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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명왕성. 외면하고 싶어도 지나칠 수 없는 충격적인 교육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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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비현실적이고도 치열한 입시 경쟁과 살벌한 교육 현장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는 꽤 존재해왔다. 80년대 하이틴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비롯,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한 KBS <학교 2013>. 그리고 ‘국제중학교’ 등장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 전선에 뛰어든 아이들이 주인공인 MBC <여왕의 교실>까지. 


하지만 기존 학교 배경 영화, 드라마가 학교 안구성원들 간 벌어지는 갈등과 경쟁 그 자체에만 주목했다면,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명왕성>은 학교 울타리 밖 대한민국의 계급 고착화 현상까지 날카롭게 파고든다. 





<명왕성>의 주 무대는 학교다. SKY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목표 하에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한민국 최고 특수목적 사립고로 입성한 김준(이다윗 분). 하지만 서울대 입시 준비하는 특별반 진학재를 위시한,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한 학생들은 평범한 집안 출신 준이 못마땅하다. 


전교 1등 유진 테일러(성준 분)을 중심으로, 진학재에서도 비밀리에 운영하는 스터디 그룹 소속 아이들의 따돌림과 괴롭힘에 독기를 품은 준은 그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비윤리적인 테스트도 마다하지 않고, 가까스로 스터디 그룹에 합류한다. 그러나 스터디 그룹원들은 준에게 자신들의 궂은 악행을 떠맡길 뿐, 결코 준을 자신들과 동등한 스터디 그룹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현실. 영화 <명왕성>은 태양계에서 행성 지위를 박탈당한 명왕성을 빌려, 치열한 입시 경쟁은 물론. 부모가 물려준 부와 권력에 의해 구축한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상류층의 부도덕한 현실을 고발한다. 


자신들만의 ‘이너 서클’을 조직. 그 외의 어떤 사람도 자신들의 세상에 침투하는 것을 철저히 배척하는 그들만의 세상에는, 언제나 상위 1% 입성을 꿈꾸며 ‘이너 서클’에 접근했다가 이용만 당하고 처참하게 버려지는 ‘명왕성’이 있었다. 





태양이 만류 인력의 중심이 된 세상에서, 태양과 거리가 멀고 여타 태양계 행성에 비해 크기와 질량이 작은 명왕성은 기득권 위주 입시 교육 시스템 하에 자신의 가능성을 펼쳐 보이기도 전에 퇴출당하는 수많은 아이들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명왕성이 부르는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죽음’과 가까운 블랙홀이 빠져야지만 가능하다는 <명왕성>은 명문대 입학이라는 획일화된 목표 아래, 성적이라는 잣대로 학생들 간 서열화를 부추기는 입시 교육과의 어떠한 타협도 거부한다. 


어디까지나 <명왕성> 신수원 감독은 수많은 명왕성을 좌절시키는 암울한 대한민국의 썩은 그림자 조명에 집중할 뿐.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하지도, 실낱같은 희망도 보여주지 않는다. 탄탄한 극적 완성도에, 강렬한 메시지가 돋보임에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명왕성> 만큼, 우리나라의 삐뚤어진 입시 지옥 속에서 특권 의식에 사로잡힌 기득권층의 오만과 위선까지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은 그리 흔치 않다. 철저히 외면하고 싶어도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충격적 진실. 결국은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할 근원적인 과제가 바로 <명왕성>에 있었다. 


한 줄 평: 치열한 입시 지옥 속 소리 소문도 없이 퇴출되는 대한민국 명왕성들의 비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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