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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오로라 공주. 불편하고도 황당했던 엽기적 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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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임성한 작가의 MBC <오로라 공주> 리뷰에서는 새삼스레 다가온다는 것. 잘 안다. 임성한 작가가 누구인가. 매번 집필하신 드라마를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한결같이,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던 그 분 아니신가. 







때문에 주인공의 아버지가 뜬금없이 돌연사를 하던지,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 등 명망있는 중견 배우들이 해외로 출국한다면서 일방적으로 드라마를 떠났을 때도,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큰 충격을 안겨 주었을 일련의 황당무계 사건들이 유독 <오로라 공주>에서만큼은 그럴러리 하고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툭하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황마마(오창석 분)의 세 누나들의 불교도 아니요, 그렇다고 무속신앙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을 것 같은 반야심경 밤기도도 임성한 작가 드라마니까 가능한 설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다. 


이제는 하도 자주 등장해서, 친숙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처음에 황마마 세 누나들이 침대에 곱게 누운 황마마를 위해 반야심경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봤을 때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불교 경전 중에서도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 '반야심경'을 외우고 있지만, 그녀들이 '반야심경'을 외우는 모습은 불교 신자라기 보다, 요상한(?) 주문을 외우는 사이비 종교 신봉자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임성한 작가는 밤마다 정성스레 '반야심경'을 외우는 이 네 남매들을 계속 '불교'로 연결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오로라(전소민 분)와 헤어지고 난 이후,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황마마가 찾은 곳은 다름아닌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사찰이었다. 그리고 황마마는 오로라를 잊기 위해 뜬금없이 승려가 되겠단다. 그런데 출가 선언을 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오로라가 황마마를 데리려 오기 위해 사찰을 찾자, 황마마는 자기가 언제 그랬나는듯이, 과감히 승려가 되겠다는 목표를 슬그머니 접는다. 


하기사, 세 누나들이 매일 밤마다 황마마를  위해 '반야심경'을 그렇게 열심히 외워주었으니, 스님이 되겠다는 황마마가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로라 공주>의 황마마와 그의 누나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은 정상적인 불교 신자로서 충실한 신앙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닌, 불교와 샤머니즘의 기본 개념조차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성직자에 비해서도 속세와 인연을 끊어야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하는 출가를 '가볍게' 다룬 것은 물론이거니와 불경을 외우고, 기도하는 모습마저도 엽기적으로 그려내는 모습은 행여나, 불교를 잘 모르는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이상한 편견을 남기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넘어, 황당함을 자아낼 뿐이다. 





워낙에 '종교'라는 민감한 소재를 그릇된 시선으로 그려낸 탓에 아무리 임성한 작가 마음대로 움직이는 임작가 드라마라고 하나, 공중파 황금 시간대에 '불교'가 우악스럽게 표현되는 모습을 마냥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불교 신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이미 몇몇 시청자들 중에서는, 초반부터 황마마를 위해 엽기적으로 '반야심경'을 외우는 세 누나들의 모습을 지적하는 의견을 제시한 분들도 더러 계실 듯도 하다. 


하지만 수많은 시청자들이 그렇게 오로라는 황마마가 아닌 설설희(서하준 분)과 이루어져야한다면서, 간곡히 부탁했음에도 불구, 기어코 오로라와 황마마를 결혼시킨 뚝심의 임작가님이 아니시던가. 





물론 언제나 뜬금포, 상상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주곤 했던 임 작가 드라마의 특성상, 오로라와 황마마가 결혼을 했다해도, 오래오래 별탈없이 백년해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혹시 아나, 오로라의 결혼으로 잠시 접었던, 황마마의 출가 의지가 다시 활활 불 타 오를지. 그렇게 임성한 작가는 <오로라 공주>를 통해 다시 한번 드라마 역사에 오래오래 기억될 만한 상상 그 이상의 놀라운 작품을 서서히 완성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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