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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가장 따뜻한 색, 블루. 편견없이 바라본 보통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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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좋아하는 남자 선배 토마스와의 첫 데이트 날. 15세 소녀 아델(아델 엑사르쇼폴로스 분)은 길을 가다가 우연히, 문학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일러주신대로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파란 머리의 그녀 엠마(레아 세이두 분)을 만난다. 토마스와의 진한 첫 경험에도 도저히 파란 머리의 엠마를 잊을 수 없었던 아델은 호기심에 들린 레즈비언 바에서 운명처럼 엠마와 재회한다. 그 나이 또래 친구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아델은 엠마를 만남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성 정체성을 찾게된다.







2013 제6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레즈비언 커플이 주인공인 영화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될 정도로 레아 세이두, 아델 엑사르쇼폴로스의 파격 정사신도 몇 씬 등장한다. 그러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그저 평범한 쿼어 영화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다소 보기 불편한 여자들끼리의 사랑 장면마저 예술로 승화시키는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압도적인 미장센, 두 여배우의 격렬한 연기도 훌륭했지만, 그보다 더 빛났던 것은 영화 그 자체다. 


그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아델과 엠마가 이별하게 된 것은 '레즈비언'이라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이 아니었다. 여자를 사랑한다는 점을 빼고,  아델과 엠마는 자라온 환경, 가치관, 식성마저 정반대다. 아델은 무엇이던지 껍질 채 먹는 걸 좋아하지만 반면 엠마가 제일로 즐겨먹는다는 어패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림에 관심있는 부모 밑에서 어릴 때부터 철학, 예술적 소양을 쌓아온 엠마와 달리, 밥 먹으면서 늘 시끌벅적한 TV쇼를 켜놓는 아델의 부모는 돈 안되는 미술을 한다는 엠마의 미래까지 걱정할 정도로 세속적이다. 


이렇게 극과 극의 환경에서 자란 아델과 엠마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 다를 수 밖에없다.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는 엠마는 예술가로서 인정받길 원하지만, 문학을 좋아함에도 불구 대학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교사의 길을 택한 아델은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꿈꾼다. 







엠마의 예술적 성공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믿었던 아델은 그녀보다 훨씬 더 지적이고 예술적 조예가 깊은 엠마와 엠마 친구들에게 상대적으로 초라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아델의 문화적 열등감은 자연스레 엠마에 대한 의심, 외로움으로 이어진다. 결국 각자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지 못한 아델과 엠마는 파국을 맞이한다. 


레즈비언, 동성애라는 특징을 거두고 바라보면, 아델과 엠마의 관계는 여느 이성 간의 사랑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보통의 연애다. 첫 눈에 반한 아델과 엠마는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고, 끊임없이 서로를 갈구하지만, 상대를 향한 믿음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한 순간의 오해로 그동안의 연인으로서 쌓아올린 신뢰가 산산조각 깨지는 순간,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은 끝을 보인다. 엠마는 아델에게 냉정하게 안녕을 고했지만,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델은 엠마를 잊지 못하며 괴로워한다. 


누구나 흔히 겪는 사랑과 이별 이야기. 하지만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사랑, 그리고 이별이 다가 아니다. 꽤 긴 시간 동안 엠마를 그리워하던 아델은 온 몸으로 엠마에게 매달려보지만,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해버린 엠마의 머리카락 만큼이나 그들의 사이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결과만 놓고 비추어보면 아델의 첫 사랑은 비극에 가깝다. 하지만 엠마를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 상처에 힘들어하던 아델은 서서히 누군가를 뜨겁게 좋아했던 추억들을 뒤로하고 그녀만의 길에 나선다. 그렇게 아델은 아픈 만큼 한층 더 성장한다. 


씁쓸하지만 마냥 슬프지 않은 러브스토리. 신비롭지만 차가운 기운이 강한 파란색이 때로는 붉은 색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색다른 믿음을 주는 영화다. 


한 줄 평: 씁쓸하지만 마냥 슬프지는 않은.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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