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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응답하라 1994. 현실적이기에 더욱 로맨틱한 삼천포의 통장 프러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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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정우 분), 칠봉이(유연석 분) 등 여자 마음 사로잡는 남이 대거 포진해있는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 김성균(김성균 분)은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로맨틱'과는 영 거리가 먼 캐릭터다. 가끔 눈치가 없어 보는 이들의 복창을 터지게 할 때도 종종 있다. 





1994년에 대학을 같이 들어간 친구들에 비해서 두살이나 어린 나이에도 불구, 절대 노안을 자랑하고, 칼같이 예민한 성격 때문에 주위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삼천포. 그럼에도 그는 대학 1학년 때 하숙집에서 만난 과 동기 윤진(도희 분)과 오랜 연애 끝에 결혼까지 골인하여 2013년 지금도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지금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연인이지만, 삼천포와 윤진의 첫 만남은 썩 좋지 않았다. 1994년 당시 서태지에만 빠져있던 윤진은 늘 언제나 혼자였고 말이 없었다. 심지어 '신촌 하숙'에서 같이 한솥밥을 먹는 과 동기들하고도 말을 섞지 않았다. 


이렇게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있던 윤진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한 이는 다름아닌 삼천포였다. 삼천포와 윤진을 맺어준 이는 다름아닌 윤진의 어머니였다. 윤진의 어머니가 보내주신 간장게장 때문에 티격태격 싸우며 친해진 두 사람은, 얼마 뒤 오래 전부터 계획한 자전거 여행을 뒤로하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영문도 모른채 홀로 딸을 기다리는 윤진이 어머니에게 윤진 대신 한걸음 달려간 천포의 배려 덕분에 친구아닌 연인으로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된다. 





극도로 예민한 성격 때문에 쪼잔해보이기도 하지만,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여자친구를 위해서 서태지가 썼다는 변기까지 떼어와 윤진에게 바치는 삼천포. 투박하지만, 그래도 여자친구를 향한 마음만은 진심인 이 남자의 순정을 세상 어떤 여자가 외면할 수 있을까. 


비록 원하던 대학원 입학은 실패했지만, 다시 열심히 공부하여 힘겨운 취업난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삼천포는 자신을 오래 기다려준 여자친구 윤진과 정말로 결혼이 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 갓 일자리를 잡은 삼천포는 결혼을 위해 모아둔 돈도 없다. 자신이 세워둔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그대로 실행되어야 그제서야 직성이 풀리는 삼천포는 아무 준비없이 윤진과 결혼하는 것은 너무나도 싫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윤진과 함께 선배의 결혼식장을 찾은 삼천포는 너네 커플은 언제 결혼할 것이라는 친구들의 물음에 딱 잘라 말한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다. 함부로 말하는게 아니다." 


삼천포 말대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여자친구 윤진을 두고 할 말은 정말 아닌 것 같다. 참으로 눈치코치 없는 이 순진무구한 삼천포의 자살골에 해태(손호준 분)은 땅이 꺼져라 탄식한다. 말과는 다르게 삼천포는 윤진과 정말로 결혼을 하고 싶다고는 하는데, 친구들 앞에서 무안을 당한 윤진의 자존심은 이미 상할대로 상한 상태다. 


그런데 어쩌면 두 사람이 헤어질 지도 모르는 가장 최대의 위기에 맞딱뜨리고 있을 때, 부하 직원에 대한 배려 따위는 정말 눈곱만큼도 없는 직장 상사들이 갑자기 삼천포의 여자친구를 회식자리에 데려오라고 압박한다. 아무리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친구라고 하더라도, 밤늦게 술 진탕 마시고 신입사원 여친데려오라고 진상부리는 남친 직장상사 보고 싶은 여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윤진이는 화장까지 지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 남자친구 삼천포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다시 꽃단장까지 하여 삼천포와 직장상사들 앞에 짠하고 나타난다. 게다가 윤진이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 그랬던 그녀가 오직 삼천포를 위해 기꺼이 삼천포 직장 상사들 앞에 생긋 웃으며 나타났다. 


오직 그를 위해 자신을 버린 윤진이의 희생과 배려에 감동한 삼천포는 윤진이의 눈치를 살살 보며, 무언가 조심히 그녀에게 건내기 시작한다. 역시나 삼천포에게서 '반지'나 '꽃' 같은 로맨틱한 선물이 나올리가 없다. 대신 삼천포는 윤진이에게 통장 세 개를 건넨다. 자신은 계획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이 적금 통장들이 만기가 되어 돈이 다 채워지면, 그 때 결혼하자고. 





IMF 위기 이후 어려워진 취업문을 뚫고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삼천포는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아무리 그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회사에서 일한다한들, 대한민국 최고의 고소득 전문직으로 각광받는 의사, 매년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가 버는 소득에 비할 수 없는 법이다. 무엇보다도 IMF 위기를 몸소 겪으며, 수많은 가장들이 하루 아침에 잘리는 것을 일터에서 똑똑히 목격한 삼천포는 그 또한 평생 지금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삼천포는 앞으로 계속 시달릴 구조조정 위기를 대비해야했고, 그래서 그는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통장 세 개를 만들며 결혼을 준비하는 치밀함으로 훗날 그의 신부가 될 윤진이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삼천포는 그의 능력 하에서 최선을 다해 차근차근 한단계씩 그의 목표를 이뤄가는 삶을 택했고, 세상 그 누구보다 그의 현실적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났다. 





화려하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지만 상식적인 테투리 안에서 자신들의 삶을 건설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삼천포, 조윤진. 이 두 연인의 현실적인 사랑이,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물고 자란 상위 0.0000% 재벌 2~3세들이 넘치는 여타 드라마의 주인공들보다 더 빛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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