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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꽃보다 할배’ 어느 아름다운 노신사들과 진격의 짐꾼 이서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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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방영한 tvN <꽃보다 할배> 5회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에 다녀온 할배들과 짐꾼 이서진의 6,7일차 여정이 방영되었다. 드라마 촬영 스케줄 관계로 일찍 한국에 떠나야하는 신구를 위해 김치찌개를 끓이던 이서진은, 신구와 할배들에게 맛있는 찌개를 끓어준다는 명분하에, 제작진의 방에서 육수 캡슐, 게살장 등 귀중한 재료를 득템 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앞으로 5일 남은 여행을 위한 경비를 두고, 제작진과 스태프들 간의 고스톱 대결에서 아쉽게 역전패한 이서진과 할배들은 되레 여행 경비 일부를 제작진에게 줘야했다. 한국으로 가기 전날, 먼저 떠나는 서운함을 달래며 남은 할배들에게 영상편지를 남긴 신구와 아쉬운 작별 시간이 돌아오고, 신구가 떠난 이후 나머지 인원들은 스위스 베른으로 향한다. 





베른으로 가는 도중 우연히 한지민이 스케줄 차 베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서진은 바로 한지민에게 전화를 걸어 이순재를 핑계로 베른역에 마중 나올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이동 상 착오가 생겨, 결국 한지민을 만나지 못한 이서진과 할배들. 그 어느 날과 달리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 이서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시 멘붕에 빠진다. 


<꽃보다 할배>는 여행 버라이어티이면서 동시에 관찰 예능이기도 하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와 비교하면, 나영석PD를 위시한 제작진의 등장이 잦은 편이긴 하지만, 교통비를 제외한 모든 여행 경비와 일정 관리는 전적으로 출연진 몫이다.



 


허나, 평균 연령 74.5세에 배낭여행 자체가 낯선 할배들을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낯선 타지에 여행하게 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할배들을 대신해서 여행 도중에 발생하는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이서진의 존재는 크게 느껴진다. 짐꾼에서 운전기사, 총무. 한국에서는 해본 적 없는 요리까지 척척 해내는 이서진은 할배들은 물론 <꽃보다 할배>에게 꼭 필요한 서지니다. 


하루에 발생하는 모든 일과를 카메라로 일일이 찍어내기에, 엄청난 촬영 원본을 가지고 있을 법한 <꽃보다 할배>의 핵심은 편집이다. 많고 많은 장면 중에 출연진의 매력이 잘 드러나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엑기스를 뽑아내, '궁금이', '왼빼' 등 출연진들의 캐릭터를 부여하고, 적절한 리듬감과 배경음악(BGM)을 섞어 하루에 있었던 일을 한 시간 분량으로 압축해내는 결과물은 제법 매력적이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구걸하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신구와 카리스마 넘치던 드라마 속 모습은 어디가고, 암 투병한 아내의 완치에 선홍빛 잇몸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던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 박근형의 훈훈한 이야기로 시작되던 <꽃보다 할배>는 어느 새, 음식 재료를 두고 제작진과 아웅다웅 쟁탈전을 벌이는 이서진과, 차려주는 밥에 익숙하지 직접 만들어 먹는 것엔 한없이 서툰 할배들의 좌충우돌 라면 끓이기 도전으로 전환된다. 그러다가 당연히 왼빼 이순재가 주도하는 할배팀의 압승으로 끝날 것 같던 고스톱 대결은 예상 외로 의대 나온 여자를 앞세운 제작진 팀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된다. 


나영석PD의 전작 KBS <1박2일>도 그랬듯이 <꽃보다 할배>가 내세우는 무기는 ‘친근감’이다. 이곳에서는 왕, 재벌회장 전문 원로 배우도,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나왔다는 엄친아도 곧 있으면 바닥을 보이는 여행 경비에 웃고 우는 할아버지, 동네 형이다. 





적지 않은 연세에 타지를 여행하는 것도 힘들 텐데 손수 라면을 끓어 드시고, 여행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각각 서울대 철학과 54학번, 근엄한 회장님 이미지 체면을 잠시 접으시고 기꺼이 고스톱 패를 집으시는 할배들의 열정. 나PD의 사기(?)로 여행에 참여한 이래, 가끔 투덜거리는 해도, 할배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이서진은 거듭 벌어지는 제작진의 대결에서 자꾸만 그들을 응원하고픈 묘한 기운을 자아낸다. 특히, 지난 5회에서 이서진이 제작진의 음식을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며 강탈(?)하는 장면은 짐꾼 이서진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시청자들에게 잠시나마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렇게 재미있게, 때로는 신구 할배와 잠시 이별이라는 아쉬운 여정이 몰입도 있게 진행되던 도중. 아쉽게도 그가 만났던 여자(배우) 중에 제일 착했다는 한지민도 스케줄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이서진의 지나친 낙관으로 <꽃보다 할배> 최대의 뉴스거리로 떠오를 수 있었던 한지민과 할배들의 만남은 불발되었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는 미녀 톱스타나 게스트 없이도, H4 할배들과 이서진. 그리고 깐족 나영석PD와 제작진만으로 충분히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예능이다. 


살면서 실수하지 말라는 소리만 주구장창 들었던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경험을 하며 실수도 해봐야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당부하는 신구의 진심어린 조언은 그 어떤 강의보다 큰 힘으로 다가온다. 


한 때 예순이 넘으면, ‘꼰대’라고 부르던 젊은이들은 어느새 칠순이 훌쩍 넘은 노인이 되었고, 더 늦게 전에 친구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방송 출연이긴 하지만, ‘배낭여행’이라는 큰 모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할배들의 용감한 진격과 그 도전을 묵묵히 도와주는 이서진의 존재는 TV로 그들을 바라보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과 함께, 무언가 시작하고픈 적잖은 용기를 심어준다. 





배우로 유명한 할배들의 여행일기만이 아닌, 오랜 세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쌓아올린 연륜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그들의 행동과 말을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는 한 시간. 이 꽃보다 더 빛나는 할배들과 함께하는 리얼 인생극장 되도록 오래 건재했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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