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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이웃집 꽃미남. 원작 무늬만 따온 또 하나의 꽃미남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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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tvN에서 첫 방영한 <이웃집 꽃미남>은 다음 만화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유현숙 작가 웹툰 <나는 매일 그를 훔쳐본다>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하지만 원작인 웹툰 주요 캐릭터만 빌려왔고, 여주인공 고독미(박신혜 분)이 앞집 남자 한태준(김정산 분)을 몰래 훔쳐보다 사촌동생인 엔리케 금(윤시윤 분)에게 발각되면서 본격적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빼곤, 웹툰과 드라마는 영 다르게 진행된다. 원작이 엔리케금, 고독미, 한태준의 삼각 관계에 고독미의 중, 고 동창이자 한태준 애인인 허영녀 차도휘가 끼어드는 식으로 내용이 이어져갔다면, 드라마에서는 한태준의 비중을 극도로 축소화시키고, 오진락(김지훈 분), 유동훈(고경표 분) 등 원작에 없던 꽃미남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웹툰 원작에서는 발랄하기만 한 백조였던 엔리케 금이 드라마에서는 스페인에서 날라온 천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변신했다는 것도 이색적이다. 그리고 엔리케 금과 한태준은 모두 윤서영(김윤혜 분)이라는 아름다운 여성을 사랑한다. 이리저리 웹툰을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는 고독미를 두고 엔리케와 갈등을 벌이게될  오진락이란 꽃미남이 더 추가되었음에도 불구 고독미, 엔리케 금, 한태준 등 이름만 똑같은 <이웃집 꽃미남>에 약간 실망할 수도 있겠다. 





웹툰과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오피스텔 안에 가두어놓는 고독미는 도통 집밖에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다.(드라마에서는 이를 '도시형 라푼젤'로 표현한다.) 




반면 새로 지은 오피스텔 때문에 고독미와 고독미 옆집에 사는 웹툰작가 오진락(김지훈 분)이 조망권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원작에는 없는 설정이다. 어릴 적 상처로 오피스텔에 갇혀 살던 고독미가 한태준, 엔리케 금과 인연을 시작하며 서서히 오피스텔 밖에 나온다는 이야기가 메인이었던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저작권 문제로 갈등을 빚는 엔리케와 오진락의 관계 설정을 통해, 저작권, 표절에 대한 주의도 환기시킨다. 





그러나 제 아무리 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했다고해도, 웹툰에서는 샤방샤방한 외모와 장난끼 가득한 말투와 달리, 사람을 피하는 고독미의 상처까지 감싸주는 넓은 가슴의 소유자로도 충분히 여성 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엔리케 금.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실땅님', 스타 연예인 못지 않게 돈 잘버는 천재 크리에이티브로 나왔다는 설정은 금전적으로 풍족한 남성 주인공이 등장해야만하는 대한민국 로코물의 한계를 명확히 한다. 


또한 웹툰도 고독미-엔리케 금-한태준의 삼각관계가 이야기의 대다수를 차지하긴 했지만, 드라마는 삼각 관계의 범위를 넓혀 엔리케금 -고독미 -오진락, 그리고 엔리케금-윤서영-한태준이라는 무려 2개의 삼각관계를 투입시킨다. 웹툰에서는 애초 고독미에 관심있어서 아줌마, 아줌마하고 졸졸 따라다니던 깨금이가 드라마에서는 윤서영을 오래전부터 사랑했다는 설정은, 웹툰 깨끔에게 푹 빠져있던 독자들이 드라마 속 엔리케금에게 적응하기까지는 약간 시간이 필요할 법도 하다. 





고독미-엔리케금-한태준-차도휘가 이야기의 70%이상을 차지하던 원작을 16부작 드라마로 이끌어가려면, 각색과정에서 그 외 흥미진진한 등장인물을 보강해야할 필요성은 있어 보였다. 허나 워낙 원작이 많은 여성 독자들에게 어필한 탓에, 주인공 이름 빼곤 전부다 낯설기만 <이웃집 꽃미남>은 야심차게 새 인물과 새로운 갈등 요소로 맛깔스럽게 꾸며놨음에도 불구 원작에 비해 산만하고 진부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송중기, 김수현 급 꽃미남을 연상시킨 한태준의 매력이 드라마로 넘어오면서 매력이 뚝 반감된 점은 오진락을 통해 메울 수 있다고 둘째치고, 등장과 동시에 "나는 윤서영을 사랑한다."는 깨금이는 어쩔건가..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이미 검증된 캐릭터와 설정으로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웹툰에서 얻은 감흥을 잊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은 만큼, 신중해야할 필요성이 있겠다. 하지만 <이웃집 꽃미남>은 원작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아예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버렸고, 남은 15회 동안 원작보다 얼마만큼 재미있고 참신하게 이끌어가나에 따라 드라마 성패가 달려있겠다. 원작이 있음에도 불구, 모험을 택한 <이웃집 꽃미남>의 향후 전개방향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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