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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마음의 구멍을 가득 메워주는 기특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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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안경>, <토일렛> 등으로 ‘슬로우 라이프 무비’라는 일본 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오기가미 나오코의 신작. 특유의 따스함으로 한국에도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실력파 여성 감독이다. 


어려서부터 뒤만 돌아보면 졸졸 따라오는 남자는....없었지만 고양이들에게는 인기 캡짱 이었던 사요코(이치카와 미카코 분)은 2년 전 할머니를 하늘나라에 보낸 이후 수많은 고양이들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자신의 고양이들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것 외에는 딱히 하는 일 없는 사요코. 하지만 주식 투자, 타로 점보기, TV CM송 제작 등 다재다능한 고양이들 덕분에 먹고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은 없다.  고양이 덕분에 외로울 틈도 없다는 사요코. 그런데 그녀가 기르던 고양이를 특수 제작 리어카에 태운 채 거리에 나선다. 그리고 확성기에 대고 이렇게 외친다. “난다...네코!”(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먹고 사는 데 아무런 걱정 없는 사요코가 무려 천 엔(한국 돈으로 만 원정도)이라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고양이 대여 사업에 나선 것은, 그녀 스스로가 외롭기 때문이다.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사람보다 신통방통한 고양이들이 항상 사요코 옆에 대기 중이지만, 고양이가 채울 수 있는 외로움의 구멍과 사람만이 채워주는 외로움의 강도는 또 다르다. 그래서 사요코는 고양이가 아닌 사람..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허전한 옆구리를 채울 수 있는 남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직접 고양이 대여에 나섰다. 





고양이를 빌려주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극도의 외로움에 떨고 있었다. 일 년 전 기르던 고양이를 저 세상으로 보냈지만 본인의 나이 때문에 새로운 고양이를 데리고 오기 미안했다는 혼자 사는 할머니부터, 6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했던 기러기 아빠. 그리고 십년 가량을 혼자서 썰렁한 가게를 맡아야했던 렌터카 직원. 거기에다가 고양이를 빌려 오진 않지만, 틈만 나면 사요코를 찾아와 짓궂은 농담으로 사요코의 속을 뒤집어 놓는 수상한 아줌마까지. 사요코와 만난 사람들은 진심으로 외로워했고, 그 빈 구멍을 꽉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들에게 사요코는 고양이를 안겨 준다. 이 고양이들이 마음의 구멍을 쏙 메워줄 것이라고. 물론 자신의 속을 박박 긁어놓는 이웃집 아줌마는 예외다!





사요코가 고양이들을 잠시 맡을 새로운 주인을 찾는 과정은 ‘데자뷰(기시감)’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사요코는 고양이를 리어카에 태우고 거리로 나서고, 고양이를 빌려준다는 사요코의 말에 솔깃한 사람들은 사요코와 고양이 곁에 다가간다. 사요코 고양이들의 임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고양이를 얼마나 잘 키울 수 있는지 관해, 사요코 만의 특별한 심사에 통과해야한다. 





다행히  사요코와 고양이들이 만난 이들은 모두 고양이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마음씨 좋은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요즘 기르던 반려 동물도 버리는 인간 주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삭막한 현실. 잠시의 인연이긴 하나, 동물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쏟고, 고립된 상황에서 생긴 외로움을 치유하는 과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덮어준다. 



거기에다가 툭하면 남자를 만나고픈 욕구로 옆구리가 시리다는 사요코의 외로움을 덜어준다는 고양이들의 깜찍한 향연은 평소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마저 함박 미소를 짓게 한다. 누가 감히 이 귀여운 고양이들에게 품종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무엄함을 범할까. 





고양이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에 얼어붙은 심장을 사르르 녹게 한다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오늘도 사요코는 깊은 외로움에 사무친 쓸쓸한 영혼들의 뻥 뚫린 구멍을 숑숑 메워주기 위해 리어카에 고양이들을 싣고 돌아다니며 외친다.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 빌려드립니다~. ”


이전 작품에도 그랬듯이,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는 사람과 사람 간의 정이 사라져가는 삭막한 시대.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다가 지쳐버린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하는 탁월한 무언가가 있다. 


한 줄 평: 외로움으로 생긴 마음의 구멍을 꽉 채워주는 고양이들과 따뜻한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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