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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만약에 우리결혼했어요. 설렘과 웃음의 적절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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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IF> 특집은 예상과 달리, 길과 노홍철이 결혼을 한다면 가정으로 진행하였다. 정형돈이 게재한 IF가 당첨되었기에 실행한 미션이라고 하나, 이미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가 아직 싱글인 동생, 친구가 하루라도 빨리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하는 염원에서 비롯된 '먄약에' 특집이었다. 





<무한도전> 앞 시간에 방영하는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 콘셉트를 빌려 촬영한 <IF 우리 결혼했어요> 특집에서는 노홍철이 장윤주, 길이 송은이, 김숙과 더블 데이트를 하는 것으로 각각 진행되었다. 단 하루만의 가상 결혼이라고 하나, 각 가상 커플 모두 그 이전부터 친한 연예계 동료로 허물없이 지내온 사이였기 때문에, 갑자기 부부 혹은 연인으로 지내야한다는 설정이 당혹스러울 터. 


실제로 노홍철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장윤주와 '가상 결혼'을 한다는 것에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이왕 하는 결혼, 가상이라도 제대로 해보겠다는 장윤주는 '단 하루 남편' 노홍철을 향한 애정 표현, 스킨십이 거침없었다. 노홍철, 장윤정 두 사람의 가상 결혼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장윤주는 너무 수줍은 나머지 그녀의 눈을 쉽게 맞추지 못하는 노홍철에게 다정하게 백허두로 다가가는 등, 노홍철의 심장을 달달하게 부여잡는다. 





장윤주가 노홍철의 집에 찾아가 본격적인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장면에서도 애정표현에 적극적인 쪽은 역시 장윤주였다. 평소 달변가로 소문난 노홍철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장윤주의 거침없으면서도 다정한 면모는 토요일 밤 어딘가 모르게 허전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의 외로운 가슴을 잠시나마 훈훈하게 한다. 


노홍철과 장윤주가 티격태격하면서도 알콩달콩한 신혼부부의 일상을 보여줬다면, 길과 송은이 커플은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길의 섬세한 면모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평소 보이쉬하면서도 듬직한 맏언니 이미지가 강했던 송은이는 길의 자상한 매력에 내심 흐뭇한 미소가 끊이지 않는 천상 여자였다. 등산을 좋아하는 송은이의 취향을 고려해 실내 클라이밍을 함께 즐기고, 식당 테라스에 텐트까지 치고 둘 만의 오붓한 캠핑장으로 조성하고, 송은이의 머리를 쓰담아주는 등, 송은이를 즐겁게 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길의 이벤트는 원조 <우결> 못지 않게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송은이의 오랜 친구로 '백수'로 둔갑한 유재석이 나타난 순간, 길과 송은이의 '우리 결혼했어요'는 순식간에 웃음 바다로 변신한다. 송은이를 대하는 길의 따뜻하면서도 자상한 손길에 달달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하나, 평소 <무한도전>과 다른 모습이었기에 손발이 오글거리는 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솔로인 친구 송은이가 걱정되어 한걸음 달려와 그녀의 몰랐던 과거를 폭로하면서 동시에 송은이를 '미녀'로 칭하는 길을 내심 못미더워하며 티격거리는 친구 유재석이 등장하는 순간, 느끼한 어색함은 싹 가시고 친근한 웃음으로 길과 송은이의 가상 연애 결과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길, 노홍철이 빨리 결혼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다소 짖궂은 미션에서 잠깐 하게된 <IF 우리 결혼했어요> 특집이라고 하나, <무한도전>은 <우결>이 아니다. 가상 커플이라는 명명 하에 몇 달 이상동안 진짜 커플처럼 '연기'해야하는 <우결>을 따라 길과 노홍철, 송은이, 김숙, 장윤주 또한 그 시간만큼은 진짜 부부, 연인처럼 행동했다고 하나 그들은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내온 동료고, 때문에 하루 아침에 친구 아닌 '이성'으로 바라봐야하는 설정이 유난히 더 낯설고 어렵게 다가올 법도 하다. 





그러나 단 하루 방송을 위한 '가상 부부' 설정이라고 하나, 길과 송은이 그리고 노홍철, 장윤주가 보여준 <IF 우리 결혼했어요>는 오히려 요즘 <우결>에서 보기 어려운 결혼, 연애에 대한 비교적 현실적인 고민과 진정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결혼 적령기 및 그 이상 나이대의 출연진 덕분에  '결혼을 둘러싼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우결>의 본래 취지에 더 부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다소 비현실적인 이벤트에 집중하기보다, 오랫동안 싱글로 지냈던 친구의 연애를 응원하면서도 내심 방해하고픈, 그래서 친구 연인의 의중을 떠보고자하는 유재석의 능청스러운 장난기는 처음 시작하는 연애의 풋풋함과 설레임을 느끼게 하면서도 웃음 또한 잃지 않았던 균형감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진수를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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