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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예능의 정의를 재정립한 이예준 어린이의 소신과 연출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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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MBC <무한도전-무도를 부탁해>는 예고했던 대로 시청자들이 직접 프로그램 제작, 기획, 연출에 참여하는 다소 특별한 시간을 마련하였다. 


시청자들을 통해 현업에 종사하는 예능PD들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다고 하나, 제작 전반적으로 예능 연출 경험이 전혀 없는 아마추어에게 맡긴다는 것은 일종의 큰 모험이었다. 





만약 <무한도전> 제작진이 이번 ‘무도를 부탁해’ 편에서 기존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은 완성도를 추구했다면, 예능PD라는 구체적인 목표 하에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언론 고시생들 위주로 선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초등학생과 중, 고생 등 청소년들에게 직접 방송 제작 참여 기회를 주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 정말로 시청자와 함께 만드는 <무한도전>이란 취지를 확립시키고자 했다. 


<무한도전>을 직접 연출할 수 있다는 꿈을 안고 프로그램 기획안 프리젠테이션에 모습을 드러낸 쟁쟁한 지원자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참가자는 안양예고 학생들과 함께 ‘무도를 부탁해’ 최종 연출자로 선발된 이예준 어린이었다. 





이예준 어린이가 제안한 콘텐츠들은 이미 <무한도전>에서 진행한 아이템과 중복되는 케이스가 많았다. 하지만 12살. 초등학교 5학년인 나이를 감안할 때, 끊임없이 귀를 솔깃하게 하는 재치 있는 아이템들이 샘솟듯이 쏟아져 나오는 이예준 어린이의 기획력은 탁월했다. 


<무한도전> 출연진과 이예준 어린이가 함께 특별한 <무한도전>을 촬영하는 당일. 일일PD가 된 이예준 어린이는 결과(시청률)에 대한 부담 없이 출연자들 스스로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촬영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재촬영 없이 편집으로 부족함을 메우고, 자연스러움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웃음. 초등학생임에도 불구, 무려 수백편의 UCC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하나, 한 시간 남짓 분량의 예능은 처음 만들어보기에 자신 있게 펼칠 수 있는 순수한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다음 주 예고편을 통해 이상과 너무 다른 예능 제작의 현실을 제대로 경험한 이예준PD의 좌절이 집중 조명되며, 원칙대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넌지시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그 자체를 즐기며, 과정에 충실하고자하는 이예준 어린이의 남다른 예능 철학과 소신은 현직 예능PD들, 영화감독, 콘텐츠 창작자들이 귀를 기울여야할 중요한 기본이었다. 


창작자 스스로가 즐기면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자꾸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는 것이 예능의 기본이라고 하나, 완성도보다 시청률을 더 중요시 여기는 방송계 생리상, 기존에 없었던 신선한 예능이 아닌, 누군가가 대박친 아이템을 재탕하는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기는 현실. 







프로그램 완성도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 초등학생 어린이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는 <무한도전>, 그리고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구연하는 이예준 어린이의 만남은 단순 재미를 넘어 예능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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