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아빠 어디가. 어른들의 장난을 머쓱하게 한 민국이의 의리

반응형







지난 27일 방영한 MBC <일밤-아빠 어디가> 4회. 막판에 김유곤PD의 제의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를 찍는다고 했을 때, 솔직히 좋게만 다가오지 않았다. 


제작진이 몰래카메라용으로 아이들에게 부여한 미션은 '꿀단지 지키기'. 단순히 지키게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훼방꾼 아저씨(?)가 나타나 기어코 꿀단지를 깨트려버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각각의 아이들 아빠는 옆방 모니터를 통해 꿀단지를 지키고, 누군가가 나타나 꿀단지를 깨트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들이 취하는 행동을 관찰한다. 


평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기회가 없던 아빠가 아이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라는 긍정적인 취지로 시작했지만, 어른들 좋다고 아이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취한 행동에 따라 애는 이런데 쟤는 왜이래 식으로 비교당할 수 있는 소지도 더러 보이기까지 했다. 





솔직히 아빠들이 원하는 아이의 반응은 똑같다. 아빠에게 꿀단지를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받은 아이가 어떤 아저씨가 와서 꿀단지 열어보자고 재촉해도 아빠가 올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리는 것. 아빠들의 예상대로 윤민수 아들 후와 성동일 아들 준이는 아빠와의 약속대로 꿀단지를 열어보지 않았다. 


의외로 송종국의 딸 지아가 아빠가 당부한대로 꿀단지를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평소 여릴 줄만 알았던 딸이 꿀단지를 지키는 과정에서 똑부러진 모습을 보이자 송종국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반면, 이종혁 아들 준수는 아빠의 기대대로 김성주 아저씨의 유혹에 넘어가고야 만다. 이윽고 이종혁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와 누가 이 꿀단지를 깨트렸는지 캐묻자, 거짓말 못하는 준수는 계속 빙빙 말을 돌리려고 한다. 그러나 거짓말 못하는 준수, 아빠가 웃음으로 다그치자, 준수 또한 웃으며 자신 또한 꿀단지를 만졌노라고 실토한다. 





가장 놀라운 반응을 보인 것은 김성주 아들 민국이었다. 아버지가 꿀단지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전에, 꿀단지에 큰 관심을 보이던 민국은, 아빠가 밖으로 나가자 의외로 잘 참는 모습을 보인다. 예상 외로 아빠의 말을 잘 듣는 아들의 모습에 기뻐하는 김성주. 하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연기파 성동일의 입질에 결국 민국이도 파닥파닥 걸려들고야 만다. 성동일의 계략에 말려들어가는 아들을 보고 아빠 닮아 귀가 얇구나하면서 자조섞인 웃음을 보이는 김성주. 


그런데 다른 동생들과 다르게, 민국이는 아빠에게 어느 아저씨가 꿀단지를 깨트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앞서 아이들 앞에서 꿀단지를 깨던 이종혁과 김성주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꿀단지를 깼다고 아빠에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긴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빠가 누가 깨트렸다고 묻자 일초의 고민도 없이 000아저씨가 깼다고 했다. 그런데 민국이는 아빠가 계속 다그치는데도 불구 끝까지 성동일이 깼다고 밝히지 않았다. 





민국이 또한 성동일의 꾀임에 얼떨결에 꿀단지를 만져 깨트리긴 했지만, 아저씨가 시키는대로 만진 것뿐이었으니까 아빠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민국이는 성동일 아저씨 이름을 대며, 만지지 말라고했는데도 불구 만진 책임에서 면피하려 하기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빠에게 혼나는 와중에도 끝까지 성동일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빠에게 혼날지 언정, 성동일 아저씨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민국이의 순수한 의리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아빠 어디가>를 잘 보지 않고, 기사 제목만 접한 이들에게, 김성주 아들은 다소 험한 집에 걸렸다고 눈물 질질 짜는 어릿광쟁이에 가깝다. 특히나 윤민수 아들 후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는 기사와 네티즌 반응이 많은 탓에, 자연스레 안 좋은 집 걸렸다고 눈물을 흘리는 민국이의 행동은 <아빠 어디가>를 보지 않은 대중들에겐 여러모로 오해를 낳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태어나서 한번도 재래식 화장실을 경험해보지 않는 아이가 단 하루만이라도 불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자칫하면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무시무시한 화장실을 써야한다는 것은 악몽에 가깝다. 게다가 민국이는 한번도 아니고 무려 연속으로 2번씩이나 다른 아이들보다 열악한 집에서 지내야했다. 그것도 영하 20도에 가까운 추운날 텐트에서 자야한다니, 다 큰 어른들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역이다. 


하지만 이주 연속 힘든 집에 걸려 눈물을 펑펑 쏟은 것 빼곤, <아빠 어디가> 아이들 중 가장 맏형으로 민국이가 보여주는 듬직한 리더십은 집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다소 유약한 모습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난 27일 방송에서 끝내 성동일의 유혹에 넘어가긴 했지만, 끝까지 성동일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자기 혼자 책임지려고 한 것 외에,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 혼자서 텐트 안에 잘 아빠가 걱정되어 늦은 시간까지 아빠 곁을 지켰던 민국이가 보여준 의리와 의젓함은 어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만약 누군가가 지금 나에게 잠시만이라도 무언가를 지키라고 하는데, 절대로 만지지도 열어보지말라는 당부를 받았을 때 과연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난 과연 저 아이들만큼 참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민국이와 같은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을 때, 함께 꿀단지를 깨트린 이를 보호하려는 의리를 발휘할 수 있을까. 


사실 꿀단지는 애초 제작진이 쉽게 깨지라고 만든 트릭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설탕으로 만든 꿀단지보다 더 귀중한 꿀단지를 지켜야할 책임을 받은 어른들조차 몰래 꿀단지 안을 만지다가 걸려도, 결코 그런 적 없다고 오리발만 내미는 모습만 지겹도록 많이 봐았던 지금.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어코 꿀단지를 지켜내려고 하고, 설령 지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고만 들지 않는 아이들의 정직함과 순수함이 약간의 이익과 자리 보존을 위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몇몇 어른들보다 훨 어른스럽게 보여질 정도다. 간만에 MBC에 <무한도전> 외에 챙겨봐야하는 예능이 생길 줄이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