <1박2일>, <남자의 자격> 마저 고스란히 빼앗겨버린 우울한 주말. 우리 시청자들이 다시 주말의 소소한 낙을 제대로 찾아오는 방법은 오직 '정당한 한표' 밖에는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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