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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야왕 권상우. 남자 심은하가 안겨줄 파란만장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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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박인권 화백의 <야왕전>이라는 원작이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남자판 <청춘의 덫>이라는 소리를 더 많이 듣는 SBS <야왕>. 특히나 지난 7회에서 하류(권상우 분)과 주다해(수애 분) 사이에서 낳은 은별(박민하 분)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으면서 그동안 다해에 헌신적이기만 했던 하류가 독을 바싹 품었다. 그리고 은별이의 장례식이 끝나고 하류는 다짜고짜 수애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넌 내 손에 죽는다."


1970년대 인기리에 방영했다가 다시 같은 작가 김수현에 의해 재탄생한 <청춘의 덫>에서 딸 잃은 심은하가 이종원을 두고 "부셔 버릴거야."를 다짐했다면, 권상우는 수애를 보고 "니가 떨어질 곳은 지옥."이라 외친다. 드디어 지지부진했던 악녀 열전과 악녀에게 끌려다니기만 했던 답답한 남자 이야기에서 벗어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자신을 시궁창에 몰아넣은 하류의 복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야왕>의 원작 <야왕전>을 본 독자들은 안다. 비록 하류의 복수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그 결말은 그리 썩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거. 드라마 <야왕>을 두고도 개연성없고 허무맹랑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만화 <야왕전>은 19금 성인만화답게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만화니까 그럴러리 하고 넘어가는 판타지가 대다수다. 어떻게보면 드라마 시청자들 사이에서 희대의 악녀라면서 엄청난 눈총을 받고 있는 주다해이지만 원작 <야왕전>의 천사를 보면 그래도 드라마 주다해는 순둥이(?)로 보여질 정도다. 뭐 다른 이들과 비교할래 할 수도 없는 거기서 거기이지만.


애초 다해의 의붓아버지를 죽인 것은 다해 본인이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그 죄를 뒤집어쓴 것은 하류다. 다해는 얼핏보면 천사같은데 자세히 보면 가증스러운 그 얼굴로 자신의 의붓오빠(이재윤 분)에게 하류가 의붓아버지를 죽였노라고 속삭인다. 과거 하류 못지 않게 다해말이라면 껌뻑죽는 의붓오빠는 당연히 하류가 자기 아버지를 죽인 줄 안다. 


반면 자신이 낳았으나, 공식적으로는 늦둥이 동생인 백도훈(정윤호 분)을 두고 다해와 갈등을 벌이는 백도경(김성령 분)은 야산에서 발견한 양아버지 시체를 두고 단박에 다해를 의심한다. 역시 여자의 직감이란. 하지만 백도경의 지시에 따라 도훈을 떠나려했던 다해는 그 과정에서 딸을 잃고, 다시 도훈의 손에 이끌려 백학그룹에 돌아온다. 도경은 분노하지만 도훈은 죽자사자 다해편이다. 게다가 아버지(이덕화 분) 또한 타고난 독기를 가진 다해를 가까이 두려한다. 그 독기의 비수가 백학의 파멸을 부추긴다는 사실도 모른채. 아무튼 백회장과 도훈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다해는 2년만에 여러 매스컴에서 주목하는 성공한 여성으로 발돋움한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철저히 처녀 코스프레하는 다해를, 이젠 하류가 예전처럼 뒷짐만 지고 멍하니 바라보지 않는다. 원작에서보다 좀 늦게 만나긴 하지만, 하류는 감옥에서 자신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할 스승 엄삼도(성지루 분)을 만난다. 그리고 그를 통해 다해가 있는 백학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전수받는다. 일단 하류는 고졸이기에 엄삼도의 조언에 따라 수감 중에 경영학 학사를 2년만에 취득한다. 





경영학 학사를 취득하긴 했지만, 백학 그룹에 들어가 내가 뭘할 수 있을까 회의감을 느끼는 하류에게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엄삼도다. 다해는 백도훈을 품었다면, 하류 넌 백도훈 누나 백도경을 노려야해. 다행히 하류와 도경은 오래 전 안면이 있다. 거기에다가 백도경은 자신을 도와준 하류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다. 게다가 하류는 다해 뒷바라지 시절 수많은 여성들을 매료시킨 호스트의 '등신'아닌가. 백도경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하류의 눈은 반짝인다. 딸보다 성공을 위해 달렸던 다해의 부주의로 잃은 은별을 떠나보낼 때의 애처로운 눈빛은 더 이상 없다. 오직 자신을 지옥으로 떨어트린 한 때 천사같은 여자 다해를 향한 질긴 복수심만 남아 있을 뿐이다. 





과거 말이 많았던 연기력에 비해, 지난 <야왕> 첫 회에서부터 권상우가 보여준 순정파 연기는 "내가 알던 권상우 맞나." 싶을 정도로 흠잡을데 없이 완벽했다. 하지만 워낙 희대의 악녀 주다해가 뿜어내는 욕망의 깊이가 남다르다보니, 그녀에 비해 순종적이고 바보처럼 착하기만 한 하류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약해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 7회 이후 딸을 잃고 더이상 잃을 것도 다해를 봐줘야할 이유도 없는 하류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살벌한 교도소를 꿈과 사랑이 가득한 희망의 온기를 불어넣은 하류의 따스한 성품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다해에게만큼은 예전 하류와 다르게 차갑고 살벌하고 무섭다. 착한 여주인공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왕자님이 아닌 남자의 희생을 발판으로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아내에게 버림받고 복수의 화신이 된 하류는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은 한류스타 들에 갇혀있었던 권상우의 한층 깊어진 연기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야왕>의 전반부 이야기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가족까지 안면몰수하는 악녀 다해열전이었다면, 이제는 그녀를 파멸시키고자 칼을 갈고 있는 하류가 후반기 이야기 축을 이루는 중심이다. 다행히 동시간대 경쟁작 <마의>, <학교>에 밀려 다소 부진한 출발을 보이던 <야왕>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권상우의 가슴을 울리는 오열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류가 살아나니 일방적으로 다해 캐릭터만 돋보이던 <야왕>도 서서히 흥미로워지기 시작한다. 






물론 여기서 무너질 다해가 아니고, 다시 하류에게 칼을 들이댈 다해이지만 그렇다고 과거처럼 다해에게 당하기만 할 하류도 아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계속 높은 곳을 향해 올라다가 가장 높은 곳에서 처참히 추락할 두 남녀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덧) 그나저나 아무리 딸 은별이가 죽는 설정이라고 해도, 이제 겨우 예닐곱살인 아역배우 박민하양에게 검은띠 두른 영정사진처리는.....아무리 부모인 박찬민 아나운서 부부가 허락했다고해도 말이죠...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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