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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힘내세요, 병헌씨. 꿈꾸는 청춘을 위로하는 따뜻한 응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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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병헌씨!”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를 종횡무진 활약하는 배우 이병헌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가 아니다. 호칭만 영화감독인 동명이인 이병헌 씨 이야기. 하지만 월드 스타 이병헌의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만큼 흥미진진하고 정감이 느껴질 정도다. 특히 이병헌 씨와 마찬가지로 나름 영화감독을 꿈꾸는 사람에겐 더더욱 말이다. 





조연출과의 불화로 연출부를 그만둔 이병헌은 장편 상업 영화감독을 꿈꾸며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시나리오에만 매달린다는 병헌 씨의 생활은 가관도 아니다. 매일 술을 끼고 사는 병헌 씨의 일상은 감독 지망생이 아니라 알코올 중독자로 의심할 정도다. 설상가상 병헌 씨는 생활고 때문이 아니라, 바람피운 과거 때문에 전처에게 퇴짜 맞는 이혼남이다. 


신인 감독의 영화 준비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병헌 씨를 밀착 취재해오던 제작진은 도저히 배울 점 없는 병헌 씨의 게으름과 나태함의 절정에 촬영 중단까지 고려한다. 하지만 예상 외로 괜찮은 시나리오로 제작진 앞에 다시 나타난 병헌 씨. 결국 제작진은 병헌 씨의 가능성에 다시 카메라를 잡는다. 





배우 이병헌 못지않게(?) 이미 영화계에서는 차세대 실력자로 주목받는 이병헌 감독이 직접 각본, 연출을 맡은 <힘내세요 병헌씨> 주인공은 놀랍게도 병헌 씨다. 자신을 영화 전면에 앞세운 감독은 유머와 해학이 곳곳에 넘치는 영화감독 준비생들의 적나라한 현실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멋지게 승화시킨다. 


그렇다고 이병헌 감독 본인이 직접 주연을 맡아,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 것은 아니다. 홍완표라는 배우의 몸과 목소리를 빌린 병헌 씨는 감독 본인은 물론 현재를 살고 있는 감독 지망생들의 완벽한 페르소나를 보여준다. 





무턱대고 시작한 장편 상업 영화감독 도전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 덕분에 병헌 씨는 비교적 순탄하게 한 영화제작사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살결과 자존심이 낱낱이 찢겨가는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힘겹게 끝냈건만, 투자 확정이라는 가장 중요하고도 큰 관문을 넘지 못한 병헌 씨는 문턱 앞에서 좌절의 아픔을 겪는다. 


시나리오 초고 완성보다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는 수정 작업 등 녹록치 않은 병헌 씨의 감독 데뷔 과정은 감독 준비생은 물론 현재 상위 1%로 추앙받는 감독들조차 공감할 법한 리얼 충무로 스토리 그 자체다. 


상업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고 또 힘들게 데뷔한다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 그럼에도 <힘내세요 병헌씨>는 어떠한 좌절 속에서도 감독을 꿈꾸며, 하루 종일 영화만 생각하는 수많은 병헌 씨를 응원한다. 비록 충무로와 현실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병헌 씨는 그 꿈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고, 쉽게 기약할 순 없겠지만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루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어설픈 위로와 희망고문 대신, 여전히 청춘들이 일어서기 벅찬 현실에서 나름 재미있게, 고군분투 살아가는 우리들을 보는 것 같은 병헌 씨의 인생이 담긴 이 영화가 짠하면서 웃프다. 6월 27일 개봉.   


한 줄 평: 이 시대 모든 병헌 씨를 위로하는 따뜻한 응원가. 독립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


-오마이스타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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