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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노장이 선사하는 감동적인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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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 하나만으로 오랜 세월 최고의 메이저리그 선수 스카우터로 이름을 날린 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 노장임에도 불구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인다는 점에서, 거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러모로 많이 닮았다. 


그러나 1930년 생으로 미국나이로 82세임에도 불구, 할리우드의 거목으로 굳건한 건재함을 이어가는 이스트우드에 비해,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거스는 설상가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선수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구단에서 계약해지 통보받을 위기다. 


딸 미키(에이미 아담스 분)은 유능한 변호사로 곧 매니저로 승진할 수 있는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거스가 걱정된 오랜 친구이자 직장 동료 피트(존 굿맨 분)의 요청으로 미키는 만사를 제쳐놓고 아버지와의 서먹한 동행에 몸을 싣는다.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오랜 시간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아버지와 딸이 선수 스카우트를 위한 여행을 떠나며 진정으로 서로 이해하게 된다는 잔잔한 서사극이다. 무뚝뚝하고 고집불통인 아버지와 아버지 못지않게 고집이 센 딸 사이에 한때 전도유망한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조니 플래건(저스틴 팀버레이크 분)이 개입한다. 


과거 거스의 도움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으나 팔을 혹사한 탓에 선수생활을 중단했야했던 조니는 현재 야구 해설 캐스트를 목표로,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의 스카우터로 일하고 있다. 거스와 마찬가지로, 전 메이저리그 구단이 노리는 고등학생 차세대 거포를 스카우트하려 나타난 조니는 거스와 동행한 딸 미키에게 첫눈에 반하고,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간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일 중독에 빠져 있고,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던 상처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던 미키도 유쾌한 조니가 싫지는 않다. 





아버지가 딸을 버린 이유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제 장성한 딸임에도 미키 에게 추근거리는 남자를 과도하게 제재한 것도 어린 시절 딸을 동생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던 그 과거의 상처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것 외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딸은 오랜 시간 남남처럼 살아온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그럼에도 아버지를 끊임없이 갈망했던 미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를 앞두고 돌연 아버지와 여행을 떠난다. 처음에 왜 자신을 따라왔느냐고 투덜거리던 거스도 딸과의 동행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다만 말로서 표현하지 못할 뿐. 그게 바로 직설적이면서 투박하면서도 언제나 딸을 마음에 품고 있는 아빠의 사랑법이다. 



혹시 방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픈 팔에도 공을 던졌던 조니처럼 시력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에도 전 메이저리그 구단이 주목하는 거포 유망주를 보러 떠난 거스 .7년 동안 적성에 맞지 않은 변호사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쉴 틈도 없이 소속되어 있는 로펌에 헌신한 미키. 정리해고가 일상다반사가 된 정글 같은 현실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심지어 거스는 첨단 문물을 사용할 줄 모르고 나이까지 들어 노쇠해졌다는 이유로 오래 쌓아온 직구 노하우에도 불구, 젊은 스카우터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퇴물' 취급받는다. 





여기에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아버지를 위해 휴가를 떠났다는 죄명으로 숙적에게 파트너 승진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미키. 하지만 오랜 세월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버지와 딸에게 찾아온 위기와 함께 따라붙은 숨 고르기는 그동안 생각조차 해볼 겨를조차 없었던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 즉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다. 


팔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감독으로 외연을 넓히며 배우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녹슬지 않았던 거스의 천부적 '직구'와 미키의 '변화구'를 조합해 불리했던 모든 상황을 한 방에 역전시키는 노장의 건재함은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역시 기본적으로 직구 실력이 좋아야 변화구도 잘 던지는 법.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에이미 아담스와 화려한 팝스타에서 이제는 완전한 배우로 거듭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안정적인 신구 간의 조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원래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보고 진정한 그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저 이 살이있는 할리우드 전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오래오래 스크린에서 보길 바랄 뿐이다. 


한 줄 평: 완벽한 직구가 뒷받침된 환상적인 변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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