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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구가의서 이승기. 진심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반인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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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 드라마 <구가의서> 주인공 최강치(이승기 분)은 반인반수다. 굳이 애니메이션의 고전 <미녀와 야수>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뱀파이어, 늑대인간이(<트와일라잇>시리즈) 전세계 소녀들의 마음을 휩쓸고, 한국에서도 늑대소년 송중기가 800만 스코어 흥행의 위엄을 달성한 마당에 인간과 야수의 경계 선상에 서있는 반인반수 이야기는 그닥 흥미로운 소재가 아니다. 


사실 최강치의 부모인 이연희, 최진혁이 출연한 1,2회 이후 <구가의서>를 보지 않았다. 일단 <구가의서>를 보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바쁜 이유에서다. <구가의서>뿐만 아니라 글쓴이는 현재 대학원 과제와 영상작업 때문에 주말에 <무한도전>,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외에 통 TV를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영화제와 시사회 리뷰, 기사도 써야하는데도 그것마저도 못쓰고 있는게 현실이다. 가뜩이나 화, 수 아침 일찍 수업이 있는데, 밤늦게 드라마 한편을 보고 리뷰를 쓴다는 것은 현재 글쓴이로서는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올 정도다. 


그래서 이번 학기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드라마를 보지 않겠다고 결심한 글쓴이가 <구가의서>를 보게된 것은, 순전히 주인공 이승기 덕분이다.(물론 수지도 개인적으로 좋아라한다......) 최근 참으로 뒤늦게 이승기의 노래 '되돌리다'에 꽃히게 되었는데, 요즘 계속 그 노래만 듣는다.(애초 난 한 노래가 마음에 들면 계속 그 노래만 듣는다) 매일 이승기의 노래에 빠져있다보니, 자연스레 이승기가 연기를 하는 모습도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없는 시간 쪼개어 <구가의서>를 보게 되었고, 지난 월요일 11회를 지켜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미 이승기의 연기력을 알아본 분들에게는 황당한 소리로도 들릴 수 있겠지만, <구가의서>를 보기전 까지만해도 개인적으로 이승기 연기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실 이승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작년 이승기가 하지원과 공동 주연을 맡은 <더 킹 투 허츠> 때도 글쓴이는 <적도의 남자> 혹은 <옥탑방 왕세자>를 봤기 때문에 이승기가 배우로서 어느 수준 연기를 하고, 얼마큼 존재감을 발휘하는지 제대로 알 턱이 없었다. <구가의서> 또한 볼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승기의 연기에 대해서 그냥 모르고 지나갔을 뻔했다. 


그런데 <구가의서> 11,12회를 본 이후의 글쓴이의 소감은....'이승기가 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구나.' 였다. 물론 이승기의 연기를 두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기파 배우 등과 비교하여 그들의 연기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긴 다소 무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승기의 연기는 그의 또래이자 최근 드라마, 충무로에서 각광받는 젊은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가의서>에서 최강치는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관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는 히어로(영웅)이다. 그는 태생적 한계로 반은 사람이요, 반은 야수로 태어났지만,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 보다도 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사랑할 줄 아는 건실한 청춘이다. 





하지만 담여울(수지 분)과 이순신(유동근 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단순히 최강치의 남다른 겉모습만 보고 그를 '괴물'이라 부르며 멀리 하고자 한다. 한 때 최강치와 호형호제 하며 지냈던 박태서(유연석 분)도, 최강치와 연정 관계에 있었던 박청조(이유비 분)마저도 최강치의 변한 모습을 두려워하며 그를 죽이려 달려든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잃고, 유일하게 가족이라 믿고 자란 박태서, 박청조 남매에게까지 버림받은 최강치에게는 일말의 분노조차 남지 않았다. 청조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릴 때, 오직 최강치의 마음 속에는 그 누구도 괴물인 자신을 가까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만 있었다. 청조와 달리 반인반수인 강치를 가족처럼 돌봐주는 여울의 도움으로 다시 인간의 모습을 되찾긴 했지만, 가족과 같았던 태서, 청조 남매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최강치는 쉽게 '멘붕'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결국 강치는 담여울과 마찬가지로 유일하게 그를 이해해주는 이순신 장군님을 만나 그동안 쌓이고 쌓인 서러운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제게는 유일한 가족이었던 그들이.. 저를 저버렸습니다. 저를 괴물이라 하였습니다"


조관웅(이성재 분)의 하룻밤 노리개로 전락할 청조를 구하기 위해 죽을 각오까지 하고 꼬리 아홉달린 여우가 득실대는 사지로까지 달려들어가 기어이 청조를 구해낸 최강치였다. 


하지만 청조를 구한 대가로 돌아온 것은, 태서, 청조 남매의  배신이었다. 가뜩이나 잔인한 운명의 장난으로 온전한 인간으로 살지 못한 것마저 강치에겐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이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강치의 연인이자 가족이었던 청조의 변심은 그 어떤 모진 학대와 공격도 청조를 위해서 기어이 견딜 수 있던 강치에게 쉽게 이겨낼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고 만다. 





하염없이 눈물만 쏟는 강치에게 이순신은 가만히 강치의 아픔에 귀 기울여준다. 그리고 이렇게 다독인다. 너가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상처도 받는 것이라고. 그렇다. 자신의 가족과 연인을 제 몸보다 사랑하고 아끼던 강치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받는 상처도 더 큰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은 절망에 빠져있는 강치에게 따스한 위로만 해주지 않았다. 


"남들이 너를 어떻게 보느냐는 중요치 않다. 니 자신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지"


어쩌면 평생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이 아닌, 평생을 반인반수로 살아야하는 강치다. 그럼에도 강치는 그의 목숨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살아야하고, 용케 이 힘든 세상 잘 버텨내야한다. 강치가 스스로를 부정한다 한들, 강치가 완전한 사람의 형체로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청조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강치 스스로가 아버지, 자신에게 대물림된 비극적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는 수 밖에 없다. 





이순신은 강치에게 묻는다. 장차 뭐가 되고 싶나고. 강치의 대답은 단 하나다. 반쪽짜리가 아닌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강치는 다시금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강치는 정말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과 행복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꿈. 그러나 강치에게는 우리에겐 지극히 평범한 일상조차, 마음대로 허락되지 않았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비단결같은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졌지만, 단지 외형이 야수란 이유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조차 제재를 당해버린 청년은 담여울과 함께 유일하게 자신을 '사람'으로 봐주는 이순신의 품 안에서 울고 있었다. 


결국 강치의 눈물은 그를 괴물이라고 죽이려고 했던 박태서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아직 <구가의서> 악의 결정체 조관웅과 정면으로 상대하기엔 미약한 강치이지만, 그는 그렇게 자신의 진실된 눈물로 서서히 영웅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승기가 이순신, 박태서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그 때, 각종 예능을 종횡무진하면서 사랑받은 이승기가 아닌 정말로 사람이 되고 싶은 야수 최강치가 있었다. 


순간 이 남자의 미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 MC뿐만 아니라, 가수로서 그리고 그의 이름만 듣고도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서, 지금도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갈 이승기의 모습을 말이다. 아무튼 <구가의서>는 바빠서 리뷰는 못 쓰더라도 미녀 수지가 마법에서 야수 승기를 봉인 해제 할 때까지 계속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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