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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오자룡이 간다. 불사신 진용석의 거침없는 악행 속에 빛나는 진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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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종영이 코 앞인데도 불구, MBC 일일 연속극 <오자룡이 간다> 실질적 주인공 진용석(진태현 분)은 불사신만큼이나, 여전히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간 장모 장백로(장미희 분)과 아내 나진주(서현진 분)을 거침없이 농락했던 악행이 거의 드러났음에도 불구. 진용석은 재무이사가 회사 비자금을 빼돌렸다는 핑계로 장백로 앞에서 태연한 거짓말을 늘여놓는다.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장백로를 속이려고 한 진용석의 거짓말이 들통 나겠지만, 이제 진용석, 이기자(이휘향 분)의 몹쓸 짓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잠시나마 정상적인 스토리 전개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불륜 사실이 들통났는데도 기어이 또 다른 악행을 벌이며,  다시 장백로 집에 돌아온 진용석 때문에 또다시 뒷목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오자룡이 간다>가 저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혈압을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약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돌고 있을까. 


그런데 진용석은 밉지만, 그 진용석의 옷을 입고 있는 배우 진태현은 애잔하다. 만약 내가 장백로, 나진주라고 하더라도,  물론 지금의 그녀들처럼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진용석의 입발린 가식을 철썩 믿지는 않겠지만, 그에게 미래를 맡기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매력적이고, 신뢰를 주는 인물이긴 하다. 


다만, <오자룡이 간다> 진용석의 캐릭터가 소위 '막장'이라고 불리는 드라마인 점을 감안해도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완벽히 이탈해버렸기에 시청자들의 미움을 넘어, 꿈에서도 보기 싫은 미저리가 되어버린지 오래였지만, 그럼에도 현재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간만에 MBC 일일극을 흥행시킨 일등공신은 단연 진태현이다. 





지금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몹쓸 놈으로 완벽히 이미지가 굳혀졌지만,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하얀 거짓말>(2008) 때만 해도 진태현은 3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8살 아이의 여린 순수함을 간직한 세상 어디에도 없을 착한 남자였다. 신은경과 김해숙의 불꽃튀는 열연으로  아침 드라마임에도 불구 제법 화제가 되었던 <하얀 거짓말>에서 진태현(그 당시에는 김태현)의 자폐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사실 글쓴이는 <하얀 거짓말> 이후 줄곧 배우 진태현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오자룡이 간다> 진용석에게서 <하얀거짓말>의 백지보다 깨끗하던 어른 소년 강형우의 순수한 모습은  눈을 씻고 찾을 수 없다. 김태현에서 진태현으로 성만 바뀌었을 뿐인데, 4년 만에 그는 완전히 다른 배우가 되어 있었고, 완벽한 천사에서 악마로 변해 시청자들의 울분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변함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떤 역할을 맡아도 그 캐릭터가 요하는 매력과 존재감을 십분 발휘하는 진태현의 뛰어난 연기력이다. 


지금은 이제 공식 제목 <오자룡이 간다>가 아닌 <진용석이 간다>로 실질적으로 불리는 명칭이 바뀐지 오래지만, 초반까지만 해도 진용석에게 주어진 분량은 오자룡이 주인공이자, 히어로인 드라마에서 오자룡의 앞길을 방해하고, 그의 의협심을 고조시키는 적대자(안타고니스트), 악당 정도였다. 그런데 주인공 오자룡은 어디가고, 천하의 나쁜 남자 진용석이 주축이 되고 나머지 주요 인물들은 모두 진용석의 악행의 들러리로 전락한 이 정체불명의 부조리극에서 불행히도 가장 초롱초롱 빛나는 캐릭터는 절대 좋아해서는 안되고, 좋아할 수도 없는 악당 진용석뿐이다. 


허나, 법 위에 군림하고자하는 기업인들의 횡포가 속속들이 드러나는 현실을 진용석을 통해 더 크게 과장하여 보여주는 것 같은, <오자룡이 간다>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 별다른 장애물없이 탄탄대로를 달리던 진용석만큼이나, 20%를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질 수록, 말도 안되는 스토리 전개에 항의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진태현의 연기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진태현이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진용석과 정반대인 제법 귀여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집안 문제가 약점이 되어 본의아니게 상사의 뒤통수를 치는 나쁜 비서관(??)이 되었지만 그래도 진용석보다는 인간적이고 코믹하기까지한 김상수는, 자칫 진용석과 같은 악질 이미지로만 굳혀질 뻔한 진태현의 필모그래피에 발랄한 숨통을 틔운다. 





<오자룡이 간다> 진용석은 시청자들의 뒷골을 당기게 하는 악역이지만, 이 말도 안되는 천하의 나쁜 남자를 자신의 온몸으로 그려내야하는 진태현은 그 와중에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비록 <오자룡이 간다>는 악당만 살아남은 황당한 드라마로 남게 되었지만, 역대 최악의 악역에도 불구 꿋꿋이 살아남은 배우 진태현의 뛰어난 연기는, <하얀 거짓말>의 강형우만큼이나 오랜 세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최고의 존재감으로 남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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