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전망대

개들의 전쟁. 뒷골목 아이들의 밉지 않은 허세놀이

반응형






2012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선정 최고 인기작 선정 <개들의 전쟁>. 지난 여름 전주국제영화제 개봉했을 때부터 김무열 때문에(그 뒤 군대 문제로 약간 실망하긴 했으나, 지금은 군대 갔으니까) 묻지고 따지지도 않고 참으로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운좋게 20일 곰TV에서 무료로 온라인 시사회로 극장 안가고 편히 컴퓨터로 볼 수 있었다. 


<개들의 전쟁>. 제목만 보면 참으로 오줌지리는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내용인 줄 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보다 더 찌질할 수 없다. 아니, 아예 영화 홍보 문구가 "찌질해서 통쾌한 '넘버1' 사수 액션 활극이다. 


그렇다면, 그 '넘버1'이 상당히 의미있는 숫자나. 그것도 아니다. 그저 시골 뒷골목 양아치들의 '개'밥그릇 사수 경쟁일 뿐. 차라리 좀 더 생산적인 일에 그 넘쳐나는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수입도 더 좋을련만. 


하지만 그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밥그릇도 밥그릇이지만, 어떻게 오른 '넘버1' 자리인데 다시 그 자리를 넘겨주고 밑으로 기어들어갈 수 있을까. 그래서 이들은 목숨걸고 싸운다. 그런데 당사자들끼리는 굉장히 심각한데 정작 보는 이들은 배꼽을 잡고 깔깔 웃는다. 솔직히 왜 저래 진지하게 '넘버1'을 두고 다투는지 당췌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겉 멋만 잔뜩 든 이들의 허세놀음에 이해를 구하는 대신, 더욱 주인공들을 찌질하게 몰아넣는다. 





남자들은 모르겠다만, 여자들이 가장 경계하고 극도로 싫어하는게, <개들의 전쟁> 주인공들처럼 별거 아닌 일에 똥폼잡고 가오 부리는 일이다. 웬만한 영화라면 그럭저럭 괜찮게 보는 글쓴이가 무섭기는 커녕 헛웃음만 작렬케하는 공포 영화 다음으로 제일 싫어하는 영화가 이런 영화다. 글쓴이가 좋아하는 톰 하디, 게리 올드만 때문에 보긴 봤으나, 요근래 봤던 영화 중에서 가장 공감이 되지 않았던 영화가 다름아닌 <로우리스:나쁜 영웅들>이다. 


그 영화 주인공들은, <개들의 전쟁>의 상근 패밀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주먹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글쓴이의 '짜증'을 돋우는 이가 다름아닌, 세지도 않으면서 허세만 가득찬 막내 본 듀란(샤이아 라보프 분)이다. (그런데 정작 이 영화 때문에 샤이아 라보프라는 배우는 다시 봤다. )


오히려 극 중 아무도 건들 수 없는 천하무적 포레스트(톰 하디 분)은 누군가가 자신을 위협할 때 외에는 먼저 주먹을 휘두르는 법이 없다. 극 중 부당한 압력과 타협을 모르는 포레스트의 굳은 의지 때문에 사악한 조사관 찰리 레이크(가이 피어스 분)과의 피할 수 없는 결투에 맞닥 뜨려야했지만, 더욱더 듀란 삼형제를 점입가경으로 몰아넣는 인물은 그 중에서도 맷집이 약한 막내 본이다. 


힘은 세지만 야망은 없는 형들과는 다르게 멋진 삶을 살고 싶었던 본은 형들 몰래 일을 꾸미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숲 속에 숨겨놓은 자신들의 술 조제소에 데리고 갔다가, 되레 형제들 모두를 위기에 빠트린다. 결국 그 놈의 '허세' 때문에 본의 친구가 죽음을 당하고, 사업에도 큰 가격이 온 셈이다. 


<개들의 전쟁>의 상근 패밀리 수장 상근(김무열 분)도  겉 멋만 잔뜩 들었다는 점에서 <로우리스:나쁜 영웅들>의 본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제아무리 시골 읍내라고 하더라도, 명색이 한 동네를 주름잡는 조직의 일인자임에도 불구, 몽둥이로 개 한마리도 잡지 못하는 상근의 가오잡기는 피씩 웃음만 나오게 한다. 


엄연히 말하면, 과거 동네일대를 장악했던 세일형님(서동갑 분)을 몰아낸 것은, 상근의 힘이 아니라 치킨(?) 형님의 공로가 크다. 하지만 어부지리로 동네를 장악했던 상근. 그 이후 상근을 따르는 아이들은 늘어나고, 나름 패거리 세도 불리지만, 아뿔사. 세일 형님이 엄청나게 센 주먹을 대동하고 다시 동네에 나타났지라. 도저히 본인의 주먹만으로 세일 형님과 그 건달을 이길 수 없었던 상근은 2년 전 세일형님에게 복종했던 어두운 과거가 떠오렸지라. 그리고 역시나 상근은 세일 형님에게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더라. 





세일 형님의 귀환으로, 1인자 자리를 빼앗기고, 동생들 볼 낯도 없어진 상근. 하지만 이대로 마냥 사냥개에게 영토 빼앗고 꼬리 내린 똥개처럼 죽은 듯이 살 수 없다. 다행히 동생들은 세일 형님에게 개처럼 맞기만 하는 상근이 형님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상근이 형님이 세일에게 당할 수록 상근 패밀리의 의리는 똘똘 뭉친다. 이쯤되면 힘이 없어진 상근을 배신하고 세일로 붙는 배신자들도 더러 있을 건데, 비록 싸움은 잘 못하는 건달이라도 머리쓰지 않고 상근 형님 한 우물만 파는 동생들이다. 


상근을 비롯한 상근 패밀리들은 전원 양아치다. 극중 초반 상근에게 밀린 돈을 대신 받아달라고 요청했던 한 남자의 대사를 빌리면, 상근은 전직 동네 넘버1 세일보다 더 양아치면 양아치지, 더 나은 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동생들 몫까지 확실히 챙기는 상근의 보스 기질은, 동생들을 반하게 하고, 급기야 형님을 지키기 위해 일생일대 혈전에 뛰어들게 한다. 이해타산을 따지기 보다 오직 형님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한 동생들이 귀엽기까지 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주먹 깨나 쓴다고 하릴 없이 동네 양아치짓을 하는 이들의 행보는 도저히 '공감불가'이지만 양아취라기보단 아직 철이 심하게 덜 든 아이들에 가까운 상근의 동생들은 그만큼 세상물정에 때가 덜 묻었고 순박하기까지 하다. 


제목부터, 마초 냄새가 풀풀 나고, 군대 문제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김무열 외엔 이렇다할 낯익은 얼굴이 없어서 불안하기까지 했는데, 예상 외로 잘 만든 영화다. 영화 속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어딘가 실제 있을 것 같은 동네 뒷골목을 담아내는 카메라 잡는 구도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저예산 특유의 거친 질감도 있지만, 개보다 찌질한 남자들의 밥그릇 사수기라는 주제와 딱 어울린다. 





군복무 중이라 아쉽게 <개들의 전쟁> 홍보에는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 원톱 주연으로서 참으로 찌질하지만 자존심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상근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낸 김무열의 연기도 빛나지만, 오직 의리 하나만으로 상근의 개싸움에 동참하는 동생들의 귀여운 열연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허세놀이를 밉지않게 한다. 11월 22일 개봉. 


한 줄 평: 찌질해서 더 좋았던 허세 액션 활극 ★★★☆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시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시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