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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넝쿨당 당연하지만 비현실적이라 씁쓸했던 시댁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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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혼 여성 대부분이 시댁에서 겪는 애환을 리얼하게 그려 호평을 받긴 했지만, 애초부터 KBS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비현실적인 판타지에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넝쿨당>의 차윤희에게는 시댁의 질투와 괴롭힘에서 막아주는 든든한 남편이 곁에 있지만, 현실의 남편들은 고부 갈등 사이 자신의 엄마와 아내 중 누구 편을 쉽게 들어주지 못하고 우왕자왕 하곤 합니다. 어쩌면 <넝쿨당>의 방귀남은 재벌2,3세보다 더 만나기 힘든 남편일지도 몰라요. 


최근 방귀남과 차윤희 부부의 입양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억지스러운 전개로 도마 위에 오르긴 했지만, 차윤희의 유산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그리 썩 달가운 임신은 아니였지만 세상의 빛을 보여주기 전에 자신의 뱃속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 아이의 소식은 윤희는 물론 귀남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외아들인 귀남 부부에게서 자식을 기대한 시댁. 그리고 윤희의 친정 또한 비통에 잠기게 됩니다. 


그럼에도 윤희의 친정 엄마는 물론, 시댁 어른들은 예비 손주를 잃어버린 섭섭함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윤희를 따스하게 안아줍니다. 아이를 잃어버린 게 윤희 혼자 만의 잘못이 아니고 누구보다도 가장 힘들어하고 아파할 사람은 윤희 본인이니까요. 





지난 11일 방송에서 <넝쿨당> 식구들이 윤희에게 보여준 배려는 유산의 아픔을 겪은 며느리,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위로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유산의 아픔을 겪은 여성들, 선천적으로 임신을 하지 못하는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여전히 수많은 시댁 어른들은 위로 대신 따가운 눈초리를 보여주는가 봅니다. 설령 며느리의 부주의 탓에 실수로 아이를 유산했다하더라도, 아이를 잃어버린 비통과 죄책감에 빠져있는 며느리에게 "너의 잘못"이라면서 유산이 무슨 자랑이고 대수나면서 야박하게 쏘아붙이는 시댁은 유산의 아픔보다 더 큰 '한'으로 맺히게 됩니다. 


원시 시대에서부터 여성은 종족의 번식과 양육을 맡아왔기에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여성은 집단과 사회로부터 죄인취급 받아야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별 문제 없는 화목한 집안으로 보일지 몰라도 <넝쿨당>의 여성들은 종족 보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임신을 하지 못한 귀남의 작은 어머니 장양실은 유산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홧김에 시조카를 미국으로 입양보낸 악행을 저질렀으며, 엄청애는 시댁으로부터 아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죄'로  평생을 주눅들면서 살아와야했습니다.


다행히 그녀들은 과거 자신이 겪었던 상처와 아픔을 고스란히 며느리대에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한 때 귀남을 잃어버리고 수십년간 고통 속에서 살아왔던 엄청애는 비슷한 아픔을 겪게된 며느리 윤희의 불행이 자신의 괴롭힘에서 빚어진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고 며느를 꼭 안아줍니다. 그리고 장양실은 손수 죽을 써와 귀남에게 전달해주면서 아내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을 당부합니다. 





오래 전 아이를 갖지 못해, 그리고 아이를 잃어버린 그녀들에게도 가장 큰 힘이 되어야할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내를 위로하긴 커녕 아내에 대한 시부모의 구박과 죄인 취급이 당연한 줄 알고, 그녀들이 받는 고통을 나몰라라 하였습니다. 시집살이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진 대한민국의 요상한 시월드 문화 풍토에서 여성이 반드시 행해야할 소중한 덕목인 출산과 양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여성들은 평생을 죄인처럼 살아야하고, 유산을 해도 위로받기 보다 되레 시댁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아가면서 혼자 아픔을 삭혀나가야하는 것이 여자로서의 순리인줄 알았습니다. 귀남에게 자신의 고통은 평생갔다는 장양실의 대사가 결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수많은 여성들의 현실입니다. 


요즘들어 며느리가 유산을 하면 죄인 취급 하는 시댁이 줄어들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며느리 유산에 가족 모두가 손수 나서 며느리를 위로하는 시댁은 흔치않을 것입니다. 2012년에도 그저 며느리의 부주의였다고 손가락질만 하지 않으면 그나마 좋은 시댁으로 불리는 세상.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비현실의 정점을 찍은 차윤희 시댁 위로가 감동적이면서도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그래도 이번 <넝쿨당>을 계기로 여전히 모순덩어리인 시부모와 며느리 간의 관계가 좀 더 합리적으로 개선되고자 하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 수많은 여성들이 <넝쿨당>에 열광하는 이유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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