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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청담동 앨리스 문근영.삼포 세대를 대변한 가슴아픈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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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의 전작 <메리는 외박 중>는 명품이니 신분상승이니 전혀 관심없던 히피 소녀가 우연히 청담동 며느리로 입성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였다. 반면, 이번에 문근영이 도전하는 SBS <청담동 앨리스>는 노력파 캔디였으나, 청담동 며느리로 입성을 노리는 전형적인 88만원 세대의 고군분투 이야기이다. 


흔히 흔한 재벌과 평범녀의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청담동 앨리스>는 기존의 칙릿 혹은 신데렐라 동화를 과감하게 비틀어 버린다. 극중 한세경(문근영 분)의 시작은 재벌 며느리가 되는데 하등 관심이 없던 똑똑한 여대생이였지만, 돈이 없어 유학을 다녀오지 않아 높은 성적에도 유학파가 즐비한 패션업계에 취직조차 되지 않고 설상가상 연애조차 사치인 상황인지라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비극을 맡게된다. 


설상가상으로 한세경과 달리 전형적인 된장녀였던 서윤주(소이현 분)은 재벌3세를 물어 청담동 며느리님에 입성에 성공, 한세경이 모시는 사모님이 되었다. 게다가 윤주는 과거 차승조와 연인이었음에도 불구, 자기 때문에 부모 재산을 포기한 차승조를 과감히 찬 전력이 있다.  학창시절 자신의 남자친구를 빼앗아간 윤주와 앙숙관계를 이루던 자존심 강한 세경으로는 치욕이다. 하지만 현재 세경으로는 그 직장도 감지덕지다. 





예전에 20대 여성들 사이에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라는 책이 크게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의 작가는 후배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인정하기 싫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충고를 해주었다. 여러가지 말들이 있었지만 결론은 현실적 가치를 밑바탕으로 한 결혼이 핵심이었다. 


지금도 몇몇 사람들은 여자 팔자 뒤웅박이라고, 공부잘한 여자애보다 시집 잘 간 애가 훨 낫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서윤주다. 어릴 때부터 자기 힘으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여자가, 예쁜 얼굴과 남자 잘 꼬시는 기법 하나 만으로 수많은 엄친딸들을 물리치고 재벌 사모님으로 그들 위에서 군림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된장녀하고 전혀 거리가 먼 88만원 세대의 불쌍한 자화상 세경은 그 허영심 들뜬 동창 사모님 옷 심부름 해주다가 접촉 사고를 내고, 설상가상 세경을 '된장녀'로 오해한 최고로 경멸하는 명품유통회사 아르테미스 회장 차승조(박시후 분)의 비수섞인 말이다. 남자친구에게도 차이고, 명색이 엘리트 코스만 밟아본 세경임에도 불구, 한 패션회사 계약직으로 취업해서 유학을 다녀오지 않아, 안목이 없다, 능력없다는 말만 듣고 사모님 심부름 한 것도 서러운데 "주제도 모르고 깝친다."라는 식의  차승조의 타박은 결국 외로워도 울지 않은 캔디의 눈물을 펑펑 울리게 한다. 


 "내가 비싼 명품 걸치고 있었으면 적어도 안목 후지다는 말은 안 들었을 거다. 그래서 빚을 내서라도 명품을 사고 싶은 거겠지. 그런데 내 처지는 내가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 그건 우리 부모님이고, 우리 부모님이 처지에 맞게 내게 해주신 것들, 내가 자란 동네, 어울려온 친구들 그런 걸 말하는 건데"


한 여자의 청담동 며느리 입성 프로젝트로 가벼운 신데렐라 칙릿 물이였는 줄 알았는데, <청담동 앨리스>의 세경은 기존의 신데렐라에 성공했던 여타 주인공, 그나마 신데렐라 중에서 가장 씩씩하고 자아주체적이었던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하지원 분)보다 더 현실적이면서도 취업이 안돼 연애조차 마음껏 할 수 없는 삼포 세대의 비극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아니, 적어도 자신만이 잘 하는 일이 있어 그 당당함으로 재벌3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길라임에 비해, 겨우 패션 회사 계약직으로 취직한 세경에게는 있던 자존심도 내려놓고 비굴해져야한다. 그게 바로 희망없는 2012년을 살아가는 대부분 청춘들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겉만 화려하게 2012년 판 신데렐라 탄생기로 포장했지만, <청담동 앨리스>는 돈이 사람보다 우선인 시대 청담동이라는 욕망의 도시 속에서 어떻게든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이 시대의 청춘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기이다. 


그 흔한 명품도 없이 자기 분수껏 열심히 살아온 세경이다. 하지만 미술학도로서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음에도 유학파가 아니라 취업도 안되어 고등학교 때 앙숙인 사모님에게 굽실거려야하는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자기도 '청담동 며느리'가 되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는 세경을 허영심에 들떠 돈많은 남자 만나는데 혈안이 된 '된장녀'라고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겉으로는 남자들이 가장 혐오한다는 '청담동 며느리'가 꿈인 된장녀가 되겠다고 선언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안쓰러운 상황을 알기에 미워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삼포세대의 얼굴 세경. 자칫 첫 회부터 보지 않았으면 오해받기 십상인 그 세경 역을 서러움에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고, 심지어 목과 코가 막힐 정도로 진짜 울 줄 아는 문근영이 맡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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