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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내가 살인범이다. 박시후의 서늘한 미소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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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MBC <신비한 TV 서프 라이즈>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사랑한 여인의 이야기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강력한 호감을 느끼는 하이브리스토필리아 증상을 앓고 있던 여자는 연쇄 살인범에게 사랑을 느끼고 끝내 그와 결혼을 하기까지 이른다. 


그녀는 서른 살에 잡지편집장이 된 유능한 여성이었고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이 자랐다. 그러나 신문 기사 속 살인범의 미소에 빠져버린 이후, 그 여성의 인생은 송두리째 달라졌고 현재 그녀는 자신의 남편의 구명운동을 위해 힘쓰고 있는 중으로 알려져 있다. 


정재영, 박시후 주연 <내가 살인범이다> 예고편만 보았을 때는, 위의 사례와 같이 강력 범죄자에게 이성적 호감을 가진 여자들과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을 풍자하는 영화인 줄 알았다. 


물론 <내가 살인범이다>는 과거 10명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자백했음에도 불구, 이두석(박시후 분)의 매력적인 비주얼에 빠져 팬클럽까지 결성한 여자들을 통해 ‘외모만 좋으면 살인도 쉽게 용서되는’ 세상을 냉소적으로 뒤튼다.





그리고 특종과 화제가 될 만한 가십거리에 눈이 먼 공중파 방송국이(하필이면 그 방송국 이름이, 현재 연일 방송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M모 방송국을 연상케 한다.) 살인범과 연쇄 살인 사건을 담당한 형사와 대면하여 공개 토론을 벌이는 과장된 설정을 통해, 자극적 보도로 도배를 하는 현 시대 언론을 과감하게 비꼰다. 


하지만 자신을 연쇄 살인마라고 주장하는 이두석의 차가운 미소 뒤에는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놀랍고도 충격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액션배우다>로 충무로에 화려하게 등장한 정병길 감독의 신작 <내가 살인범이다>는 연쇄 살인범에게 잔인한 방식으로 가족을 잃고 그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다.  


2005년 겨울. 15년 전 연쇄 살인마에게 애인을 잃은 최형구(정재영 분)은 오매불망 살인범 검거를 꿈꾸지만, 눈앞에서 그를 놓치고 대신 입가에 상처만 얻는다. 


그리고 2년 후 자신을 연쇄 살인사건 범인으로 주장하는 이두석이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책을 발간하고 세상 앞에 떠들썩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연예인 뺨치게 잘생긴 얼굴을 가진 이두식은 단숨에 스타로 등극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을 통해 연일 대서특필되어 보도된다. 그 시각 연쇄 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외딴 아지트에 모여 이두식을 납치할 계획을 세우고, 최형구는 알려지지 않은 미제 사건을 파헤쳐 이미 세상이 용서한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2시간가량 러닝타임 통한 예측 불허의 반전이 이어지는 <내가 살인범이다>의 핵심 포인트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못하는 살인범을 응징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사적 복수’다. 1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범인이 15년 전에 지은 연쇄 살인은 결코 잊혀 지지 않는 범죄다. 


하지만 범인은 공소시효가 지나 더 이상 어떠한 법적 처벌을 면한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 여론과 국민들,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을 상대로 과감한 언론플레이를 단행한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유명해지고 싶었던 범인보다 잔머리를 굴려 화려한 언론플레이를 감행한 최형구의 집념은 결국 범인의 본색을 온 천하에 드려내었고, 그들은 다시 일생일대 숨 막히는 결투를 벌인다. 


개봉 전 스토리가 다소 부실할 것 같은 우려와는 달리, <내가 살인범이다>는 비교적 탄탄한 구성과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꽤하는 영리한 스릴러다. <나는 액션배우다>를 전작으로 가진 정 감독의 작품답게,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정재영이 범인과 맞서는 장면에서 펼쳐지는 리얼 액션은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쾌감을 선사한다. 다만,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 극 후반 최형구가 범인을 추격하며 펼쳐지는 과도한 액션 씬은 아니한 못하는 지루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단점을 커버하는 주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다. 다시 거칠면서도 친근한 남자로 돌아온 정재영의 꽉 찬 내면 연기. 스크린 첫 도전 작 임에도 불구, 서늘한 미소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박시후의 절제된 표정은 오래오래 뇌리에 잊혀 지지 않는다. 





한 줄 평: 비현실적인 설정을 상쇄시키는 액션과 기막힌 반전 ★★★☆

사심 가득 한 줄 평: 박시후의 매력적인 비주얼은 스크린에서도 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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