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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톰 히들스톤 이렇게 섹시한 뱀파이어 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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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커피와 담배>, <브로큰 플라워> 등 미국 인디영화계의 거장 짐 자무쉬가 틸다 스윈튼, 톰 히들스톤과 손을 잡고 새롭게 들고 나온 신작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주요 소재는 뱀파이어다. 





수세기에 걸쳐 사랑을 이어온 뱀파이어 커플 아담(톰 히들스톤 분)과 이브(틸다 스윈튼 분)은 어쩐 일인지, 각각 미국 디트로이트, 모로코에 따로 산다. 신비주의 음악가로 활동하여 적지 않은 인기와 돈을 얻는 아담은 좀비 인간 세계에 환멸을 가지며,  자꾸만 자살을 생각하게 되고, 연인의 거듭된 우울증에 보다 못한 이브는 아담을 위로하기 위해 디트로이트 행 야간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아담과 이브는 더 이상 그들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이용하여 인간의 목에서 피를 빨아먹지 않는다. 자꾸만 더러워지고 있는 인간들의 피에 불안감을 느낀 아담과 이브는 거액을 주고 검증된 순수혈액만 마신다. 아이폰을 이용하여 아담과 영상 통화를 시도하는 이브에 비해, 아담은 잡동사니를 이용하여 구식 TV에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안테나를 연결하는 등, 현대 문명을 급격히 거부한다. 





어떤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아담과 이브의 굳건한 사랑을 2시간 가량 보여주는 영화는 지독하게 염세주의적이면서도 현실 비판적이다. 불멸의 영생 뱀파이어임에도 불구, 늘 죽음을 생각하는 아담의 시선에서 본 인간들의 세계는 구제 불능이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신들의 본능을 숨기고 어떻게든 인간 세계에서 적절히 타협하면서 조용히 살아가고자 했던 아담과 이브의 의지는 불행히도 끝까지 지속되지 못한다. 아담과 이브와 달리 뱀파이어의 본능을 철저히 숨기지 못했던,  이브의 동생 애바(미아 와시코브스카 분)의 등장이 비교적 평화로웠던 아담과 이브의 생활에 파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결국 아담과 이브의 생존에 위기를 가져온 것은 인간들이 자초한 지구 오염이다. 


독특한 영상미와 특유의 시적 대사로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성해 온 짐 자무쉬의 영화답게,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 스타일리쉬한 영상미, 감각적인 사운드 트랙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짐 자무쉬에 의해 뱀파이어로 재탄생한 틸다 스윈튼은 실제 54세의 나이임에도 불구, 독보적인 중성적이면서도 고혹한 매력을 뽐내고, 다소 유약하면서도 감성적인 아담을 열연한 톰 히들스톤은 단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섹시함을 발산한다. 





흥미롭게도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주연 배우 모두 한국과 인연이 깊다. 이브 역을 맡은 틸다 스윈튼과, 영화 속에서 이브에게 혈액을 공급하는 전설의 극작가 말로우로 열연한 존 허트는 작년 한국에서 개봉한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다.  <설국열차>에서는 적대적 관계로(?) 만났던 틸다 스윈튼과 존 허트는 이번 영화에서는 세기를 뛰어넘는 깊은 우정을 맺은 사이로 등장한다. 





동생 사고뭉치 애바로 출연한 미와 와시코브스카는 2013년 한국, 미국에서 개봉한 박찬욱 감독 <스토커>의 여주인공이다. 그런가 하면, 영화 <토르> 시리즈, <어벤져스>로 한국 영화 팬들에게 더없이 친숙한 톰 히들스톤은 '친한파'로 알려진 배우다. 





짐 자무쉬만의 스타일리쉬한 미장센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틸다 스윈튼, 톰 히들스톤의 치명적인 매력이 짐 자무쉬의 미학에 화룡점정을 찍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단언컨대, 톰 히들스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치명적인 섹시함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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