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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별에서 온 그대. 시간을 지배하는 자 김수현은 전지전능한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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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과 김수현의 두번째 만남만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로맨틱 코미디 물이다. 물론 지난 18일 첫 방영한 SBS <별에서 온 그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장르는 로코다. 





하지만 제목 그대로 진짜 별에서 왔고, 보통 인간의 7배 정도 초능력을 가진, 시간을 거슬러 404년을 살았다는 도민준 (김수현 분)이 전면에 등장한 순간, <별에서 온 그대>의 장르는 100% 순도 판타지 드라마로 탈바꿈 된다. 엄밀히 말하면, 판타지 코믹 드라마에 가깝겠지만... 


1609년(조선 광해 1년) 접시 모양의 비행물체를 타고 조선에 온 이래, 404년 동안 20대 꽃미남 미모로 살아온 도민준(김수현 분)은 외계인이다. 지난 404년 동안 각종 직업을 전전한 끝에, 지금은 도민준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시간강사로 재직하며 비교적 품격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군대를 무려 49년 7개월 복무하며 조선과, 대한민국의 안녕에 큰 기여를 하긴 했으나, 정작 그의 남다른 초능력을 지구와 모두의 안녕을 위해 활용한 적은 없다. 그냥 다시 자신의 별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쥐 죽은 듯 조용히 살던 도민준. 3개월 뒤 자신이 살던 별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하나, 우리는 안다. 그가 3개월 뒤 무사히 그의 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바로 천송이 (전지현 분) 때문에. 


도민준이 처음 지구 땅을 밟았을 때, 그가 처음 본 인간은 다름아닌 천송이였고, 그의 비행접시가 몰고온 바람 때문에 벼랑 끝에 떨어졌을 천송이를 도와준 것도 바로 도민준이었다. 그리고 도민준은 12년 전, 그의 초능력을 십분 발휘, 교통사고로 큰 일 날뻔한 천송이를 구한다. 





잠시 시간을 멈추게 하여,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 시간을 지배하는 자 도민준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긴 한다. 하지만, 그는 출근길 괴한에게 소매치기를 당한 중년 여성의 딱한 모습을 봐도 모르쇠로 일관할 정도로 자신의 능력을 철저히 함구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외계인이다. 이렇게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철한 외계인이 유독 천송이 앞에서만 숨기고픈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 역시 보통 인연과 운명이 아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2013년 도민준과 천송이가 만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1회 동안 우연이라고 하기엔 필연이라 할 정도로 자주 부딪쳤고, 심지어, 404년 전, 12년 전에도 만났다. 


전생까지 거스러 올라갈 필요 없이 12년 전 도민준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난 천송이는 2013년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로 성장, 도민준과 조우하게 된다. 하지만 12년 전 자신을 구한 남자를 잊지 못한다며,  대한민국 대표 재벌 3세 이휘경 (박해진 분)의 청혼도 단칼에 거절한 송이는 정작 그녀의 눈앞에 떡 하니 나타난 그 때 그 키다리 아저씨를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한다.  





남자 주인공이 외계에서 온 설정이 강하게 다가오긴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는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전지현은 오늘날 그녀를 있게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재림을 보는 것 같았고,  김수현은 존재만으로 흐뭇하다.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 박지은 작가 신작답게, 대사 하나하나가 맛깔스럽고 재치있다. 여기에 <쩐의 전쟁>,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장태유PD가 메가폰을 잡았으니, 로코물로서 성공할 요소는 다 갖춘 셈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눈을 솔깃하게 하는 것은 외계인으로 등장하는 도민준이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이다. 외계인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도민준은 자신의 일 외엔 전혀 관심없는 차도남의 전형적인 얼굴이다. 






상당히 매력적인 비주얼을 가진 남자가 남이 어떤 일을 당하던 자기 밖에 모르고, 자기 좋다는 여자가 그렇게 줄을 이어도 눈길 한번 안주다가, 여주인공의 등장 이후 180도 변신. 세상 어디에도 없는 헌신적이고 자상한 로맨틱남이 되어버리는 이 뻔한 설정은, 한국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시간을 지배하는 자' 라는 판타지로 승화하기에 이른다. 판타지 장르 특성상 다소 황당하게 비춰질 수 있는 부분도 큰 웃음으로 넘어가는 전개의 센스도 나쁘지 않다. 


일단, <별에서 온 그대> 첫 회는 작정하고 웃기게하려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미 영화 <도둑들>에서 검증된 전지현과 김수현의 호흡도 괜찮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다시 제대로 망가진 전지현과 서있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외계인 김수현. 더 이상 말이 필요있겠는가. 





스타 배우를 앞세운 로맨틱 코미디물로 봐도 좋고, 시간을 거슬러 사는 초능력 외계인의 사랑 이야기라도 봐도 좋은 이 드라마. 다음 전개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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