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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보고싶다. 유승호의 오열이 섬뜩하면서도 안타까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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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보고 싶다>의 세 남녀 주인공들은 정신적으로 심하게 결핍되어 있는 상태다. 


그나마 조이 이수연(윤은혜 분), 해리 강형준(유승호 분)에 비하면, 한정우(박유천 분)이 행복하다고 싶을 정도로 조이와 해리는 극도의 불안상태에 앓고 있다. 그래도 조이는 다시 이수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따스한 엄마 품이 있지만, 해리에게는 그마저도 없다. 


해리 형준은 한정우 아버지 한태준(한진희 분)의 이복 동생이다. 한정우보다 어린 형준이 정우의 삼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노인이 되어도 성욕이 감퇴하지 않았던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정우의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보다 약간 어린 여자 강현주(차화연 분)을 후처로 들였다. 그리고 현주와 그녀가 낳은 아들 형준의 몫을 단단히 챙겨두었다. 


그러나 태준은 현주와 형준을 자신의 새어머니와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아버지가 남겨둘 상당한 재산을 그들 모자와 나눠갖는게 싫었다. 그래서 태준은 사람을 시켜, 아버지를 독살시키고 현주 모자를 위협한다. 그리고 본 저택에서 약간 별채로 떨어져있던 형준의 방에 무시무시한 사냥개를 데리고 간다.그 당시 형준의 나이 겨우 초등학생 안팎이다. 그런데 형준보다 2살이나 더 많은 아들을 가지고 있는 이복형 태준은 그깟 돈 좀 더 벌고자 어린 동생을 사냥개로 협박한다. 


하지만 태어나는 순간, 언제라도 자신과 엄마를 헤칠 수 있는 한태준을 향한 경계심을 놓치지 않았던 형준은 필사적으로 방문 유리창을 깨고 극적인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형준은 그 와중에 다리를 심하게 다친다. 그래도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이모 정혜미(김선경 분)을 찾아갔는데, 그녀는 다친 형준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하기보다 허름한 판잣집에 방치해둔다. 혹시나 형준이 태준 일당에게 발각되어 납치라도 당하면, 그동안 현주와 혜미가 힘들게 지켜온 엄청난 돈이 다 공수표로 돌아올까봐. 그래서 형준 엄마 현주는 애써 다친 형준을 외면한다. 그 또한 태준에 의해 병원에 감금되면서 형준이 보고 싶어 울고 또 울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 엄마에게 외면받은 형준은 돈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잠시 버린 엄마의 심경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와 혜미가 원망스럽다. 그래서 어른 정우와 해리, 조이를 처음으로 대면시켰던 형준 이모 혜미의 사고사가 단순 익사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아빠뻘되는 이복형제의 잔인한 공격에 다리를 다치고, 설상가상 엄마에게까지 버림받은 형준은 그 아픈 다리로 이를 악물고 성공을 향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상당히 어린 나이에 몇 조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부띠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형준의 성공 뒤에는 다리 다친 아들을 방치하면서까지 아들의 미래를 위해 돈을 지킨 형준 엄마의 '헌신' 덕분이기도 하지만. 


함께 사는 해리의 유일한 친구이자 연인 조이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장소에 형준은 엄마 현주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엄마가 그리우면서도, 그럼에도 자신을 버렸던 엄마가 원망스러운 형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긴 태준의 사악한 눈칫밥을 먹고 자라야했던 형준이, 여타 아이들처럼 엄마의 사랑을 듬뿍받으며 안정적으로 자랐을리 없다. 그저 다른 보통의 아이들보다 돈을 엄청 쌓아낳고 사는 재벌 집안에서 태어났을 뿐이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불행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형준이다. (물론 이보다 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수연도 있다)





어릴 때 엄마의 사랑을 마음껏 받지 못했고, 또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아픔이 있어서 그런지, 해리는 지금 자기 옆에 있는 조이 수연에게 사랑 그 이상의 집착을 보인다. 분명 해리는 조이를 사랑한다. 그러나 조이 근처에 CCTV를 달아놓으며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해리는 조이를 연인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결코 뺏길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것 같다. 옛날 자기 엄마처럼 행여나 조이가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 그런데 해리가 우려했고 걱정했던 일들이 연달아 터진다. 


과거 끔찍한 일이 있었던 이수연이었던 과거로 돌아가기 싫었던 조이는, 그럼에도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엄마 명희(송옥숙 분)과 만나게 된다. 14년 동안 미우나 고우나 서로를 품었던 엄마와 딸 사이니까. 하지만 해리에게 있어서 더 무서운 것은, 자꾸만 조이의 마음이 한정우에게 향한다는 것이다. 한정우만 보면 자꾸 그 날의 악몽이 떠오른다면서, 한정우를 거부하던 조이. 그러나 자꾸 한정우와 조이의 만남은 잦아지고 해리의 가슴은 자꾸만 초조해진다. 행여나 조이가 자기 엄마처럼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 


지난 14년동안 정우가 자신을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알게된 조이는 자신의 가슴 한 켠에 어느덧 한정우라는 존재가 강하게 자리잡혀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 이수연으로 돌아가기 싫었던 조이는 애써 정우 곁을 달아나 해리와 함께 사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고열로 쓰려진 해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해리는 괜찮다면서 걱정하는 조이를 안심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조이 앞에만 서면 14년전 그 때 어린 아이로 돌아가는 해리의 본성이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조이. 실은 너무 아파. 아픈 거 잊고 자고 싶어. 네 손 마술 해줘"


해리는 알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조이가 한정우와 만났다는 사실을. 그래서 해리는 불안하다. 어쩌면 지난 14년동안 수연은 자신을 곁에 두고도 계속 한정우를 그리워한 줄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보고싶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해리는 자신을 안심시키는 조이의 손을 꼭꼭 잡고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눈물을 펑펑 흘린다. "조이 네가 안 오는 줄 알았어. 너무 무서웠어". 해리를 달래기 위해 아이스팩을 가져오겠다는 조이의 말에도 해리는 그녀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요지부동이다.  "아무데도 못가. 아무데도 못가!"


해리에게 조이는 사랑하는 연인이자 동시에 자신을 새로이 탄생하게 한 엄마 그 이상의 존재다. 하루빨리 수술이 필요한데도 허름한 판잣집에 형준을 방치해두었을 때, 유일하게 형준에게 말을 걸어주고, 형준이 갇혀있는 집이 불이 났을 때 형준을 구해준 것도 수연이다. 그래서 형준은 엄마 외에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모성애를 심어준 조이 곁에서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어릴 때 제대로된 사랑을 받지 못하던 형준이기에 자신이 아끼는 이를 어떻게 사랑해야하는 지도 모르는게 형준이다. 그래서 형준은 계속 조이의 주위를 맴돌고 관찰하고, 행여나 조이가 자신의 곁을 떠나 한정우의 품에 안길까봐 전전긍긍 중이다. 만약 조이가 형준을 떠난다면 사람을 시켜 정우를 죽일 수도 있는게 해리의 사랑법이다. 


어찌보면 <보고싶다>의 세 남녀 주인공 모두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도통 어려운 극단적인 캐릭터 성향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우와 수연 메인 커플의 러브라인의 방훼꾼이자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반동인물 해리는 심각한 애정결핍을 앓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중에서 가장 불쌍한 이는 해리다. 어릴 때 이복형에 의해서 다리를 다치고, 엄마에게 버림받아 그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게되고, 그 이후 엄마에게 받지 못한 모성애를 듬뿍 줄 수 있는 조이를 만나는가 싶었는데 그 여자마저 자신의 조카(?) 한정우에게 뺏길 절제절명의 위기다. 아마, 해리에게 있어서 그 어떤 악몽보다 조이가 자신이 아닌 한정우를 선택한다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용납할 수 없는 최악의 비극일 것이다. 


하지만 <보고싶다>가 흘려가는 정황상 한정우와 이수연의 강한 연결고리는 피할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곧 조이와 헤어지게 될 해리가 안쓰럽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정우와 이수연이 이어졌음 하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 벌써 자신의 슬픈 운명을 눈치채고 조이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해리의 몸부림이 섬뜩하면서도 안타깝다. 그 누구에도 진정한 사랑을 받은 적이 없기에, 그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었던 그의 불쌍한 운명이 말이다. 

(잡소리: 고등학교 다닐 나이부터 성인 연기에 도전해서 그런지, 이미 성숙해진 비주얼에 비해 연기력에 있어서 아쉬움만 남겼던 유승호의 연기가 제대로 물올랐다.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드는 것은 감각적인 연출, 섬세한 극본도 극본이지만, 일단 박유천, 윤은혜, 유승호 세 남녀 주인공 연기 모두 훌륭하다. 그래서 비정상적인 캐릭터인 한정우, 이수연, 강형준 모두에게 몰입되는 건지도) 


*여러분들의 성원으로 너돌양이 2012 Daum View 블로거 대상 문화연예 후보에 올랐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http://v.daum.net/award2012/p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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