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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꽃보다 누나. 윤여정 득남 사건 VS 김희애 한식 쟁탈전에 드러난 여배우의 반전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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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꽃보다 누나>는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과 이승기가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전에 방영했던 <꽃보다 할배>가 그랬듯이, <꽃보다 누나>는 여행을 컨셉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꽃보다 누나>는 여행이 주된 주제이긴 하지만, 관광, 관람만이 아닌 5명이 함께 지내며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소소한 여행기는 시청자들에게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솔솔한 웃음을 선사한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이틀을 보낸 지난 <꽃보다 누나> 4회 여행기는 크게 '윤여정의 득남 사건' 과 '김희애의 한식 쟁탈전'으로 압축될 수 있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유능한 짐꾼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승기의 성장기, 짐꾼으로 바쁜 이승기를 대신하여 궂은 일도 도맡아하는 싹싹한 이미연도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역시 <꽃보다 누나> 4회의 명장면을 뽑자면, '쾌변'만으로도 시청자들의 환호를 자아낸 윤여정 그리고 우아한 얼굴로 소름끼치게 제작진들로부터 묵은지 김치찌개를 태연하게 빼앗아오는(?) 김희애의 두 얼굴이다. 


나영석 PD의 스토리텔링이 대단한 이유는, 바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만으로도 의미있는 웃음으로 뽑아내는 탁월한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 출장 등 긴장의 연속인 낯선 환경에서 화장실을 3일 내내 가지 못하는 것은, 정말로 건강한 장과 컨디션을 가지지 않는 이상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돌발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꽃보다 누나>는 3일 연속 화장실을 가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윤여정을 집중 조명,  집요한 스토리 전개를 시작한다. 제작진 포함, <꽃보다 누나> 출연진 전원이 윤여정의 쾌변을 위해 팔을 걷어부치며, 모두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윤여정의 성공을 기원하게 하게끔 총력을 기울인다. 그 결과 연속 시도 끝에 드디어 쾌변한 윤여정의 성공은 양희은의 '상록수'의 '끝내 이기리라"는 노래가사와 함께 감격과 안도의 세레모니로 이어진다. 


윤여정이 화장실 에피소드로 소소한 웃음을 자아냈다면, 평소 지적이고도 차분한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은 김희애가 선사하는 웃음 포인트는  비교적 스케일이 크고 남달랐다. 일명 윤여정 득남 사건이 출연진, 제작진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뭉치게 했다면, 김희애의 '한식 전쟁'는 출연진 대 제작진의 대결의 좋은 양상이자, 김희애의 반전 매력을 제대로 드러나게하는 좋은 표본으로 꼽힐 만하다. 





식량 혹은 잠자리 문제로 출연진과 제작진의 대결 양상으로 구축하는 전개는 나영석PD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여배우와 이승기는 파김치, 강부자의 조개젖, 장조림 등 먹음직스런 밑반찬은 많았으나, 찌개 종류는 없었다. 


반면 촬영에 필요한 여러가지 물품을 각자 나눠서 가져오는 제작진은 출연진에 비해서 비교적 많은 식량이 있었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김희애는 제작진 숙소에서 인스턴트 묵은지 김치찌개 2개를 가져온다. 


사실 출연진이 제작진의 숙소에서 식량을 갈취(?)하는 행동은 이미 <꽃보다 할배>에서 큰 재미를 본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때문에 김희애의 묵은지 김치찌개 탈취(?)는 제작진의 고도의 계산 하에 진행된 설정 냄새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꽃보다 누나>가 식량을 내걸고 복불복하는 프로그램도 아닌 이상, 김희애가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제작진의 숙소로습격하는 내용은 재미가 우선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혀 손색없는 웃음 포인트였다. 오히려 그동안 대중들이 알던 김희애가 아닌 전혀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명장면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꽃보다 누나> 4회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뭐니해도 여배우들과 이승기가 오손도손 윤여정의 방에 모여 각자의 연기 철학에 대해서 털어놓는 시간이었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모두 훌륭한 연기자이고, 향후 좋은 배우를 꿈꾸는 이승기에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롤모델이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이승기가 대견했던 김희애는 이승기가 배우로서 더 대성하라는 뜻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에서 역시 가슴에 와닿는 말은, 이미지 고착 때문에 변신을 두려워하는 김희애의 고민에 오랜 시간 여배우로서 살아오면서 남다른 내공과 연륜을 가진 윤여정의 충고였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김희애를 뛰어넘는 것. 그래서 김희애는 차분하고 지적이면서 우아한 자신의 오랜 이미지를 깨트리기 위해, 평생 배우로서만 살아온 그녀에게서 일생일대 가장 큰 모험인 예능에 도전했고, '김희애'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깨고자하는 그녀의 노력은 성공이었다. 





어쩌면 <꽃보다 누나>를 계기로 앞으로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배우 김희애의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볼 것 같은 유쾌한 예감이 드는 <꽃보다 누나> 4회. 여행이라는 소재만으로, 기존에 알던 여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그녀들의 향후 미래까지 기대케하는 <꽃보다 누나>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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