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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인사이드 르윈.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영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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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의 신작 <인사이드 르윈>은 오프닝 씬에서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삭 분)이 'Hang Me, Oh Hang Me'를 부를 때부터 보는 이의 심장을 울린다. 그런데 르윈이 허름한 뮤직바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사연이 있다. 그렇게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뮤지션으로서 녹록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르윈의 발자취를 천천히 되짚어 간다. 





르윈은 실력은 있지만 성공과는 영 거리가 먼 인물이다. 함께 음악 작업을 하던 마이크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그 이후 야심차게 발매한 그의 솔로 앨범은 재고만 쌓인다. 여전히 정통 포크만 고집하는 르윈에 비해 일찍이 현실적인 삶을 택한 진(캐리 멀리건 분)과 짐(저스틴 팀버레이크 분)은 가수로서 제법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도 변변한 코트 하나없이 지인의 집 소파를 전전하는 르윈의 삶은 고된 하루의 연속이었다. 우연히 떠맡게 된 고양이 하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점점 버거워지는 뮤지션으로서의 꿈. 결국 르윈은 음악을 포기하고 다시 선원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지만, 단돈 200달러가 없어 그 마저도 쉽지 않다. 





가수로서 적당히 성공을 거둔 이후, 음악 파트너이자 연인인 짐과 평범한 삶을 꿈꾸는 진의 시선에서 밥벌이도 제대로 못하고, 어느 한 군데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르윈의 삶은 한심 그 자체이다. 꿈이 밥 먹여주나면서, 살기 위해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는 삶이 최선이라고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아무리 배가 고파도 뮤지션 본연의 '소울'을 잊지 않으려는 르윈의 고집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흥겨운 로큰록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하는 르윈의 포크 인생은 대형 엔테테인먼트 기획사의  철저한 상업적 마인드 하에 고도로 계산되어 탄생한 아이돌 열풍에 설 자리를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수많은 뮤지션들을 연상시킨다. 음악뿐만 아니라, 대중 문화 전반적으로 작품성이 아닌 상품성이 우선 평가되는 시대다. 





코엔 형제가 바라본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명과 암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힘겹게 그를 찾아온 르윈의 노래를 듣고, 유명 음악 프로듀서인 버드 그로스맨은 이렇게 평한다. 실력은 좋지만, 돈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버드 그로스맨 등 다수의 엔터테인먼트 기획자가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가치는 '돈'이다. 아무리 뛰어난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도 다수의 대중들의 흥미를 돋게할 요소가 적고, 외모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매력적인 상품이 되지 못한다. 그래도 르윈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버드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이 기획하는 그룹에 들어오는 것이 어떻나고. 하지만 르윈은 단칼에 거절한다. 차라리 음악을 포기할 지 언정, 마이크 아닌 누구와 듀엣하는 것은 싫다고. 





마이크가 르윈의 곁을 떠난 이후, 그 누구라도 마이크를 대신 그의 파트를 부르는 것조차 끔찍이 싫어했던 르윈이었다. 하지만 르윈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음악으로서 먹고 살기 위해. 그러나 약간의 타협에도 불구 르윈은 여전히 훌륭한 뮤지션이다. 


르윈의 목소리는 그의 가사, 인생 그대로 마지 못해 살아가야하는 세상 모든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지친 심신을 파고 든다. 여전히 2014년 가요계가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 위주로 흘려간다고 하나, 지금도 식지 않은 고 김광석을 추억하는 물결 그리고 JTBC의 <히든 싱어2>의 고무적인 성공에서 보았듯이 눈요기를 위한 보여주기 음악이 아닌, 목소리만으로 듣는 이의 감성을 깨워주는 음악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존재한다. 





음악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다시 기타를 잡은 르윈은 계속 음악을 할 것이고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르윈의 마음이 변치 않는 한, 그의 음악은 언젠가는 주목받을 것이다. 르윈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그의 목소리 한 소절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도는 것처럼. 현실을 위해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르윈의 결코 짧지 않은 여정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1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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