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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부리

‘장옥정’ 현대적 감각으로 장희빈을 재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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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극 단골 여주인공이자, 한반도 역사 상 손꼽히는 악녀로 불러온 장희빈. 그러나 후세에 들어 장희빈에 대한 역사의 재평가가 이어지면서, 장희빈이 정말로 요부였을까 하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중전의 자리에 올랐지만, 왕후가 아닌 희빈 장씨로 불린 장옥정의 인생은 서인과 남인으로 갈라선 지루한 당쟁이 막을 내렸음에도 불구, 여전히 희대의 요부로 받아들여졌다. 글쓴이가 어릴 때만 해도, TV에 등장하던 장희빈은 빼어난 미색을 앞세워, 심성 고운 인현왕후를 괴롭히는 질투 많은 악녀였을 뿐이다. 


하지만, 연기력 논란과 별개로 뭇 남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김태희를 여주인공으로, 사악한 요녀로 기억된 장희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겠다는 SBS 월화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방영을 앞둔 지금.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인간 장옥정을 새롭게 조명하는 흥미로운 역사 소설 한 권이 출간되었다. 








역사소설 <장옥정> 저자 조정우는 블로그(http://blog.daum.net/labyrints)에 <광개토대왕>, <근초고왕>, <삼국지> 등  심도 있는 역사 소설과 달콤한 연애론을 게재하며, 독자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파워 블로거이자, 소설가이다. 


2012년 출간한 장편 소설 <김춘추, 대왕의 꿈>에서 현대적 시선으로 태종 무열왕 김춘추를 흥미롭게 조명한 저자는, 신간 <장옥정>을 통해 2013년 후세인의 관점에서 단순 요녀를 넘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극복한 신여성의 모습을 담고자 한다. 


그간 연재한 소설을 통해 필력을 인정받은 저자는 첫 장부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게 읽히는 문장 속에 집약된 깊은 내공은 독자들을 단박에 매료시킨다. 실생활에서 유용한 연애론을 블로그에 게재해오던 저자답게, 여타 장희빈을 다룬 소설, 드라마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옥정과 숙종의 만남은, 여러 서인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 장희빈을 중전 자리에까지 앉힌 숙종의 의중에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우유부단한 숙종의 총기를 어지럽힌 요녀라는 당대 서인의 평가와 달리, 소설 <장옥정>의 옥정은 자신의 힘으로 신분과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을 뿐이다. 


동시에 그녀는 진심으로 숙종의 사랑을 갈구한 연약한 여성이었다. 다만 옥정과 숙종, 인현왕후를 둘러싼 지독한 당쟁 싸움이 그들을 비극적인 운명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던 것이다. 


당쟁에 휘말려 몰락한 집안을 살리기 위해 중인 출신 천인 신분으로 입궐하여, 숙종의 총애를 받아 잠시 중전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했으나, 결국 서인 노론의 강한 견제 속에서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한 장옥정. 


가혹한 신분의 굴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그 어떤 고난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치열하게 버티고 살다간 그녀의 모습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루하루를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되어, 진한 공감대와 연민을 이끌어낸다. 희대의 요부 장희빈이 아닌, 인간 장옥정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갈망하는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인상 깊은 역사 소설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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