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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늑대아이 악한 인간을 머쓱하게 하는 선량한 진짜 늑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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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늑대’나 ‘귀신’같은 사람이 아니무니한 것들은 인간에 ‘해’를 끼치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맹수’나 ‘처녀귀신’, '구미호' 보다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더 무섭고, 짐승만도 못한 인간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한 때 우리의 등을 오싹하게 했던 귀신이나 맹수는 ‘귀요미’가 되었다. 


최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속 늑대들에게는 우리가 알던 ‘늑대’의 모습이 전혀 없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았던 ‘늑대’는 무섭기도 하지만, 음흉하기 짝이 없는 동물이다. 그러나 <늑대아이>들 속 늑대들은 순수할 뿐더러,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에 묵묵히 최선을 다해 따를 뿐이다. 


자신의 남다른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늑대인간 종족은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조용히 살고자 한다. 다만 먹이가 필요하거나 누군가가 자신을 먼저 건드렸을 때 늑대 특유의 공격적인 성향이 나올 뿐이다. 아주 어릴 때는 자신의 감정이 제어되지 않으니, ‘늑대’ 성향이 고스란히 나오곤 하는데 한 마리의 늑대가 아니라 귀여운 강아지를 보는 기분이다. 진짜 물 줄 아는 브라우니의 실사판을 보는 기분이랄까. (엄마미소 ^0^ )





영화는 자신이 연모하는 남자가 사람이 아닌 늑대인간인 줄 알면서도 따스하게 받아들인 한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들과 다른 이를 사랑으로 받아들인 여자 하나는 남편이 사고사로 떠난 이후에도 그가 남긴 늑대인간들을 꿋꿋하게 키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인간과 늑대의 갈림길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인생을 선택하길 바랐던 엄마는 인간과 늑대가 하나가 되는 지점, 광활한 자연으로 주거지를 옮긴다. 


젊은 여자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깊숙한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산다는 것은 도통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타고난 늑대본성으로 온 집안을 활보하는 아이들의 활기는 하나 혼자서는 도저히 통제 불가능이다. 그러나 하나는 그 연약한 몸에 다 무너져가는 집수리는 물론, 밭갈이, 농사, 집안일, 양육까지 모두 척척해낸다. 





하루하루가 뼈가 으스러지게 힘든 나날들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하나는 가진 것 없는 늑대 인간과 결혼한 것, 두 아이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남다른 외향을 가져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아이들을 한 시도 원망한 적이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낙천적이고 미소를 잃지 않는 하나는 남은 아이들을 잘 키우기로 다짐한다. 그 사이 연약했던 소녀 하나는 어느덧 강한 엄마가 되어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된다.


하나의 따스한 사랑 안에 무럭무럭 자라게 된 아이들은 어느덧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가지게 된다. 어린 시절 유달리 활달했던 큰 딸 유키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택했고 반면 어린 시절 악당으로 나온 늑대를 보고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로 여린 아들 아메는 늑대가 되어 산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언젠가는 아이들이 자신의 품속을 떠나야할 순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아이들을 보낼 수 없는 하나는 이제 막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아이들 걱정에 태산이다.





그러나 하나는 웃음으로서 아이들과의 이별을 받아들인다.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꿋꿋하게 키워낸 것도, 인간과 늑대 사이에서 혼란을 겪던 아이들의 중심을 잡아준 것도 언젠가는 스스로 각자의 인생을 택할 아이들의 성공적인 독립을 위해서다. 내 품 속에서 나온 자식들이 아무 탈 없이 잘 자라길 바라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다. 


그러나 자식을 위한 미명 하에 자신의 꿈과 희망을 아이들에게 주입 시키 바쁜 현실의 대다수 부모들과 달리, 하나는 아이들의 타고난 본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아이들이 택한 삶을 받아들인다. 


하나 또한 아이들이 자신과 똑같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곁에 오래 머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허나 하나는 아이들의 뜻을 존중했고,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 비싼 사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풍족한 의식주를 누린 것도 아니지만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자신의 주체성을 정확히 인식하게 된 아이들은 엄마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한다. 


과거 ‘늑대’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무시무시한 동물이었다면, <늑대인간> 속 늑대들은 ‘진짜 늑대’보다 욕심 많고 음흉한 인간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팍팍한 일상 속에서 메마른 감성을 일깨워준다. 옆에 있는 사람이 더 무섭고 오히려 ‘귀신’과 ‘야수’에게 깊은 교훈을 얻는 세상. 남들과 똑같이 살아야 안심이 된다는 현실에 아이들의 남다른 개성을 억지로 감추게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살려주어 믿음직한 어른으로 키워낸 위대한 엄마 ‘하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p.s. <늑대아이> 보러갈 때 손수건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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